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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율리 체 외 지음, KATH(권민지) 그림, 배명자 옮김 / 다산어린이 / 2024년 7월
평점 :
교실에서 벌어진 샌드위치 도난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까?
지혜로운 방법을 찾아 사건을 해결하는 아이들의 좌충우돌 재판 이야기!
사회의 축소판인 아이들의 학교에서, 내 가족이나 친구, 어쩌면 내가 겪을지도 모를 부당한 일을 해결하기 위해 아이들이 직접 재판을 열고, 주어진 상황을 부단히 바로잡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담고 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관계의 갈등과 고민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공정함과 정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굳건한 용기를 주며, 괴롭힘, 부당함, 불공정함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는 단 한 권의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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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또 내 슈퍼 샌드위치를 훔쳐 간 거여?”
화가 난 마리에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번 주만 해도 마리에의 간식이 벌써 두 번이나 사라졌다.
마리에의 엄마는 매일 아침 엄청난 작품을 만들어 갈 색 포장지에 싸주셨다. 거기엔 늘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슈처 샌드위치-슈퍼 라이프!
“범죄 예방 차원에서!” 토르벤이 슈퍼걸 삼총사와마라에에게 조심스럽게 다가와 말했다. “자체적으로 보안을 강화하면 많은 범죄를 예방 할 수 있어. 예를 들어 튼튼한 자물쇠를 설치해 집을 안전하게 지킨다거나...”
클로에의 간식은 멀쩡했지만, 마리에의 간식은 사라지고 갈색 종이만 남아 있었다. 이번에는 포장지의 글자도 선명히 보였다. 슈퍼 샌드위치-슈퍼라이프! 마리에는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널브러진 배낭이 너무 처참해 보였고, 너무너무 화가 난 데다 배까지 고팠기 때문이다.
“내가 범행 현장을 딱 덮쳤어!” 토르벤이 개선장군처럼 으스댔다.
“아니야, 그게 아니라...” 콘라트가 입을 뗏지만, 흥분한 마리에가 막아섰다.
“내 가방 열었어, 안 열었어?”
“연건 맞지만...”
“다시는 훔치지 마. 그러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안나가 콘라트에게 경고했다.
마침내 콘라트가 입을 뗐다. “난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어.”
그때 미키가 말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재판이야.” 다시 웅성웅성 시끄러워졌다. 아무도 미카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콘라트가 무슨 뜻인지 제일 먼저 알아차렸고 수업 때처럼 손을 번쩍 들었다. “변호사, 검사, 판사가 있는 제대로 된 재판을 말하는 거야?”
마리네는 판사가 해야 할 말을 열심히 암기했다. 법정에서 판사가 무슨 말을 어떻게 하는 지 인터넷에서 검색했다. 판사가 법정에 들어서면 모두가 일어나야 한다. 그것부터가 벌써 꽤 멋진 일이었다. 그 다음에는 판사가 사람들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말하고, 재판을 알린다.
“피곤 콘라트 씨, 슈퍼 샌드위치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콘라트가 고개를 저었다. 변호인 미카가 콘라트에게 조언했다. “네가 훔진 게 아니라면, 사실대로 말해도 돼!”
콘라트는 더욱 완고해졌다. “싫어요. 난 진술하지 않아도 됩니다.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어요!”
맞는 말이다. 변호인이 불쑥 손을 들었다.
“요구 사항이 있습니다! 마리에 판사를 거부합니다. 기피 사유는 편견입니다.”
사진을 컴퓨터 모니터에 띄운 다움 마리에의 가방과 콘라트의 손 부분을 크게 확대했다.
“편지!” 미카는 손바닥으로 자기 이마를 때렸다. “왜 그 생각을 미처 못 했을까? 콘라트는 뭔가를 꺼내려던 게 아니라 집어 넣으려던 거였어!”
콘라트가 주머니에서 종이쪽지를 꺼냈다. 언제부터 주머니에 넣고 다녔는지 알 수 없을 만큼 쪽지는 해지고 지저분했다.
“마리에에게.” 콘라트가 낭독을 시작했다.
이반에 온지도 이제 194일째야. 그리고 192일부터 난 널 좋아하게 되었어. 너도 알겠지만 넌 우리 반에서 제일 예뻐. 하지만 넌 무엇보다 마음씨가 정말 예쁜 것 같아.
마리에와 콘라트는 학교가 끝나면 늘 만나서 하르트무트와 산책했다. 두 사람은 함께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고, 도움이 필요한 새나 달팽이, 지렁이 등을 종종 만났다. 마리에게 이따금 마요네즈를 바른 토스를 주었음에도. 하르트무트는 그새 살이 꽤 많이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