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산도르 마라이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솔출판사(1판 16쇄 2010.2.1), 286쪽

<산도르마라이> : 헝가리 제국령 소도시 카샤우에서 태어남. 저서로는 어느시민의 고백, 열정, 에스터의 유언, 바람은 서쪽에서 불어온다, 정신의 망명 등

"어디로 떠밀려 가든지 나는 헝가리 작가로 남아 있을 것이다" 라고 말한 산도르 마라이는 헝가리에서 태어났지만 독일로 망명해서도 헝가리어로 글을 쓴 작가이다.

1942년 발표된 열정을 60년의 세월이 훨씬 지난 지금에서야 읽게 된 책이다.

제목처럼 숨막히는 긴장감이나 불타는 감정의 동요는 없었지만 죽음을 앞에둔, 인생에서 모든 경험을 체험한 노인이 들려주는 영원히 불타오르는 정열이란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책이었다.

어렵거나 난해한 책이 아니었음에도 나는 이책을 천천히 읽었다.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에도 아직도 무언가 남아 있을거 같아 다시 한번 훑어 보았다. 그제서야 이책은 줄거리보다는 전생애로 읽어야 함을 알았다.

그래서 이 책은 내 기억이 퇴색되고 흐릿해져갈 무렵에 다시 읽기로 했다.

책을 읽어나가는 초반에는 유모 니니의 예사롭지 않는 묘사에 이끌려 니니와의 이야기가 펼쳐질줄 알고 기대하며 읽어나갔다.

배경과 인물에 대한 산도르 마라이의 표현은 그만큼 섬세해서 마치 풍경 속으로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린시절 24년간 형제처럼 지내던 친구 콘라드가 헤어진지 41년만에 다시 해우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헨릭은 41년간 친구와 부인에 대한 끝없는 의문과 질문으로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하룻밤동안에 나눈 대화체의 이야기로 대부분 헨릭이 독백하듯이 말한다.

사건은 어느날 사냥을 나갔다가 친구 콘라드가 자신을 총으로 쏘려했다가 그냥 말없이 사라지고 , 그와 더불어 아내 크리스티나와 친구와의 부정을 알게된다. 동시에 친구와 아내로부터 배신을 당한 헨릭은 아내가 죽기까지 별거에 들어가고, 혼자서 의문을 품고 살아간다.

결국 헨릭이 41년만에 만난 친구 콘라드에게 묻고 싶었던 것은 자기를 죽이려 했었는지와 아내와의 관계에 대해서 보다는 영원히 불타오르는 정열에 우리 삶의 의미가 있는지 묻고자 했다.

솔직히 나로서는 좀 이해할수 없는 것이지만 그만큼 시간이 흐름에 따라 증오나 복수심도 흐릿해져가고 결국에는 전생애가 모든 질문에 대답을 한다는 것이다.



<밑줄>

일생동안 준비를 하는 것이 잇다. 처음에는 당황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복수를 계획한다. 그리고 기다린다. 그는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당황이 언제 복수심과 기다림으로 바뀌었는지 그 자신도 알지 못했다. 시간은 모든 것을 간직한다. 그러나 동판에 인화한 해묵은 사진처럼 빛이 바랜다. 그렇게 시간과 더불어 인간의 기억은 퇴색한다. 그러나 어느날 어딘가에서 빛이 비치고, 다시 얼굴이 뚜렷이 보인다.(23-24)

풍경이 불러 일으키는 고독과 우수가 전에 없이 그의 가슴 깊숙이 젖어 들었다. 그들을 맞아 들이는 풍경이 바로 그들의 운명이라는 것을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느꼈다.(30)

위협적인 북방의 군대가 진지를 포위하듯이, 눈이 성을 격리시켰다. 밤이면 노루와 사슴이 숲에서 나와 달빛 비치는 흰눈 속에 서 있었다. 성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듣는 그들의 눈이 신비하게 푸른 빛으로 빛낫다(30)

집은 모든 것을 품고 있었다. 집은 죽은 자들을 향한 추억도 품고 있었다. 추억은 여기저기 곰팡이 핀 방 구석구석에 숨어 있었다(34)

젖은 하늘의 지저분한 장막 속으로 비스듬히 솟구쳐, 이해할수 없는 다른 운명의 비밀을 알리는 듯하는 높은 굴뚝과 치솟은 지붕들이 눈에 들어왔다(35)

바람이 노래하고, 세월에 씻긴 바위 사이에서 파도가 일렁었다. 붉은 암석들이 바다 위로 치솟아 있었다(39)

콘라드가 사랑하는 음악은 망각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안에 있는 정열과 죄의식을 자극했다. 그것은 인간의 마음과 의식 속의 삶이 더 진실이기를 원했다(70)

중요한 문제들은 결국 언제나 전 생애로 대답한다네(155)

말은 되돌아 오는 법이네. 모든 것이 되돌아 오지. 사물과 말은 돌고 돈다네. 이따금 전세계를 돌고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와 완성되지(197)

모든 입맞춤이 그렇듯이 이것도 하나의 대답이다. 말로는 표현할수 없는 물음에 대한 어설프고 다정한 대답(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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