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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될 테야 ㅣ 상상 동시집 29
홍일표 지음, 배도하 그림 / 상상 / 2024년 6월
평점 :
풍부하고 재밌는 비유로 가득한 홍일표 시인의 첫 동시집이다. 독특하고 선명한 비유 덕에 『괴물이 될 테야』는 다양한 빛깔로 반짝거린다. 시인이 구사하는 풍부한 표현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의 세계도 어느새 알록달록하게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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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첫 동시집입니다. ‘첫’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아직 서툰 걸음입니다. 뒤늦게 만난 동시는 제 몸이 새로운 피를 돌게 하는 낯선 장르입니다. 이전에 경험할 수 없었던 설렘과 전율로 다가온 동시와 오래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4년 6월 홍일표
-지팡이
눈이 어둔 할머니는
지팡이로 땅을 진찰합니다
흙길이 어디가 아픈지
어디가 움푹 파여 상처가 났는지
지팡이 청진기를 들고 다니며
천천히 마을을 한 바퀴 돕니다
지팡이 끝에는 눈도 있고 귀도 있습니다
할머니는 땅이 다 나을 때까지
조심조심 아픈 곳을 피해 갑니다
-지율이의 선언
살찐다고
더 먹지 말란다
핫도그도 콜라도
그만 먹으란다
“엄마, 미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으로 들어간다
저녁도 안 먹겠다고 선언한다
금방 후회한다
먹으려고, 먹으려고, 먹으려고 해도 이제 먹지 못한다
내가 나를 잠가서
나는 나가지 못한다
호~
내가 넘어져 다칠 때마다
아빠가 호~ 한다
금방 안 아파진다
아빠는 뜨거운 국을 먹을 때도
호~ 한다
“아빠, 국도 아파?”
물수제비
사람들이 어떻게 알았을까
납작한 돌멩이가 새였단 걸
돌멩이 안에 새의 심장이 콩닥콩닥 뛰고 있다는 걸
감추었던 날개를 꺼내
파닥파닥 물의 이마를 치며 날아오른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