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보다 긴 하루 열린책들 세계문학 44
친기즈 아이트마토프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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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의 육신이고

이 말은 나의 영혼이다

그리고르 나레까치 [슬픔의 책] 10세기


지인에게서 받은 책선물로 친기즈 아이뜨마또프와 처음 만나는 계기가 된 책이었다.
작가의 이력을 보니 끼르끼즈공화국에서 태어나 아버지의 처형후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6년의 정규교육밖에 받지 못했으나 서기로 일하면서 자신의 작품을 쓰기 시작했다.
나의 경우 어떤 책을 읽기전에 작가의 이력을 먼저 보는데 그것은 작가와 글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백년보다 긴 오랜 시간 책내용을 정리하지 못했다.
그렇다.  한동안 내 머릿속에는 불모지인 중앙아시아의 노란 스텝지대가 광대하게 펼쳐져 있고, 사로제끄의 간이역에는 기차들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지나가는 영상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30년이상을 같이 일한 동료의 장례식을 치루기 위해 아나-베이뜨묘지까지 가는 하루에 걸쳐 일어난 여정을 그리고 있다.
그는 묘지를 향하여 가는 동안 그가 지금까지 살아온 여정들을 회고하고 있다.

아내가 아닌 동료의 아내를 사랑하면서 마음 속으로 수없이 갈등을 느끼는 예지게이,  자신의 딜레마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한 그는 혼란스럽고 괴로움에 낙담해 한다.

그가 느끼는 혼란이 오랜기간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과도 같이 운명처럼 느껴졌다.
이 책에서는 사로제끄의 전설인 머리에 시리를 씌워 무시무시한 고통을 주어 기억을 말살시키고 이성을 파괴하여 자신을 인간으로 인식할 수 없게 노예로 만들어버린 <만꾸르뜨>에 대한 전설이야기가 등장하는데 너무도 잔인하고 인간이 저지를수 있는 한계를 보는것 같아 가슴이 아팠다. 

또 한가지 전설은 음유시인인 라이말리-아가와 젊은 처녀 베기마이와의 운명적인 사랑이야기는 예지게이의 자리빠에 대한 사랑처럼 비극적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운명이란 그런 것이었다.  인생행로에서 두 여행자가 같은 길을 가다가 주위를 한번 둘러본 것뿐이라는것... 그리고 그들은 계속해서 자기의 길을 가고 있었다는 그것뿐이었다.

어떤 특별할 만한 사건이 없는 운명인데도 사람을 더 단단히 조이고 벗어날수 없게 몰아가는 것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되는 운명과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은 어떤 피할수 없는 운명 앞에서 어느 것도 선택하지 못하는고독한 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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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를 만나 털린데도 모든걸 다 잃진 않아. 그건 복구할 수기 있어. 하지만 영혼이 짓밟혔다면 그걸 다시 원래대로 되돌릴 수는 없어(88)

생각은 생각에 연이어 떠올랐다. 마치 바다에서 차례차례 밀려오는 파도처럼.(120) 


 그 간이역으로 찾아든 사람들에게 너무 많은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무슨 이유오 인생의 쓴맛을 다 본 것이 분명한 사람들을 더더욱 비참하게 몰아가야 할까?(122)

노래란 그 하나하나가 온전한 한 페이지의 역삽니다(180)

지는 해가 한 폭의 완벽한 풍경화와도 같은 인상을 주고 있었다. 드넓게 펼쳐진 공간에서 희미하게 흐르는 푸름이 영혼을 사로잡고 생각을 고양시켰던 것이다(180)

기억이란 과거에 언젠가 일어났던 일이며 현재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은 이미 일어났던 어떤 것만을 기억할 수 있을 뿐이다(207)

이제 과거는 잊히고 사라질 시간이었다. 그러나 무엇이 잊히고 또 무엇이 잊힐 수 없는지는 오직 신만이 알 일이었다.(346)

편지를 받기 이전의 삶은 모두 사라져 버렸고, 바다에서 보이는 해안처럼 희미한 안개에 가려 있었다.(356)

한편으로 이따금씩 무더기로 피어 있는 주홍색꽃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눈 덮힌 장엄한 산맥과 더불어 드넓게 펼쳐진 푸른 대지가 손에 넣을수 없는 갈망들로 그의 영혼을 들어 올렸다가 쓰라린 각성으로 끌어내렸다(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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