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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평점 :
alf눈(雪)을 읽는 것은 음악을 듣는 것과 같다(64)
올겨울 유난히 춥고 눈이 많이 내렸다.
지난 12월 연말을 앞둔 어느날 책장에 꽂혀 있던 이 책을 거의 일년만에 꺼내든건 그날따라 온 세상을 눈이 하얗게 덮고 있어서였다.
날씨와 책 사이에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지 모르지만 눈이 내리는 창밖풍경을 가끔씩 바라보며 읽기에 너무도 적합한 책이 아날까 싶다. 가끔 이렇게 감상적으로 책을 선택하는 것도 괜찮은것 같다.
추리소설은 어릴적에 읽은 뒤론 거의 읽지 않았는데 어른이 되어서 처음으로 읽은 추리소설이다.
이 책은 추리소설이라지만 추리소설 특유의 어떤 호흡을 멎게 하는 긴박함은 그리 많지 않다.
눈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숫자에 대한 해석이 전문가다운 수준이어서 과학 소설같은 느낌이 든다.
저자는 인간의 내면에 감추어진 어떤 이면을 바라다 볼 수 있게 해 주었으며 무엇보다 아이의 심리를 잘 들여다 보는 작가도 없는것 같다.
한 아이가 지붕에 떨어져 죽은 사건으로 이 아이의 친구이자 이웃이었던 스밀라가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고자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들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실 나이가 들면서 눈이 오면 어릴때 가졌던 신나는 기쁨보다는 걱정부터 앞서곤 했었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눈에 대한 느낌은 차갑다는 생각보다 어떤 포근하면서도 세상을 환하게 밝히는 그 무엇과도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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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보다 더 비밀스러운 사람은 없으며, 아이보다 더 절실하게 비밀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는 사람도 없다.(74)
눈에서부터 배울수 있는 한가지는 거대한 힘과 재앙은 언제나 일상 생활의 소규모 형태에서부터 발견된다는 것이다.(126)
수학의 기초는 숫자예요. 누군가 내게 진정으로 행복을 느끼게 하는게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숫자라고 할거예요.
눈과 얼음과 숫자. 숫자 체계는 인간의 삶과 같기 때문이에요. 어린이는 갈망의 감각을 발견하죠. 갈망에 대한 수학적 표현은 음수에요. 뭔가 잃어버리고 있다는 감정의 공식화...
무리수는 광기의 형태예요. 한계를 넘어선 지점까지 인간의식을 밀어붙이죠.(158)
인생을 정돈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중 하나는 갖고 있는 물건들이 점차적으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전에 빌려와 돌려줄 수도 없는 물건들로 되어버릴 때다.(161)
나는 어떤 순간도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생의 어떤 것도 단순히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가는 통로가 될 수 없다. 마치 남겨놓고 가는 유일한 것인양 매걸음을 떼어야 한다(180)
나는 구조적으로 세상에서 배울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일을 연습해왔다. 단념하는 법을, 어떤 것에 대한 희망도 버렸다.(250)
이해는 언제나 비언어적이다. 무엇이 낯선것인지 이해하게 되는 순간, 설명하려는 충동을 잃어버린다.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그 현상과 거리를 두는 것이다.(259)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면, 기다리면서도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다림은 파괴적으로 변한다.(401)
죽음이 나쁜 것은 미래를 바꿔놓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를 기억과 함께 외로이 남겨 놓기 때문이다.(415)
우리는 어둠을 존중해야 한다. 밤은, 공간이 악과 위험으로 지글지글 끓고 있는 시간이다. 어둠 속에서 소리는 물체보다 더 손에 잡힐 듯 구체적이다.(504)
가장 중요한 정보는 언제나 맨끝에 온다. 지나가는 말처럼, 곁가지처럼, 남는 여백에다 쓴 것처럼.(508)
인생이 복잡해지는 것은 우리가 선택을 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떠밀리는 사람은 단순하게 산다(509)
나는 잠에 빠진 인간의 정숙한 연약함에 경이를 느꼈다(509)
얼음은 아름다움 속에서 창조되었다. 바다는 거울처럼 잔잔하다. 바다는 천지창조의 경이를 반영하려고 기다리고 있다. 구름과 바다는 묵직한 잿빛 비단 커튼 속으로 함께 미끄러져 간다. 서리연기로 된 푸른 안개는 수면 위에서 떨어져 나와 거울을 가로질러 간다(548)
최악의 것은 분노가 아니다, 최악의 것은 분노 뒤에 있는 욕망이다. 내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나의비밀스러운 갈망이다.(552)
길은 위로 뻗어있지 않았다. 허공으로 뻗어 있었다. 끝으로 향하는 입구는 언제나 터널이다. 삶으로 향하는 입구처럼.((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