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보와 앤 - 아무도 오지 않는 도서관의 두 로봇 보름달문고 89
어윤정 지음, 해마 그림 / 문학동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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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이나 인문학 서적을 자주 읽지만 가끔 아이의 어린이문학책을 함께 읽기도 한다. 아이가 어떤 책을 읽는지 내용이 궁금해서 그런 것도 다소 있지만, 어린이문학이라고 해서 그것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가 결코 가볍거나 유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플루비아 바이러스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이유로 도서관이 폐쇄되고 사람들은 집에 머무르게 된다. 어디서 많이 경험해 본 이야기 같지 않은가? 벌써 3년 전이 되어버린 코로나 초기유행 시절에 정말 확진자가 다녀간 곳은 초토화되기 일쑤였고, 사람들은 반강제적으로 집에 ‘갇혀’ 지내게 되었다.

입학식조차 못해본 초등학생들이 일주일에 겨우 한 번 학교를 갔고 줌수업으로 모든 것이 대체되었는데, 그때 어른들보다 어린이들이 더 모든 세계를 송두리째 빼앗긴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어른들은 그래도 직장은 가고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위해 조심스럽지만 외출을 했지만, 아이들은 거의 모든 생활이 금지된 채로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부족한 채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 어떤 느낌을 가질지 사뭇 궁금하다.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고서는 존재를 이어나갈 수 없는 로봇 리보와 앤이 갖는 어떤 감정들을 섬세히 그렸다. 그리움이라는 감정, 소통하고 만나고 싶어하는 그 느낌- 아마 모든 사람이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어린이 친구인 유도현을 다른 주인공으로 설정했는데 여러가지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도 있었겠지만 과감히 쳐내고 리보와 도현이의 ‘관계’에만 깊숙히 발을 넣었다.

일러스트레이션이 너무 따듯하고 부드러운 느낌에 마치 화보집 같아서 책 읽는 즐거움이 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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