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가슴에 파문이 일 때 (외) 범우 사르비아 총서 615
루이제 린저 지음, 홍경호 옮김 / 범우사 / 200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잔잔한 가슴에 파문이 일때/바르샤바에서 온 얀 로벨

루이제 린저/홍경호 옮김/범우사(1999.11.25, 2판1쇄) ,273쪽

마침내 육중한 문을 열고 샘물 곁에 앉아 고요하고도 맑은 물을 들여다 보며 전율했다. 조그만 돌맹이를 들어서 유리같은 수면에다 던졌다. 유리처럼 맑은 파문들이 소리없이 물위에 번졌다가 되돌아오면서 교차하고 이상스럽지만 법칙에 따른 무늬를 이루었다. 나는 비로소 알았다. 앞으로 나의 생애를 이끌어갈 것은 뒤엉키고 어두컴컴하며 괴로움에 찬 인간적인 격정이 아니라는 것을. 맑고도 냉엄한 정신의 법칙이 바로 나의 생애를 끌로 가리라는 사실을 비로소 비로소 알게 됐다.(203)

루이제 린저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고등학교라는 부담감과 새로운 셰계에 대한 낯선 감정이 뒤섞여 있을때 

같은반 아이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우연히 자기가 좋아하는 작가가 '루이제 린저'라고 했을때 왠지 내 친구가 될 것같은 예감이 들었다.  우연인지 몰라도 나도 그당시 루이제 린저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들고 있던 시기였다.

그당시 나이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저명한 작가로 흔히 알고 있는 헤세, 톨스토이, 도스또옙스키 등의 이름대신 루이제 린저를 말했다는 것은 -물론 루이제린저가 알려진 작가가 아니라는 것은 아니지만 - 무언가 남다르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당시 루이제린저의 작품들중 <생의 한가운데>, <완전한 기쁨>을 삼중당 문고판으로  읽으면서 그녀만의 매력에 빠져 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 무언가 알수 없는 어떤 전율을 느꼈던 것 같다. 사색적이고도 섬세한 표현이 내가 말로 표현할수 없었던 것을 대신 말해주는 듯했다.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그 시절을 회상해 보았다.

불확실한 미래에 불안해했고, 자신이 무얼해야 할지 막막한 것과 어떤 사람이 될지 설레임과 두려움이 지배했던 시절이었음을 지나온 지금에서야 되돌아 볼수 있었다.

이 작품은 루이제린저의 첫작품이자 출세작으로 헤세자신이 <데미안>과 비견할 만한 작품이라 했다.

<데미안>의 주인공이 '소년'인 반면 이 작품의 주인공은 그보다 더욱 섬세하고 감수성 많은 젊은 '소녀'라는 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

그 밑도 끝도 없는 슬픔을, 앞으로 다가올 날의 전조로서 받아들일 수가 있었을 것이다. 그 슬픔은 점점 두터워져서 어떤 뚜렷한 것으로 굳어가는 것을 역력히 느낄수가 있었다.(28)

세월은 정적과 아름다움, 경건함과 고독으로 틀이 잡혀 갔다.(36)

높은 곳에 앉아서 언덕과 언덕으로 이어진 텅텅 빈 가을 들판을 바라보는 맛이었다. 먼 곳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여름은 정말로 가버렸구나 하는 실감을 가슴 구석까지 느낄 수가 있었다. 달콤하면서도 괴로운 가을의 느낌이었다.(94)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며,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전부이다"(에리나 선생)/130

그런 행복감은 너무나 완전해서 삶은 우리를 한번도 속이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느낀 것은 이상스러웠다. 따지고 보면 우리들은 그렇게 행복한 게 아니었으며 단지 숨도 쉴 수 없는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어렵게 살아왔던 것이다.(24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