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의 일요일들 - 프랑스 현대문학선 10 프랑스 현대문학선 10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세계사 / 1991년 6월
평점 :
절판


 

몇년전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처음 읽었을때 느꼈던 기이하고도 몽환적 분위기가  한동안 나를 멍하게 했던 기억이 있다.

작가들 중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을 쓰는 작가들이 있는데 로맹가리, 카뮈, 장그르니에와 더불어 모디아노도 그중 하나이다  그러고 보니 죄다 프랑스작가이다.

그의 또다른 책을 찾아보던 중 이책의 제목<팔월의 일요일들>에서 무언가 알수없는 매력에 이끌려 찾아 보았으나 절판되었다.(이상하게도 절판된 책일수록 왜 그렇게 더 보고 싶어 안달이 나는지 그 이유를 알수 없다)

그래서  혹시나하고 찾아간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을때 다른 사람의 눈에 띌까 싶어 혼자 보물을 발견한 사람처럼 조용히 도망치듯 집어 들고 온 책이다.

이 책은 1986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아카데미 공쿠르의 작가 프랑스와 누리시에의 표현을 빌리자면 <거의 완벽한 소설>이라고 극찬을 했다고 한다.

글씨가 너무 작아서 읽기에 좀 불편했지만 어디 그게 대수인가 내 손안에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난 충분히 행복했다.

그의 책들은 어떤 하나의 기조를 이룬다. 조각조각난 사건들, 사물들이 안개 속으로 사라지듯 묻혀버린듯한 풍경들, 그 풍경들 속에서 잃어버린 그 무엇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내가 소설 속으로 들어가 책의 내용이 되어버린듯 책을 살고 있는 듯하다.

이 소설은 재미있는 사건과 행동으로 짜여진 서사적이야기라기보다는 나직하게 흘러나오는 쉬는데가 많은 옛노래, 군데군데 가사가 끊어지고 지워진 노래들, 잊은줄 알았는데 다시 들으면 불현듯 저 깊은 곳을 울리는 현처럼 마음을 흔드는 노래와도 같다.

우리는 이미 지나가 버린 아름다운 청춘의 모습을 그리워하듯 잃어버린 그 무엇을 찾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밑줄>

저녁 어둠이 내리고 있었고 또렷한 그림자의 윤곽을 만들고  있는 그의 실루엣이 내 앞에 영원한 바다를 배경으로 부각되어 있었다.(22)

 

내가 두려워 하는 것은 봄철이다. 매번 봄은 바다 밑에서 갑자기 솟구치는 큰 파도처럼 오고 매번 나는 이러다가 뱃전의 저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것이나 아닌가 하고 자문한다.(37)

 

그때 나는 아직 오늘 저녁처럼 한낱 유령은 아니었다. 이제 우리는 곧 모든 것을 잊어버리게 될 것이며 이 낯설은 도시에서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으리라고 마음 속으로 되뇌이곤 했었다.(37)

 

결국에 가서는 모든 것이 다 한데 섞여서 서로 분간할 수가 없게 되었다. 과거의 여러가지 영상들이 가볍고 투명한 무슨 반죽으로 이겨놓은 듯 한데 뒤엉킨다. 반죽은 늘어나고 부풀어 오르고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무지개빛 풍선모양이 된다.(47)

 

나는 언제나 그런 종류의 사진들을 반드시 찾으러 가곤 한다. 우리들이 행복했던 어느 한 순간 햇빛 밝은 어느 오후에 산책하던 그 덧없는 한순간으로부터 훗날까지 남게 되는 그 자취들을 말이다.(82)

 

꿈이라고? 그냥 손으로 거머잡을 수 있을 만큼 껄껄한 구석이라곤 한군데도 없이 우리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옳을지 모르겠다.  우리들은 회전벨트에 실려서 앞으로 나아가고 거리들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고 있었다.(97)

 

왜 어떤 사람들은 길의 시멘트 바닥에다 대고 비비고 또 비벼도 발바닥에 딱 달라붙어서 도무지 떨어질 줄 모르는 츄잉껌 같은 것인가?(111)

 

내 앞에는 모든 것이 꽉 닫혀 있었다. 내가 미끄러져 들어갈 수 있는 작은 틈하나도, 조그만 접촉점도 찾을 수 없었다. 돌이킬 수 없게 모든 것에 빗장이 질려 있었다.(117)

 

내가 그 사진들을 들여다보지 않은 지 벌써 오래 되었다. 나는 그것들의 세세한 구석구석을 골고루 들여다보면서 모든 것의 시초가 된 그 정경들이 또다시 내 마음 속에 스며들도록 했다. 지금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었던 그 사진들 중 하나는  내 마음 속에 공포감과 매혹이 뒤섞인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켰다.(132)

 

태양의 향기에 젖은 사람들 속에 파묻혀 사는 그 순간만큼 우리가 행복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 팔월의 일요일들에는 우리와 다른 사람들을 분간하게 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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