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무라카미 류 지음 / 예하 / 1990년 9월
평점 :
절판


우리가 그리워하는 세계는 무엇인가?

눈부신 정신의 세계인가, 아니면 육체를 지쳐 쓰러지게 하는 無의 세계인가?

우리가 현실의 이 세계와 타협하기를 거부했을때, 이 세계와 공범이 되기를 거부했을때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때로 뜨거웠던 몸의 열기가 식어가고 갑자기 머리 속이 텅 비어 버릴때면 우리는 문득 어떤 세계가 그리워진다.

그 세계는 시간도 아니고 공간도 아닌 어떤 세계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의 세계.......

그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의 세계를 우리 자신이 비추고 싶다.

 

이 책은 제목이 가져다 주는 어떤 느낌에 끌려서 읽게된 책이다.

나는 맑고 투명한 그 어떤 것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책을 읽기 전까지의 전조에 불과했다.

이 책은 24살의 무명화가였던 무라카미류가 일본 문단에 등장하여 [군상]지 신인상과 아쿠타가와 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품으로 1990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옮긴이는 안재찬(류시화)이 번역하였다.

이 책에 등장하는 류, 릴리, 오키나와 등의 인물들은 사회로부터 환영받지 못한 마약중독자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읽었던 그 어떤 책보다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 읽는 동안 끝까지 읽어야 할지 망설이게 했지만 끝내 작가가 이야기하는것은 그런 충격적인 이야기보다는 사회가 요구하는 것과 타협하지 못하고, 공범자가 되기를 거부한 젊은 세대가 느껴야 하는 절망을 이야기하고자 햇다.

스무살 중반의 나는 과연 어떤 꿈을 가졌는지 기억이 가물하다. 그렇다고 사회에 대한 부조리에 대해서 타협하기보다는 방관자적인 삶을 살아오지 않았던가.

지금도 그렇지만 사회의 종교나 도덕이나 정치가 젊은 세대들에게 아무것도 주지 못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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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히 젖은 바깥 풍경은 우수에 차 있다. 풍경의 윤곽은 빗방울에 가려 가물거리고, 인간의 목소리나 자동차 소리는 계속 떨어지는 은빛 비늘들에 의해 모서리가 깍여 나간다(87)

 

류, 당신은 이상한 사람이에요. 불쌍한 사람이구.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여러가지 일들을 왜 보려고 하지 않죠?

말로 잘 표현할 수는 없지만, 정말 마음 속으로 즐긴다면 그때는 무엇을 찾는다거나 생각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무엇인가를 보자, 보아야 겠다고 작정을 하곤 해요. 마치 모든 것을 기록해 두었다가 나중에 그것을 연구하는 학자처럼 말예요. 어린애 같아요. 어릴때는 무엇이든지 보려고 하잖아요?  거리를 지나는 사람의 눈을 가만히 지켜보란 말예요. 곧 기분이 이상해질 테니까. 사물을 언제까지나 어린애처럼 바라보아선 안된단 말예요.(88)

 

무엇때문에 인도로 가지 않으면 안되는 거지? 인도 같은 덴 갈 필요가 없어. 가고 싶은 곳이라곤 없어.

요즈음엔 말야. 창에서 혼자 바깥경치를 내다보곤 해. 비나 새 따위를, 아니면 단지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이라든가 계속해서 보고 있어도 재미가 있어. 사물을 보아 둔다고 하는 것은 이런 뜻이야. 최근엔 어찌된 셈인지 경치가 몹시 신선하게 보여(144)

 

릴리, 나 돌아갈까? 어딘지 모르지만 돌아가고 싶어. 틀림없이 미아가 되었어. 좀더 서늘한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나는 옛날에 그곳에 있었어 .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 싱그러운 냄새가 나는 나무밑과 같은 곳 말이야.(178)

 

릴리, 저게 새야, 잘봐, 저 도시가 새야. 저건 도시가 아니야. 저 도시에는 사람따위는 살고 있지 않아. 저건 새야, 새를 죽이지 않으면 안돼. 새를 죽이지 않으면 나는 내 일을 이해할수가 없어. 새가 방해하고 있어. 내가 보려고 하고 있는 것을 나에게 감추고 있어. 나는 새를 죽이겠어. 새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음을 당해. 릴리, 어디 있는 거야? 같이 새를 죽여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181)

 

뽀얗게 보이는 물결치는 수평선과 같은, 여자의 흰팔과 같은 부드러운 곡선. 언제나 이 어머니와 같은 흰 곡선에 둘러싸여 있었던 것이다. 파가 가장자리에 묻은 유리파편은 새벽공기에 물들어 투명에 가깝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다.

나는 이 유리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스스로 저 완만한 흰곡선을 비쳐 보고 싶다고, 나 자신에게 비친 그 우아한 곡선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보이고 싶다고 생각했다.(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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