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이닝 걸 은그루 웅진책마을 121
황지영 지음, 이수빈 그림 / 웅진주니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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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도, 관심사도, 장기 자랑에 나선 목적도 다른 네 명의 울퉁불퉁’,

별 탈 없이 무대에 설 수 있을까?

 

블랙홀이 만들어 놓은 허상, ‘샤이닝 걸을 원하는 이들의 시선과, 일주일 연습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울퉁불퉁 팀의 춤 실력 사이에서 고뇌하는 그루의 모습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투영해 본다. 제각각이던 울퉁불퉁 팀이 서로의 자리와 동작을 익히며 샤이닝 걸의 무대를 마침내 멋지게 완성했듯, 샤이닝 걸 은그루는 자기의 보폭과 발걸음으로 스스로가 주인공인 무대를 향해 한걸음씩 내딛기 시작한 그루, 라희, 아연, 세완의 빛나는 성장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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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에는 두 종류의 아이가 있다. 교실에 들어섰을 때 친구들이 먼저 반겨주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 그루는 그렇지 않은 아이였다.

 

교실에는 또 다른 종류의 아이가 있다. 교실에서 아이돌 춤을 출 수 있는 아이와 출 수 없는 아이. 그루는 출 수 없는 아이였다.

 

내가 진짜 할 수 있을까?’

이미 장기 자랑에 나간다고 했고, 곡까지 정했는데도 두려운 마음이 몰려들었다.

 

그루는 조심스럽게 돌멩이를 주워 들었다.

우와!”

검어도 너무 검었다. 살면서 이런 검은색은 처음 봤다.

만져 보면 울퉁불퉁한 느낌이 나는데, 눈으로 봤을 때는 너무 검어서인지 입체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손바닥에 검은 구멍이 뚫린 것처럼 보였다.

 

쉬는 시간이 되자 교실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다. 아이들이 자꾸 그루에게 말을 걸었다,

 

존재감이 없던 그루가 갑자기 교실의 중심이 되었다. 그루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춤이 이렇게 재밌는 줄 몰랐어.”

아연이가 그룰르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연이 키는 그루 어깨에 닿을까 말까 했다.

정말 재밌지? 난 원래 춤 좋아했는데 이번에 새로 깨달은 게 있어.

혼자 추는 춤도 좋지만, 같이 추는 춤이 훨씬 재밌다는 거야.”

 

주머니에 작은 돌 하나 꺼냈을 뿐인데 커다란 무언가가 사라진 것처럼 마음이 허전했다.

교실에 들어섰지만 아무도 그루를 바라보지 않았다. 반겨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블랙홀이 있기 전처럼.

아이들은 시하 자리에 모여 있었다.

 

카톡 알림음이 울렸다. 시하였다. 시하는 영상 링크를 보내왔다.

이거 보고 마음 바귀면 연락해. 내가 보관해 줄 수 있어. 네가 달라고 할 때 언제든 돌려 줄게.

그루는 대답하지 않고 영상을 재생했다. ‘이상한 티브이 서프라이즈방송 영상, ‘검은 운석. 블랙홀의 비밀이라는 제목이었다.

 

여기저기서 그루를 향한 칭찬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제 그루는 이런 관심을 마냥 즐길 수 없었다. 아이들은 모르고 있지만, 그루가 아니라 블랙홀에게 끌리고 있을 뿐이니까. 그루는 씁쓸하고도 슬픈 얼굴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다음 팀은 이름이 재미있네요. 울퉁불퉁입니다! 무대로 올라와 주세요!”

그루는 멍하니 서 있다가 라희가 뒤에서 밀어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루가 나타나자 귀가 먹먹할 정도로 환호성이 쏟아졌다.

은그루다!”

샤이닝 걸! 은그루!”

 

그날 밤 그루는 머릿속에 블랙홀이 동동 떠다니는 탓에 자구만 뒤척거렸다. 강물에 빠져 사라진 블랙홀. 지금 머릿속에서 떠나는 것처럼 둥둥 떠올라 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 냉큼 건져 올려서..... 그루는 머리를 흔들었다.

 

그루는 다시 무대에 올라가 응원을 받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 일단 스스로를 응원하며 무대를 향해 차근차근 다가가 볼 생각이었다. 한 발 한 발 자기의 걸음으로, 울퉁불퉁 아이들과 함께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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