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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서울 1 - 멸망한 세상
김민우 지음 / 북랩 / 2023년 6월
평점 :
세계는 멸망했고 살아남은 인류는 전 세계에 열두 개의 도시를 재건했다. 한반도에는 신서울이라는 도시가 지어졌고 그곳에 세계 멸망의 해야 한 소녀가 태어난다. 그녀가 태어난 도시와 같은 이름을 가진 신서울양은 17세가 되었고, 인공지능의 통제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신서울에서 태어난 그 소녀는 가녀린 몸에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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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7세가 되는 소녀가 있다.
신서울 중심에서 태어난 처음이자 마지막 세대.
소녀를 탄생시킨 자는 소녀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자 지명과 같은 이름인 '서울'을 붙여줬다. 신씨의 성까지 더해 신서울.
아...., 우울하고 우울하다. 요즘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은 채로 시간을 보낸다. 눈이 닿는 곳 어디든 백색의 공간뿐이라 움직이고 싶다는 의욕부터가 완전히 상실된다. 무엇보다 지독한 '외로움'이 신서울양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신서울은 눈물을 찔끔 흘리면서도 긍정적으로 몸의 통증을 받아들였다. 고통은 자신이 폐기 되지 않았다는 직접적인 증거, 생동감의 표현이자 가장 명확한 방식을 가진 현실의 표기방식이었다.
매일같이 되뇌이고, 되뇌인다. 나의 변화에는 정해진 한계가 없다. 생각을 좁히지 말자.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를 초월하자. 자신이얌날로 여태 만들어지고 보여줬던 이 세계의 중심이었다.
연약한 소녀의 강직한 마음을 이해하기에 안젤라의 몸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부끄럽다. 새장 속에서 악의에 갇혀 지내야만 했던 어리고 나약한 저 아이조차 앞으로 이어질 삶의 방향성을 추구하고자 쓰러지지 않고 바로 섰다. 제 턱 끝까지 다가온 죽음을 비웃고서 살아남았다.
인간이되, 인간이 아닌 존재.
신서울의 상태를 점검하던 군의관 박형태 대위는 그녀의 비밀을 고작 겉면으로나마 조금 파헤쳐보는 정도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도시 속에서만 갇혀 지내던 '신서울 양'이 이제야 막 이해하기 시작한 인간의 감정은 이 세상, 아니 이 우주상 유일하게 무한이라는 단어가 허용이 가능한 만큼의 그 끝을 알 수 없는 신비의 집약 체였다.
그녀는 이들이 겪었다는 고된 삶과 역사를 머리로만 어느 정도 이해했을 뿐이지 자신이 직접 겪어보지는 못했다. 제아무리 관련 지식이 풍부하다고 해도 지옥의 수라장을 해쳐나온 사람들에게 그것을 겪어보지도 않은 자신이 옳고 그름을 멋대로 지정해줄 수 없는 노릇이었다.
'자유'를 표방할수록 개인의 행동에 간섭할 이념의 다듬질이 미약해지거나, 한정적인 강렬함밖에는 보유할 수 없게끔 강제로 꾸며지는 것이다.
비상해진 머리로 상황의 해석을 마친 신서울의 얼굴 위로 짙은 수심이 어린다. 나로 인해 죽음을 택해야 하는 저 사람들의 상황이 너무나 가엽다. 심지어 난 당신들이 바라 마다치 는 구원자가 사실 아닌데, 대체 내가. 당신들이 품은 이념이 뭐라고...
단적인 예로 분명 모두의 희망책으로 시작했지만, 억압받는 최악의 도시로 전략하고만 도시 '신서울'이 그들이 직접 만들어 이룬 탐욕의 결과물 중 하나였다.
도시를 탈출하고부터 김교수가 보관 중에 있던 지식들을 불쑥 멋대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진화를 거듭한 그녀는 도시에 있을 때처럼 인형의 무지 속에서 완전히 벗어나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의 자존감ㄴ을 확립한 상태였다.
그런데 남들과 똑같은 '인간'이라 여겼던 자신이 알고 보디 우리가 흔히 쓰는 제품들과 다를바가없는 신세였다니..
본인이 느낄 충격의 크기는 타인으로서는 절대로 헤아리기 힘든 공포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