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 출간 30주년 기념판
로버트 풀검 지음, 최정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베스트셀러 하면 이 작은 나라에서 100만 부씩 팔리던 내가 어렸을 때 많이 들어보던 책 제목이었다. 이 책을 읽을 만큼 크진 않았던 때여서 읽어보진 않았는데 30주년 기념판으로 나온 책을 읽게 됐다.

빨래를 하는 이유는 정원의 풀을 뽑고 부엌의 서랍을 정리하는 이유와 똑같다. 정직하고, 시작과 끝이 똑 떨어지는 일을 함으로써 끝없이 복잡한 내 삶의 나머지 부분과 균형을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성스러운 단순함이라고나 할까. (49-50쪽)

중3 때 담임선생님이 화가 나면 칼로 연필을 깎으신다고 했다. 단순한 그 작업을 반복하며 마음을 정리하셨던 것 같다. 나도 식구 모두 회사와 학교와 어린이집으로 보내고 싹 바닥 한번 밀고 나면 기분이 새로워진다. 정리는 참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다.

나는 끈적거리는 어떤 상자에 대해 말하고 싶다. 원래는 구두상자였는데 큰아이가 예쁘게 꾸며서 선물로 주었다. 그 뒤 상자는 우리 아이들이 어린 시절에 준 선물을 담아두는 저장고가 되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나의 보물 상자가 되었다. ... 이것은 당신으로 하여금 세상을 살아가게 하고, 힘든 일도 견뎌낼 가치가 있게 한다. (148-149쪽)

엄마로서 산 지 이제 만 7년이 지났을 뿐인데도 어쩌다가 한번씩 감동 주는 아이들의 말 한 마디, 몸짓 하나는 나를 구원해주고 무엇도 빼앗아 갈 수 없는 기쁨을 준다. 고맙다, 아이들아. 부족함뿐인 나를 엄마로 받아줘서... 인사라도 하고 싶다.

우리는 잘 깨닫지 못하지만 서로의 삶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길모퉁이 식품점의 남자, 자동차 정비소의 수리공, 주치의, 선생님, 이웃, 동료들이 그렇다. 항상 '거기에' 있는 좋은 사람들, 작은 일에서 중요한 사람으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들. 매일 우리를 가르쳐주고 축복해주고 용기 내게 해주고 지지해주며,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해주는 사람들. 우리는 그 사람들에게 그렇다고 말을 하지 않는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말을 하지는 않는다.(188쪽)

우리가 알고 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모르고 하는 행위도 선한 것이길 바라본다. 경계심 많고 엄청 몸 사리고 사는 나이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선한 삶을 살 수 있길...

내게 위안을 주는 것은 종교도, 요가도, 술도, 깊은 잠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다. 그가 내 비장의 무기다. 베토벤 교향곡 제9번을 틀어놓고 이어폰을 귀에 바짝 끼고서 바닥에 눕는다. 음악이 천지를 창조한 첫날처럼 들려온다. (240쪽)

1000프로 공감이다. 음악이 주는 위안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가 없다. 내 경우엔 일본 싱어송라이터 마키하라 노리유키이다. 무한반복 재생이다. 유튜브 없었으면 어쩔 뻔했을까? 마키하라 노리유키 노래 없는 삶은 15년 전부터 상상할 수 없다.

인성교육이 더욱이 중요한 요즘, 일상 속에서 삶의 진리를 찾고 본을 보이는 삶을 사는 것만이 내 자녀들에게 위대한 정신의 유산이 대물림되는 유일한 길인 것같다.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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