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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서울 2 - 선악의 충돌
김민우 지음 / 북랩 / 2023년 6월
평점 :
세계는 멸망했고 살아남은 인류는 전 세계에 열두 개의 도시를 재건했다. 한반도에는 신서울이라는 도시가 지어졌고 그곳에 세계 멸망의 해야 한 소녀가 태어난다. 그녀가 태어난 도시와 같은 이름을 가진 신서울양은 17세가 되었고, 인공지능의 통제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신서울에서 태어난 그 소녀는 가녀린 몸에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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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든 사실을 감안해 보더라도 모든 생명체의 역사는 태초부터 여전히 '생존하는 것'에 가장 큰 의의를 둔 것, 과학의 잔재가 현역으로 살아 숨 쉬는 지금은 잠시 그 모습을 살며시 감췄을 뿐이지 기본적인 근본만큼은 변함이 없었다.
어떤 위대한 과학자로부터 분리되어진 내가, 제법 풍부한 지식들을 비롯해 직접ㅈ 겪어봐야지만 채득할 수 있는 귀중한 세월의 경험을 가득히 갖추게 된 건 나름의 행운의 작용이 뒤따른 일이었지만 그것만으로 온갖 기이한 변화로 가득차게 된 현 세상의 흐름을 섣부른 예단을 불허하게 했다.
기준에 있어서 전환점을 맞고 있는 세대가 어떠한 바람을 이끌어낼지 아직 아무도 알지 못했다. 다만 인간의 변화과정이 늘 긍정적인 변화를 보인 것만은 아니란 것을 지난 역사가 또렷이 증명해주고 있었다. 신서울의 진한 검은 눈동자가 무저갱이처럼 깊어졌다.
잠시 세계가 멈췄다.
서울은 자신의 구체적인 개입이 없이 이뤄지고, 심지어 변화까지 꾀하려는 기적의 능동적인 움직임에 스스로가 발현의 주제임에도 진한 생경함을 느꼈다.
어둠 외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던 나의 내면 공간에 새싹이 움터나는 따스한 봄이 찾아온다. 이어서 무더운 열기를 품은 엶이 찾아왔고, 천고마비의 신선한 가을을 지나 언젠가 꿈에서 목격했던 새하얀 겨울로... 네 개의 계절은 신서울의 말라비틀어진 토영을 바로잡으며..
필연적인 죽음에서 영영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신서울을 지배 중인 벨루가의 창립 권력자들의 가장 커다란 필생의 목적이고 영생이란 과실은 지성을 가진 이 세상 모든 생명체의 궁극적인 소망일 터.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관망만을 하는 행위는 너무나도 편하고 간단한 일이었다. 당연했던 나의 권리를 영영 찾지 못하게 되더라도, 혹환의 환경으로 변모한 바깥세상으로 내몰려 진짜 지옥 속을 나 뒹굴 바에야 차라리 조금 구차해도 따뜻한 도시 안에서 삶을 연명하는 편이더 나은 삶에 틀림이 없었다.
다른 선택지란 없다. 그것만이 나를 안전히 지켜낼 유일한 방법이었다.
이 세상은 참으로 경이롭다. 어떤 신비의 작용에 의해서인지 무수히 많은 서로 다른 생명체들을 한곳에다 조화시켜놓고, 각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사건의 진행을 이루며 불확실한 미래를 써내려갔다.
우리의 삶이 영원했더라면 절대 알 수 없었을 소중한 긴 고통의 반복 끝에 찾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야 겨우 찾아낸 가장 귀한 그것을 이리도 한심하게 잃고 싶지 않았다. 그것마저 잃어버리게 된다면 텅 빈 인형과 자신이 다를 바가 무에 있겠는가.
도시 신서우에서 인조생명체 신서울에게 주어진 역활은 처음부터 오직 그들의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 언제든 마음대로 소모해도 좋은 실험체의 배역이 전부.
신서울은 그러한 일관적인 모습을 대충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자신 또한 그간 반복되어져 왔던 수많은 기억을 반강제적으로 되찾게 됐음에도 크게 변함이 없는 이 시간의 신서울로서의 그대로의 존재를 이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