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불신 - 기부금을 둘러싼 불편한 진실
이보인 지음 / 마음연결 / 202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부 불신이 갈수록 심해진다. 어렴풋한 오해부터 중요한 내역에 대한 의심까지 스팩트럼은 다양하다. 업계 종사자는 몇몇 기부 단체의 일탈이라고 변명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사람들의 기부 불신은 이유가 있다. 기부 불신의 원인을 추적한다.

 

더욱 건전한 기부 문화를 만들기 위해, 기부자가 구체적인 기부금 사용 정보 공개를 기부단체에 요청하기위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다.

 

---

 

지금 기부단체가 기부자에게 제공하는 정보는 우리가 알아서 잘 썼으니, 우리를 믿어줘.’ 수준이다. ‘혹시 내 기부금이 직원들 술 마시는 데. 혹은 비싼 비즈니스석 출장에 쓰인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에 기부 단체들은 우리는 깨끗하니 믿어주세요.’라는 답변만 되 풀이한다.

 

국내 사업에 모인 기부금은 다양한 사업에 사용된다. 연차보고서의 분류만 봐도 크게 아동보호, 빈곤위기아동지원, 발달참여, 놀권리, 국내 인도적지원/기후위기 5가지 사업이 있다.

 

기부단체 운영비 = 일반관리비 + 모금비

하지만 기부자의 생각은 다르다. 기부자는 보통 대상자들에게 전달된 돈을 제외한 모든 비용을 운영비라고 칭한다. 기부자는 기부금 중 실제로 이웃에게 전달된 비율을 궁금해한다. 사업수행비 비율이 커서 사업이 비효율적이면 실제 이웃에게 가는 돈은 얼마 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전달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나온다. 학용품값, 간식비, 장학금처럼 수혜자에게 직접 전달된 재화나 서비스를 의미한다.

 

실제 많은 기부자들은 일부 모금비가 캠페인 비용(사업수행 비용) 으로도 처리된다고 의심한다. 물론 외부감사까지 받는 마당에 비용 분류가 완전히 잘못되어 있을 것 같지 않다. 모금이 가미된 캠패인인지, 캠페인의 탈을 쓴 모금인지는 단체들 본인만 알 것이다.

 

기부자들의 의심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은 정보공개다. 기부금 사용 과정과 결과를 기부자에게 투명하게 보여주면 된다. 기부단체는 늘 투명하게 기부금을 운영하겠다고 다짐하지만, 이 다짐이 정보 공개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 공개하는 자료는 많아졌지만, 기부 단체의 자발적인 노력이라기보다는 정부의 규제 강화 때문이었다.

 

운영비는 언제나 의심의 대상이었다. 지금의 기부금품법이 세상에 나오기 전엔, ‘기부금품 모집 규제법이 있었다. 법 이름부터 대놓고 규제라는 단어가 포함된 이 법이 명시된 모집 비용은 충격적이게도 2%였다. 심지어 이를 사용하려면, 허가권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써 있다. 그동안 얼마나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운영비를 못 미더워했었는지 알 수 있다.

 

정보공개를 독려하려면, ‘하고 싶어도 못 하는이유를 찾아내야 한다. 이책을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을 많이 한 지점이기도 하다. 기부단체들이 문제를 외면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정보 공개를 하면 오히려 기부금이 줄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지금, 이러한 믿음은 오히려 변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아이들에게 전달되는 돈이 기부금의 60%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많은 기부자들은 기부를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투명해져서 다행이다.’는 반응보단, ‘그럴 줄 알았다.’ 혹은 ‘60%도 믿을 수 없다.’ 라는 반응이 더 많을지 모른다. 정보공개는 칭찬보다는 비판을 듣는 이실직고의 과정이 될 것이다.

 

기부자들은 기부금이 어떻게 쓰일지 미리 설명하고, 그 사용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대가 온다면, 기부 시장 경쟁의 법칙이 바뀔 수 있다. 아마도 브랜드보다는 그 단체의 전문성, 아이디어, 기획력, 추진 능력, 그리고 소통 능력이 중요한 시장이 될 것이다.

 

문제는 기부자들의 납득 여부다. 기부단체의 잘못은 운영비와 사업 결정권의 필요성에 대한 기부자들을 설득하지 않은 채, 이를 실행에 옮긴 데 있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행동이라도,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지 못한 행동이라면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어려운 법이다.

기부단체의 모든 수입은 기부자들로부터 나온다. 기부는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다. 기부금은 기부자의 의도대로 쓰여야 한다.

 

이제 마지막 질문만 남는다. 과연 기부단체들은 이런 변화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기부자들은 무엇을 해야할까? 사회적으로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면서, 책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