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0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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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정기구독 잡지를 통해 알게된 <내인생의 책한권>이란 코너에서 소개된 이 책의 제목을 보고는 바로 구입해 읽었던 책이다

그때 책 첫페이지에서 나는 이미 예감을 했다 이 책을 다 읽을때까지 덮지 못하리라는 것을....

기억 상실증에 걸린  한남자가 자신의 과거를 추적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미셀 푸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비슷한 느낌의 전개가 이어진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어떤 장소, 사물,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을때 느끼는 안개에 싸인듯한  

희미한 기억들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억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잊고 싶은 기억일수록 더욱 또렷해지고, 떠올리고 싶은 기억일수록 더욱 흐릿해지는 기억들

작가는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기억을  하나하나 찾아서 더듬어 가듯이 길을 떠나게 된다.

퇴락한 거리, 스산한 광장, 인적없는 골목, 마른풀꽃 냄새와 안개낀 숲의 나무 향기가 나는 듯한  

마치 한편의 옛날영화를 보듯 소설로  빠져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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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속 밑줄>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날 저녁 어느 카페의 테라스에서 나는 한낱 환한 실루엣에 지나지 않았다.(12)

(첫 페이지 처음 한줄에서 나는 그만 숨이 막혔다 (좋은 책의 첫 한줄이 전체를 좌우하는구나 라는 생각을 처음하게 하던 책) 


수천수만장의 바캉스 사진들 뒤쪽 한구석에 서서 그는 즐거워하는 사람들 그룹너머 저 너머에 수영복을 입은채 찍혀 있지만 아무도 그의 이름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며 왜 그가 그곳에 사진 찍혀 잇는지 알수 없다 나는 그 '해변의 사나이'는 바로 나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모두  '해변의 사나이'들이며 모래는 우리들 발자국을 기껏해야 몇 초동안 밖에 간직하지 않는다(89)

 
우리가 저 아래 눈 위로 선명하게 드러나 보이던 그 마을을, 마치 성탄절 때 진열장 안에 만들어 놓은 장난감들처럼 조그만 마을의 정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던  그 맑은 밤들을 다시 살아보고 싶었다. 그런 밤이면 모든 것이 단순하고 걱정없어  보였고 우리는 미래를 꿈꾸곤 했다

지평선을 가로막는 그 산들보다 더 절망적인 것은 없었다. 엄청난 당혹감이 나를 사로 잡았다.  오히려 나는 어떤 거리감을, 풍경에서 오는 어떤 정밀한 슬픔을 느꼈다.  그런데 그풍경 속에서 우리는 무었인가?(273)


저녁 어둠이 내렸다. 그 초록빛이 줄어들어감에  따라 함수호의 빛이 흐려져 갔다.  물위에는 아직도 희미한 광채를 내면서 보랏빛 감도는 그림자들이 스치고 있었다(303)

 
한 어린 소녀가  황혼녘에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해변에서 돌아온다. 그 아이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계속해서 더 놀고 싶었기 때문에 울고 있다...그녀는 벌써 길모퉁이를 돌아 갔다 그런데 우리들의 삶 또한 그 어린아이의 슬픔과 마찬가지로 저녁속으로 빨리 지워져 버리는 것은 아닐까?(304)

(이 장면이 왠지 영화의 한장면처럼 슬프면서도 아릿하게 느껴진다  나의 삶도 빨리 사라져 버리는 것에 아쉬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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