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하는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
최태현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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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절망 대신 어려운 희망을 선택하는 일.”


장일호 기자의 말이다. 적어도 2023년 한 해에 나와는 가장 거리가 멀었던 문장이기도 하다. 예정된 좌절과 허무를 유예하며, 더딘 걸음을 내딛기보다는 그저 관망했다. 방랑이라는 우아한 기만을 덧붙여 도망했다. 완연한 기다림을 참아내지 못하며 한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했다. <왕좌의 게임>에서 존 스노우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지킬 수 없는 맹세는 하지 않겠어. 거짓된 ‘약속’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 ‘말’은 의미가 없어져. 그러면 답은 없고 더 나은 거짓말만 남게 되니까.” 얄팍하고 가벼운 한 해였다.


사적인 수치의 역사로서 올해의 책 세 권을 꼽았고, 《절망하는 이들을 위한 민주주의》는 그중에 하나다. 켜켜이 쌓인 어려운 희망들이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던 책이다. 자의든 타의든 자기 몫으로 주어진 순간들을 꿋꿋하게 버텨낸 삶을 담아냈다. 타성에 젖은 선 너머의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일, 사랑과 신뢰를 오롯이 경험해보지 못한 이가 성숙하는 일, 부서질 대로 부서져 버린 공동체적 삶의 방식을 끝내 포기하지 않는 일. 때로는 원망하고 잠시 탓으로 점철되기도 하지만 꿈꾸는 세계를 지켜내기 위해 상처 입은 마음들을 정면으로 마주한 이런 책을 만들고 싶다. 


한 권의 책을 읽으면 어떤 문장이나 문단으로 기억한다. 꼭 남기고 싶다.


“나의 경험이 이들의 경험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을지라도, 이들의 이야기 혹은 전해 들은 이야기들에 진실이 있다는 신뢰,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서 이들의 삶과 내 삶의 공통점을 찾아내는 감각, 그래서 완전한 이해에 이르지는 못한다 해도 최소한 갈등을 줄여나가고 공존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이 모든 것들의 기반을 저는 시민적 상상력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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