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지기 시작했다'는 밖에서는 별당아씨, 집에서는 가시나였던, 하지만 사람 정순임이었던 작가에 대한 이야기이다.그녀는 살가운 아버지와 엄한 어머니 밑에서, 그것도 위아래 아들이 있는 집안의 둘째딸로 태어났다. 워낙 딸에 대한 차별이 컸던 지라 종가집 장손이었던 오빠에게는 아무말도 못하던 동네 사람들에게 못생겼다는 이야기도 듣고 무슨 일이 생기든 어머니에게 혼나는 일은 거의 대부분 작가의 차지였다. "니가 시커멓고 사내같이 기골이 장대하게 태어나는 바람에 니 동생이 보약을 못 얻어먹었잔아."이런 말도 안되는 말도 의미없이 던지는 사람들. 작가가 사내같은 여자아이라 분명히 동생도 여자일꺼라는 한의사에 말에 임신한 어머니에게 보약을 지어주지 않아놓고 남동생이 태어나니 하얗고 허약한 이유를 작가의 탓으로 돌리다니... 아무리 의미없는 말이라지만 작가가 받은 상처는 얼마나 컸을까 싶다. 그래도 작가는 어린 시절 따뜻했던 할아버지, 우천할매, 무섬아지매의 추억으로 웃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학창시절을 지나 대학에서 만난 남자와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한 작가는 단칸방만 옮겨다니던 어려운 결혼생활을 8년만에 끝낸다. 오히려 이혼하고 자기집이 생겼다. 하지만 여자 혼자 연년생 아이 둘을 키우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 후 계속된 오빠의 권유로 귀향을 하게 된다. 하지만 친정엄마와의 트러블로 작가는 지쳐간다. 그래도 항상 따뜻한 오빠가 곁에 있었다. 그 힘으로 고추장, 간장, 된장 사업을 시작하게 되고 열심히 살아가려 노력한다. 하지만 귀향 4년차에 결국 작가는 친정엄마를 피해 집을 나간다. 제주살기 한달을 한다. 그 기간동안 작가는 친정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오빠야, 나는 엄마가 미워서 집을 나온 게 아니야. 이해는 해. 그래서 미워하진 않아.그런데 내가 살 수가 없었어. 견딜 수 있어야 내가 살 텐데, 실체는 사라졌지만 감정만 남아 나를 괴롭히던 어린 시절이 자꾸만 되살아나서 감당이 안 됐어."작가는 어린시절부터 이어온 차별과 사랑이라는 애증의 평행선에서 힘들어 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작가는 가족 안에서 스스로 치유해 나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이 글은 컬처블룸을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