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못 유치원
문근영 지음, 심통 그림 / 보림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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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을 추켜올리며 파, , , 파이팅!” 다정한 호기심에 위트 한 스푼, <연못 유치원>

 

동시집 연못 유치원은 총 65, 전체 4부로 나뉘어져 있다. 1너희들은 어디로 갈래?’에는 시인이 포착한 자연의 다정함이 드러난 시들을 모았다. 차례대로 시를 읽다 보면 독자는 자연스러운 계절의 흐름을 따라 꽃길을 걷고, 차르르 도르르 몽돌이 구르는 소리를 듣고, 얼굴을 붉힌 가을 담쟁이와 문득 마주치게 된다. 표제작인 연못 유치원은 지나치기 십상인 자연의 모습을 다정히 살피고 공감하는 티 없이 맑은 어린이의 시선이 인상적인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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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

물 국수다

 

국숫발 매끄럽게 뽑아 올려

낭창낭창

수양버들 가지처럼 늘어뜨리더니

 

삶기는커녕

아직 마르지도 않았는데

남실남실 물에 헹구고 있다

 

성질도 참 급하다

 

무지개까지

떡하니

고명으로 걸어 놓고...

 

가을

단풍이 웃는다

방긋방긋 웃는다

 

고운 옷 갈아입고

누가누가 더 예쁘나

서로 대보며

생긋생긋 웃는다

 

그런데 억새는 운다

으악으악 운다

 

곱게 빗질해 놓은

단발머리

 

하얗게 셌다고

으악으악 운다

 

거미집

뒤지어진

우산 하나

 

나뭇가지에

걸려 있네

 

천은

어디로 날아갔을까?

 

우산 살만 남겨 놓고

 

소금쟁이

 

비좁긴 해도

물웅덩이에서

놀아야 겠다

 

어차피

바다는
간이 맞아서

 

소금 칠 일도

없을 테니

 

호루라기

힘에세다

 

호로록 불면

 

달리는 축구 선수들

 

모두 멈춰 선다

 

소나기

다다다 다다

갑자기 쏟아진다

한바탕 쏟아진다

 

이럴 땐

피하는 게 상책이다

 

엄마의 폭풍 잔소리

 

얼룩말

바코드다

온몸이

 

아무데나

!

찍기만 하면

 

가격이

나오겠다

 

우리 동네

마트에서처럼

 

시인의 말

연못 유치원을 다녀간 어린이들도 오셔서 주위 풍경을 둘러보며 추억을 새겨 보세요. 엄마 아빠도 오셔서 그동안 쌓였던 피로와 스트레스를 싹 풀고 가시기 바랍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밤낮없이 연못 유치원은 열려 있으니 누구라도 오신다면 두 팔 벌려 반갑게 맞이하겠습니다.

2024년 좋은 날

문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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