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뿐만 아니라 나는 여전히 이 학문의 가장 근본에 놓인마음,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경이에 이끌린다. 인간이 인간바깥의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 그리고 불완전한 이해 과정을통해 재해석한 자연과 우주는 매력적이다. 불완전한 뇌를 지닌 인간은 일반화와 분류와 데이터의 해석을 통해서 세상을이해할 수밖에 없지만, 그 점진적인 접근이 삶의 영역을 약간씩 넓혀간다는 것, 그리고 그만큼의 미지를 더한다는 것은 언제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한다. 특히 나는 그 인류 지식의 경계선에서, 남들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지렁이와 선충과따개비 따위에 온 마음을 거는 사람들을 좋아한다. 무한한 자기 확신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의심을 품고 앎의 세계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발견하면, 그 태도를 평생에 걸쳐서라도 조금씩 닮고 싶어진다.
우주에서 바라본 작고 푸른 점, 행성 지구에 관해 칼 세이건이 했던 말을 나는 자주 떠올린다. "그 작은 점을 대하면 누구라도 인간이 이 우주에서 특권적인 지위를 누리는 유일한존재라는 환상이 헛됨을 깨닫게 된다."(『창백한 푸른 점』) 그리고 우리가 위대한 존재여서가 아니라 단지 이 작은 행성의 일부에 불과하기에, 살아가는 동안 이 행성의 이웃들에게 너무많은 것을 빚지고 있기에, 우리가 지닌 좁은 이해의 영역을계속해서 넓히고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방법을 상상하고 또읽는다. - P38
몇 세기 전만 해도 인간의 지식은 더디게 쌓였고, 그에 따라 정치와 경제도 속 터지는 속도로 변했다. 그러나 오늘날우리 지식의 양은 맹렬한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따라서 이론상 우리는 세계를 점점 더 잘 이해해야 한다. 하지만 정반대의 일이 일어나고 있다. 새로 발견한 지식은 더 빠른 경제적·사회적·정치적 변화를 일으킨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이해하기 위해 지식을 쌓는 속도를 높이고, 그것은 더더욱 빠른 격변을 초래한다. 그 결과 현재를 이해하게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점점 더 무능력해진다.
2030년에는 인류의 절반이 과체중일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에 기아와 영양실조로 죽은 사람이 총 100만 명 정도였던 반면, 비만으로 죽은 사람은 300만 명이었다.
박상영 작가를 좋아한다. 첫 작품을 읽고서는 이러한 퀴어 내용이 이렇게까지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에 놀랐고, 부커상 후보작이 되어 또 한번 놀랐으며, 그 다음 작품부터는 찾아보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고 또 한번 놀랐다. 등장인물들은 퀴어지만 그들은 우리네와 다를 바가 없으며, 사실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너무도 사실적인 묘사에 ‘혹시 작가도…?’ 라는 합리적인 추론을 해보지만 사실 그런건 아무 의미도 없다. 읽으면서 재미있고, 공감이 가고, 페이지를 술술 넘기다보면 뭔가 찌릿함이 느껴지는 그런 소설이다. 본인은 생계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의 꾸준한 집필이 너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