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이 노는 정원 - 딱 일 년만 그곳에 살기로 했다
미야시타 나츠 지음, 권남희 옮김 / 책세상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미야시타 나츠는 2016년 <양과 강철의 숲>으로 일본서점대상 대상을 받은 작가이다. 피아노 조율사를 꿈꾸는 청년의 조용하면서도 꺼지지 않는 불꽃같은 열정을 그린 멋진 작품이었다.

작가의 다른 대표작 <스콜레 NO.4>도 읽어 보았다. (번역본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화려한 여동생에 비해 자신은 평범하기 그지없다고 생각하는 한 여성의 자아발견의 여정 및 성장기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열렬한 팬까지는 아니지만 이렇게 관심있는 작가의 에세이가 나왔다고 하니 읽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작가 자신의 목소리로 삶과 생각을 얘기하는 에세이 장르라는 것만으로도 기대되는데, 게다가 남편과 자녀 셋, 5인 가족이 홋카이도에서 1년 동안 지낸 이야기라니 정말 기대가 됐다.

미야시타 가족은 남편분이 홋카이도를 워낙 동경해서 홋카이도행을 결심했다. 초반엔 그나마 도시인 오비히로로 마음먹었다가 더 산중 깊은 마을인 도무라우시로 가기로 변경했다. 이 지역은 홋카이도 원주민인 아이누 말로 '신들이 노는 정원'이라 불리는 곳이다.

'산촌유학제도(아래 단락 참조)'를 이용해 가게 된 것인데 중학생 아들 2명, 초등학생 딸 1명은 지역의 학교에 1년간 다니게 된다.

'산촌유학'이란 도시지역의 초, 중학생이 장기간 부모 슬하를 떠나 자연이 풍부한 농촌, 산촌 및 어촌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여름방학, 겨울방학, 봄방학 기간에 체류하는 단기 산촌유학, 1년 단위로 실시하는 것을 장기 산촌유학이라고 한다. (출처: 위키피디아 재팬)

막연히 동경은 하지만 그곳도 동화속의 마을이 아니라 사람들이 울고 웃고 사는 '사람사는 곳'이었다. (물론 흔히 볼 수 없는 큰곰과 북방 여우, 홋카이도 사슴도 같이 사는 곳이긴 하다.)

☆아이들의 생활
그곳에서는 소수의 아이들이 선생님과 지역 주민의 애정 어린 시선 속에 보호받으며 아이가 안심하고 아이로 있을 수 있다.(207쪽) 학예회에서 아이들이 각본도, 연출도, 연기도 스스로 한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모도 각본을 쓰고 의상도 모두 만들어 극을 올린다. (192쪽) 마을의 팔방미인으로 이름을 날리던 이웃집 소녀가 도시의 고등학교로 가 심리적요인인지 걷지 못하게 되어 마을로 돌아오지만 마을에서 생활하는 가운데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도 된다고 맘을 먹고나서 낫게 되는 일도 있었다. 어느 곳에나 슬픔과 아픔, 좌절과 문제가 있다. 그리고 해결될 수도 있다.

☆산골마을 풍경
가장 가까운 슈퍼는 차로 삼십 분 이상 걸린다. 작가는 도시에서는 출퇴근 시간이 삼십 분 이상 걸리는 건 예삿일인데 슈퍼까지 삼십 분 걸리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건 사고가 유연하지 않다고 꼬집어 말한다.(227쪽) 도시 사람들이 모두 약아빠진 것이 아니듯 시골 사람들이 모두 소박하다는 선입관 역시 좋지 않다고 말한다.(226쪽) 막 내린 눈에 멜론 시럽을 부어먹는 맛, 창문으로 뱀이 들어오려 해 부랴부랴 창문을 닫기도 하고 북방여우와 홋카이도 사슴과 눈이 마주치는 설렘, 컨택트렌즈가 어는 혹한, 멀미가 날 정도로 별로 가득한 밤하늘, 눈이 내리는 뜨끈한 노천탕.

☆ 엄마로서의 작가
아이들이 험준한 산 등반을 가니 부모 마음으로는 안절부절 걱정이 말이 아니다. '하지만 몰라도 된다. 부모의 걱정 따위 몰라도 돼. 알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테니.'라고 말한다.(120쪽) 빨리 크는 아이들을 보며 어찌 해야 할지 몰라 초조하지만 정신 바짝 차리고 하루하루 아이들과 즐겁게 살자, 바동거리며 열심히 살자는 결심을 한다.

부모의 걱정은 몰라도 된다는 말에 울컥했다. 나의 걱정이 아이들의 인생이라는 길의 돌부리가 되지 않길, 나의 품이 아이들이 날기 위해 절벽으로 가는 길에 안주해 버릴 동굴이 되지 않길... 작가님의 마음과 같이 내 걱정따위 등 뒤로 감추며 아이들이 모험하고 위험을 감수하며 달성했을 때의 기쁨을 온몸으로 안아줄 수 있길 간절히 바라게 됐다. 작가님, 우리 엄마 동지네요.

한달살기, 일년살기 유행처럼 번지는데 그 이면에는 아이들과 의미있는 시간을 밀착하여 친밀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물론 자기가 사는 바로 그곳에서도 가능할 테지만 자신과 타인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고 비일상 속에서 신선함을 찾아 작은 모험이 가능한 곳을 찾는 것은 무척 좋다고 생각한다.

미야시타 가족은 저자는 작가이므로 계속 글을 쓰고 저자의 남편은 현지에서 일을 구했다. 그렇게까지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겠지만 언젠가는 2주씩 혹은 한 달씩 상황이 허락하는 한에서 아이들과의 농밀한 시간을 보내보고 싶다. 바로 어제까지 3박 4일간 괌에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보냈는데 참 좋았다. 아직 많이 어린 둘째를 업고 안고 다니느라 나의 왼쪽 목과 어깨에는 동전 파스10여개가 영광의 흔적으로 남았지만 다시 오지 않을 이 시간들을 마음을 포개어가며 지내고 싶다.

소설에서보다 더욱 재기 넘치고 유머 가득한 작가님 더욱 사랑하게 됐다. 저자도 엄청 에너지가 넘치고 활력 넘치는 사람은 아닌 것 같다. 게다가 공황장애와 부정맥까지 갖고 있는 사람이지만 울고 웃고 살아내고 있다. 나도 에너지도 달리고 쉬이 몸과 맘이 지치는 사람이지만 나대로의 인생을 만족하며 살아봐야겠다.

일년살기를 한다면 따뜻한 남국에서 하고 싶다. 홋카이도는 7~8월 딱 두 달만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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