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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과 책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정경원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 작가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1899~1986)/정경원 옮김
- 작품 :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열기>, <정면의 달>, <영원한 장미>, <불한당들의 세계사>, <픽션들>, <심문>, <알렙>, <세익스피어의 기억>, <모래의 책>, <칠일밤> 등
- 1st reading : 2011.3.7
시황제는 자신의 제국이 덧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 제국에 장벽을 둘러치려 했고, 책들이 성스럽다는 것을 알았기에, 즉 책들이 우주 혹은 각 개인의 양심이 가르쳐 주는 모든 것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책들을 없애 버리려 했을 것이다. 장서를 불태우는 것과 만리장성을 축조하는 행위는 비밀리에 서로를 무효화시키는 작용일지도 모른다.(15)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여러 작가들에 의해 언급되었던 보르헤스에 대해 호기심이 생겨 그의 책들을 찾아다 놓았다.
나의 경우는 어떤 작가가 눈에 들어오면 우선 그의 책들을 찾을수 있는데까지 헌책방을 뒤져서라도 내옆에 있어야 마음이 놓이는 아주 고약한 성격이다. 그중 한권이라도 절판되거나 구할수 없을 경우에는 마치 연재소설이나 만화의 어느 한권이 빠진 것처럼 읽다만 것같은 생각이 들어서다.
그럼에도 그토록 책을 찾고나서는 당장이라도 읽어야 할텐데 잠시 미루어 두게 된다.
이런경우는 나자신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어쨌든 책을 모두 갖추었다는 일종의 안심이 가져다 주는 여유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책들의 방대함에 어느 책부터 손을 대야할지 잠시 지켜보고 싶은 그런 면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러다 약 일여년간의 시간이 흐르면서 한권의 책을 꺼내 읽게 된다.
이책은 여러 책들과 그 작가에 대한 그의 평론이 아주 흥미롭다.그의 독특한 문장들과 난해함이 가져다 주는 혼돈 속에서 어떤 알수 없는 표현하기 힘든 쾌감을 느꼈다. 나로서는 도저히 감히 표현하기도 어려운 작품에 대한 심오한 견해와 작가들의 특성을 너무도 잘 파악하고 있다는 것에서 놀라움과 동시에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주눅들게 했다.
사실 그가 언급한 작품을 읽지 않고 읽어서 그런지 나는 미쳐 파악하지도 못한 것들을 언급하고 있어서 아쉬웠다.
그가 언급한 책들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본다면 조금 더 느낌이 와닿을 거라는 생각이든다. 그러자면 얼마나 많은 책을 읽어야 하는지 아득하다.
그동안 책을 읽고 이곳에 써왔던 것들이 나를 무색하게 했다. 사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감도 안되지만.
그가 언급한 수많은 거의 읽지 않았던 책들을 찾아보니 약 20여권이나 된다.
이렇게 한권의 책에서 20여권의 가지를 치다니 내게는 책으로 만리장성을 쌓게 될것 같다.
그중 나의 이목을 끌었던 작가들은 토머스 드퀸시(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 이탈노 칼비뇨(나무위의 남작), 비오이 카사레스(모렐의 발명, 러시아 인형), 체스터튼(목요일이었던 남자), 윌리엄 벡퍼드(바테크), 조지웰스(마술가게) 윌리엄 허드슨(보랏빛 대지)등이였다.
그중 조지웰스는 보르헤스가 도서관의 책들중 가장 마음에 든, 제일 처음 읽은, 생애 마지막으로 읽게 될 책들인 <타임머신>, <달나라에 간 최초의 인간>, <원반이야기>, <닥터모로의 섬>이라고 했는데 이 책들도 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최근에 바다출판사에서 보르헤스가 작품들을 추려내서 바벨의 도서관 10권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책을 읽자마자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책이 나와서 출판사에 감사인사라도 하고 싶다. 앞으로 계속 출간될 것이라 하니 기대가 된다.(참고로 출판사와는 아무 연고가 없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