-
-
로봇 일레븐
데니스 홍.홍이산 지음, 정용환 그림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4월
평점 :

TV를 거의 보지 않아서 몰랐는데 지나가면서 우연히 데니스 홍이라는 분에 대한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었다. 저명한 대학 로봇 연구소에서 이름을 빛내고 계신 분이셔서 관심을 갔다.
예전에는 로봇 하면 산업 현장, 공장 등에서 사용되는 무기질적인 기계로서만 인식이 되었는데, 최근 들어, 인간의 신체와 모습도 유사하고 움직임도 유사한 휴머노이드 로봇의 등장이라든가, 간병 및 장애인 활동 보조에 획기적인 역할을 하는 로봇들이 계발되고, 바둑기사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매치로 인해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며 이젠 무척 가깝게 느껴진다. 게다가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이기에 더더욱 관심이 생겼다.
이 책은 데니스 홍 소장과 아들 이산 군이 함께 쓴 책이다. 기계든, 로봇이든 본질은 인간의 필요를 만족시켜 주는 것이기에 간단하게 '이런 게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라는 기초적인 필요를 먼저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이답게 정말 귀여운 발상이 나타나 있고, 그것을 또 유머러스하고 정감이 느껴지는 삽화로 표현하고 있다. 누구나 생각해 본 적이 있을 법한 로봇들이 등장한다. 어깨 주물러주는 로봇, 세상 귀찮은 목욕 시켜주는 로봇, 맛있는 요리를 뚝딱 만들어주는 로봇, 아빠 대신 회사 가고 출장 가는 로봇... 정말 웃음이 나왔던 것은 레고 블럭 치워주는 로봇이었다. 어질러진 레고 블럭 밟아보지 않은 사람은 생각도 못할 로봇이다. 그 아찔하고 짜릿한 고통과 블럭 치우는 귀찮음을 경험해 본 사람이면 누구나 생각해 봤을 것이다.



아들이 느끼는 이런 필요들을 늘 함께 얘기하고 그것을 기술력을 활용하여 로봇으로 구현하는 멋진 아빠라니... 그런 기술이 있다는 것, 그 분야의 거장(천재라고도 하더라)이라는 것도 대단하지만 부모의 한 사람으로서 대화하고 수용하고 공유하는 모습이 더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느닷없이 등장하는 외계인들의 침공. 어른의 눈으로 봤을 때는 뚱딴지 같고, 뭔가 기승전결의 흐름이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먼저 이 책을 다 읽고 9살 아들에게 읽어보라고 줬더니 너무나 재미있다는 것이었다. 외계인 나오는 부분이 재미있다며 어제 읽고 나더니 오늘 또 재독하는 것이다. 요며칠은 이 책에 빠져 있을 것 같다.
역시 아이들의 눈높이와 어른의 눈높이는 달랐다. 아이가 푹 빠져서 읽고 흥미를 갖는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책의 뒷부분에는 개발되어 실제로 사용되고 있는 '로봇 일레븐 (11종류의 로봇)'이 소개되어 있어서 정보로서도 매우 유용하다. 인간의 신체와 비슷한 휴머노이드 로봇부터 그저 기계장치로만 보이는 형태의 로봇이 소개되어 있고 엔터테인먼트 목적의 친화력 높은 로봇이 있는가 하면 우주 탐사, 지뢰 제거, 원자력발전소 내부 작업 등 위험하거나 사람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특수 임무를 위하여 제작된 로봇들도 있다. 아이의 방학 동안 한두 번 심심하면 인천국제공항에 가서 점심을 먹고 오기도 하는데 공항 로비를 돌아다니는 귀여운 로봇이 있어서 같이 사진도 찍기도 했었다. 아이도 그 로봇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데니스 홍 저자님이 우리 부모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적어주신 말씀을 마음에 새겨본다.
- 자기만의 빛을 발할 수 있는 한 가지 일을 찾아 그것을 꿈으로 만드는 것. 그리고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
- 미래를 이끌 우리 어린이들이 가져야 하는 중요한 역량인 리더십, 협동심, 공감 능력, 배려심, 사랑.
-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첫 걸음이라는 지혜. 그리고 공유와 나눔의 힘.
- 질문과 대화를 통해 키우는 호기심과 상상력.
핵심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지혜의 눈을 가진 아이로 키우고 싶다. 그리고 실력으로 무장하고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아이로 자라면 정말 좋겠다. 그리고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도록 실패를 허락하는 부모가 되고 싶다.
아이의 눈높이에 딱 맞는 로봇에 대한 재미있는 스토리와 지식을 얻었는데, 덤으로 자녀교육관까지 얻었다.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유익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