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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의 언어
장한업 지음 / 아날로그(글담) / 2018년 10월
평점 :
차별에 반대한다. (아마 대놓고 차별에 찬성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이유는 첫째, 나의 양심에 따라서, 둘째, 성경에서 나그네와 과부, 아이를 선대하라고 하였으므로, 셋째, 내가 미국과 일본에서 따뜻한 대우를 받은 것을 갚아주고 싶으니까.
어떤 언어와 사고방식이 차별인지 알고 싶었고 변화하는 인구 구조 속에서 현명하게 대처하고 싶어서 읽어본 책이다.
역사라는 시간과 전세계라는 공간을 관통하여 차별이라는 문제를 다뤘다. 현상으로만 알고 있던 것들의 근원을 밝히는, 학자다운 면모가 돋보였다. 예를 들어, 고려인이라 불리는 중앙아시아의 동포들의 역사, 조선족의 역사, 미국 이민의 역사, 하와이와 멕시코 농장에서의 노동의 역사, 독일 파견 광부와 간호사 등 우리나라 사람들이 전세계에 흩어지게 된 계기들과 그때 받은 차별로 인한 서러움 등을 알 수 있다.
'차별'이라는 것이 어찌 보면 인간의 본성과도 관련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완전히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인식의 전환과 법적, 사회적 제도 정비로 서서히 개선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한다.
다만 미래지향적으로 그리고 피부에 와닿는 이유로 왜 차별을 하면 안 되는지 설명해 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너무 과거지향적이다. 논조가 거북하다.
과거 역사를 언급하며 폐쇄적이고 미개하고 뒤떨어져 있던 우리나라에 타국 사람들의 선진적 문물로 개화되었는데 왜 차별하냐는 식의 느낌. 고마운 줄 모르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건가요? 지금 시각으로 보면 어떡합니까? 그때는 그때의 논리가 있었겠죠.
우리나라 외의 사람들은 양놈, 왜놈, 떼놈으로 부른다며 심지어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들이라고... 깜도 안 되는 게 누구 무시하냐는 겁니까? 그럼 우리보다 못하면 '놈'이라고 불러도 조금은 용서됩니까?
중국 무시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을 거라고요. 그거야말로 저자가 지적한 일반화의 오류 아닌가요? 어떤 근거로 우리만 중국 무시한다고 하나요? 무시하는 게 잘했다는 게 아닙니다. 미국에도 일본에도 중국 싫어하고 무시하는 사람들 있어요. 중국은 부상하는 나라고 우리나라는 아닌데 어디 무시하냐는 건가요? 60-80년대 안 살아 보셨습니까? 그때 우리나라의 고도 경제성장기였죠. 지금은 어느 정도 성숙한 시장인 거죠. 그때는 그럼 정체된 공산국가 중국(중공이었죠)을 무시해도 용인이 되는 건가요?
이탈리아는 잘 사는 나라라서 스파게티를 스파게티라 부르고 베트남은 못 사는 나라라서 퍼(pho)를 쌀국수라고 부른다고요? 누가 그럽디까? '차별'이라는 프레임 안에 갇혀서 다 그렇게 보이는 거 아닌가요? 스파게티는 외관이나 조리법 등에서 그에 상응하는 말을 찾기가 모호했을 수도 있지요. 쌀국수는 쌀로 만든 면을 육수에 담가 먹는 비교적 우리나라에서 친근한 국수 형태이니 칼국수 등과 다르게 쌀로 만든 국수라는 점에서 그렇게 명명했을 수도 있지요. '분짜'라는 베트남 요리가 있지요. 이건 왜 못 사는 나라 음식인데 왜 '분짜'라고 합니까? 카레는 왜 카레일까요?
우리나라가 외국 출신 국민을 차별하는 게 잘했다는 게 아니다. 똘레랑스를 외치던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의 우경화, 근간의 미국의 자국 보호주의 등을 보면 신변의 안전의 위협을 느낄 때 개인으로서의 인간이든, 집합체로서의 국가이든 모두 배타적인 태도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통틀어 반도 국가로 중국, 일본이 시도때도 없이 호시탐탐 노리며 못살게 구니 안전의 욕구를 침해받지 않으려고 배타적인 태도를 유전자에 새겼을 수도 있다. 누구나 어느 민족이나 본성적으로 그럴 수 있는 것이고 우리나라도 그 중 하나라는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왜 어떻게 차별하지 않아야 할지를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만 유별나게 단일 민족 이데올로기에 빠져서 차별을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