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면을 한 운명 - 릴케의 고통의 해석과 인문학
김재혁 지음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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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바로전에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을 읽고 나서 페소아적 문장에 심취해 있었다.

그리고나서 바로 이 책의 첫 페이지에서 다시 페소아의 글을 만나게 된 것이 마치 운명처럼 책의 고리를 엮은 것이다.

 

독자인 나로서는 무척 신기하면서도 무언가 연결고리를 찾는다는 그런 즐거움을 기대하지 않을수 없다.

 

릴케는 시인으로서 워낙 유명하기에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지만 그의 동시대 사람들과의 인연을 알게 되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사실 유명한 작가나 작품일수록 익히 다  아는 것처럼 착각을 해서 오류를 범하기 쉽다. 오히려 제대로 작품을 끝까지 읽은 사람은 많지 않은 경우가 흔하다.

 

<어제의 세계>의 작가인 오스트리아 태생의 슈테판 츠바이크와 동시대를 살았던 릴케와의 일화나 오스트리아의 천재시인 후고 폰 호프만스탈과의 비교는 내게 있어 흥미로움을 가져다 주었다.

 

이 책은 7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릴케의 독서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관심을 가질수 밖에 없는 내용들이다. 그가 좋아했던 작가들은 야콥센, 휠덜린, 도스토옙스키, 몽테뉴, 플로베르, 괴테, 에머슨 등의 책들을 읽어 왔다.

 

릴케도 독서를 텅해 현실의 각박함과 고독을 달래었던 것이다. 그는 독서를 통해 사물의 깊이와 현상을 표현하고 체험하여 형상시를 탄생시킨다.

 

불안과 고통으로부터 시인은 예술작품을 완성한다는 것을 <말테의 수기>와 <두이노의 비가>에서 보여주고 있다.

 

사실 두 작품 모두 읽어 보지 않고 이 책을 읽다보니 두 작품을 꼭 읽어 보고 다시 이 책을 읽으면 훨씬 느낌이 남다를 것이다.

 

릴케가 고흐의 편지글을 읽으며 그토록 감동했던 것도 아마 고흐의 예솔적 고뇌와 진실된 삶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2부에서는 시쓰기의 비밀, 릴케의 성장과정을 보여준다. 부모의 이혼과, 불행했던 어린시절, 군사학교의 악몽 등 릴케의 고통스런 삶이 문학 속에 스며들어가 삶의 고민을 함께 하는 진정성과 겸허함이 우리를 위로해 준다.

 

또한 릴케의 연인이자 어머니같은 존재인 루살로메와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니체의 청혼도 거절했던 루 살로메의 마음을 사게 한 시 <내 눈빛을 꺼 주소서>는 아주 인상적이고 열렬한 사랑이 느껴진다.

 

이 시를 받은 루 살로메는 진정 사랑받는 여인으로서 어찌 그 사랑을 거부할 것인가! 

 

 

 

내 눈빛을 꺼주소서, 그래도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아주소서, 그래도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의이름을 부를수 있습니다.

 

내 팔을 부러뜨려주소서, 나는 손으로 하듯

 

내 가슴으로 당신을 끌어안을 것입니다.

 

내 심장을 막아주소서, 그러면 나의 뇌가 고동칠 것입니다.

 

내 뇌에 불을 지르면, 나는 당신을

 

피에 실어 나르겠습니다. 

 

릴케는 젊은 시인 지망생 카푸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아주 겸손하게 조언을 해준다. 그중 인상적인 것은 무언가가 훌륭한 까닭은 그것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릴케가 말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릴케의 묘비명에서 릴케와 장미와의 관에서  장미는 릴케 자신의 분신이기도 하며 시인의 존재를 뜻한다. 한 송이 장미는 시 그자체다.

 

요즘처럼 독자가 글쓴이에게 감사함을 느끼기란 흔치 않은데 무엇보다 릴케의 시와 그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도록 너무도 세심하게 정성들여 자료를 수집하고 엮어내어 읽는 내내 글쓴이에게 감사함을 느낀것은 최근들어 드문 일이라 더욱 가치있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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