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르마의 수도원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8
스탕달 지음, 원윤수.임미경 옮김 / 민음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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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탕달(본명: 마리앙리 벨) : 1783~1842. 프랑스 ​

-옮긴이 : 원윤수, 임미경

-민음사 1권(379쪽), 2권(387쪽)

 

오래전 스탕달의 작품<적과 흑>을 읽은 이후로 두번째로 읽게된 이 작품은 어느날 이탈로칼비뇨의 <왜 고전을 읽는가>에서 칼비뇨가 이 작품을 두고 평생 손에서 놓지 않는 책이라는 데 호기심이 이끌려 읽던 책을 내려 놓고 책장에서 찾아내 읽게 되었다.

칼비뇨의 고전에 대한 아주 흥미진진한 평론은 그 책을 찾아 읽지 않으면 도무지 배겨날 방법이 없다. 다만 아쉽게도 국내 번역된 책들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발자크는 장장 72쪽에 달하는 헌사에서 "모든 면에서 완벽함이 돋보인다"라고 했으며, 앙드레지드는 '프랑스 문학의 최고봉' 이라는 찬사를 했을 정도이다.

이 작품은 스탕달이 인생의 황혼을 바라보는 만년의 나이에 쓴 소설로써 믿을수 없게도 52일만에 구술로 받아적게 하여 쓴 책이다. 만년에 그의 꿈과 추억, 모든 열정, 욕망까지 모두 소설 속에 녹아들어가 있다.

작품을 읽어가면서 은연중에 <적과흑>속의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는 것이다. 쥘리앙과 파브리스의 공통점은 물불안가리는 열정을 가진 청년이라는 점과 연상의 여인으로부터 무한한 사랑을 받게 되지만 미쳐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야 마는 것이다.

파브리스의 순수한 마음과 심지어 신중치 못한 행동마져도 사랑스럽게 만든다. 아마 이것이 파브리스의 매력인 도저히 사랑하지 않으면 안될만큼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 순수함이다.

요즘처럼 세속적이고 영악함에 길들여진 사람들의 눈에는 어처구니 없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내게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감옥안에서 자신의 사랑을 바라볼 수 있다는 행복감에 감옥에 갇혀 있다는 사실조차도 잊어버린 것과 후에 감옥을 탈출했다가 연인을 만나기 위해 스스로 다시 감옥으로 돌아간 것은 그야말로 두손을 들게 만든다.

파브리스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지만 무엇보다 그의 고모인 산세베리나 백작부인을 주목하지 않을수 없다. 그 시대의 권태외 세속적인 것에 대한 통쾌하면서도 명민하게 대응하는 면과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인간적이며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모습이 내게는 더 인상깊었다. 그녀의 파브리스에 대한 비범한 사랑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된다. 자신을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남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조카에게 보이는 애정은 너무도 애달프기까지하다. 결코 막장드라마같은 이야기와는 비교해서는 안된다.

이 책의 주된 내용은  옮긴이의 말을 빌면<행복에의 추구>이다. 그야말로 스탕달적인 작품의 특징을 보여주고있다.

스탕달은 '소설은 길을 따라 들고 다니는 거울이다 ' 라고 했듯이 그는 시대의 상황을 소설에 너무도 잘 나타내어 마치 그 시대의 단막극을 보듯이 작품 속에서 함께 따라다니게 만든다.

 

<밑줄>

이탈리아인들이란 성급한 상상이 낳는 의혹이라든가 어리석은 생각따위에 빠지면 우리들 프랑스인보다 훨씬 더 고통스러워하는 법이지만, 대신 그들의 즐거움은 더 크고 오래 지속된다(1-119)

파브리스는 숭고한 아름다움을 대하면 단지 그것만으로도 감동해서 그때까지 마음에 드리우고 있던 그 따갑고 신랄한 근심마져 잊어버리고 만다.(1-229)

 

이성적 인간이라면 위험에 직면했을때 기지를 써서, 말하자면 자기 능력이상을 발휘할 수 있다. 반면 공상적인 사람은 그럴경우 대담하긴 해도 대부분 황당하기 그지없는 상황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이다.(1-283)

 

사랑이란 얼마나 치명적인 정열인가! 그런데도 세상의 모든 거짓말쟁이들은 사랑에 대해 마치 행복의 원천인양 말하곤 하지! 사람들은 나이든 여인들을 동정하지 그네들은 사랑을 느낄수도 없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불러 일으킬수도 없다고 하면서...(2-25)

 

그런 시절은 이미 지났어요 나는 서른 일곱이 된 여자에요. 늙음의 문턱에 서 있는 것이지요. 벌써부터 나는 나이를 먹는다는 사실이 주는 갖가지 의기소침한 심정을 맛보고 있는걸요. 

아마도 곧 무덤으로 갈지도 모르지요. 사람들은 그 순간이 두렵다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순간이 기다려지는 듯해요.(2-47)

 

사랑에 빠진 남자와 죄수는 어떤 장애가 있다 해도 성공하게 되어 있다(2-108)

 

진정한 정열로부터 나온 행동이라면, 우리의 삶을 채우고 있는 금전에 대한 비굴한 관심이나 저속한 생각들로 둘러싸인 냉정하고 무미건조한 생활가운데서도 언제나 그 결실을 얻게 된다.(2-210)

 

마흔살의 여자는 젊은시절 자신을 사랑했던 남자의 추억 속에서나 한가닥 의미를 가질수 있을까 그 외는 아무것도 아니야.(2-226)

 

문학작품 속에 끼워넣은 정치 이야기는 음악회 도중에 울린 한방의 총성처럼 조화를 깨는 거칠기 짝이 없는 것이다.(2-227)

 

작은 나라의 절대군주들이란 아무리 그 자신을 선하다 할지라도 변덕스럽기 마련이다. 그것이 바로 유행이고, 그 유일한 이유는 바로 <권태>라는 병이지.(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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