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갔어 고대규 사과밭 문학 톡 9
최은영 지음, 박현주 그림 / 그린애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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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적 학대를 당한 사람은 마음에 상처를 입어 아프고 괴로운데 학대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렵다.

대규는 반에서 알아주는 모범생이다. 그런 대규가 전날 집에 들어오지 않고 학교에 결석을 했다. 대규는 엄마와 아빠의 정서적 학대로 인해 집을 나간 사실을 알게 되고 친구들은 대규를 찾아 나선다. 과연 친구들은 대규를 찾고, 대규가 받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학교로 돌아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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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8 "고대규가 웬일이지?" 희진이가 소리를 키웠다. 그제아 다른 아이들도 두 눈을 휘둥그래 뜬 채 희진이의 옆자리를 살폈다. "아직 안 온거야?"

 

"일찍 오셨네요." 선생님은 오 반 선생님을 뒤로 하고 대규 보모님에게 다가갔다.

 

"좀 급해서..." 대규 엄마는 목소리만큼이나 눈빛도 파르르 떨렸다

"대규가 집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

"어제 학원 수업 끝나고 집에 왔어야 했는데..."

대규 엄마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대규는 우리한테 별로 관심이 없었어. 너희들도 알잖아?" 우민이는 힐끔 담임 선생님을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불쑥 우리 반 채팅방 이야기를 꺼냈다. 우민이가 만든 우리 반 채팅방에는 대규만 빼고 아이들 열일곱 명이 모두 들어가 있었다

 

"내가 채팅방을 열겠다고 너희들한테 전화번호 쭉 물어봤잖아. 그때 딱 대규만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지 않았어."

 

"진짜로 찾아 볼 거야?"

 

예찬이가 어깨에 둘러멘 가방을 양손으로 다잡으며 희진이를 보았다. 희진이는 들고 있던 수첩을 예찬이에게 넘겼다. 수첩에는 수업 시간에 적어 놓은 글귀가 가득했다.

 

"나도 대규가 빨리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기도한다." 처음 회의실에 들어설 때와 달리 선생님은 나긋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사과하고 싶었다. 학교에서 큰소리 한 번 내지 않고, 조용히 자기 할 일만 하는 게 대규의 성격인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할 수록 아닌 것 같았다. 그걸 알아채지 못해서 희진이는 대규에게 미안했다.

 

"거기 느티나무 휴게소!" ", 넌 대규가 거기에서 하룻밤을 보냈을 거라고 생각해?" 예찬이는 짙은 어둠 속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앉아 있는 대규를 떠올려 보았다.

 

"그래도 워낙에 좋아하던 장소라니까..."

 

P.93 이번 종이에는 다른 내용이 적혀 있을 지도 몰랐다. 예찬이는 두 번째 줄무늬 종이를 펼쳤다

 

<도대체 넌 뭐가 되라교 그래?>

 

누군가를 다그치고 몰아세우는 듯한 느낌의 질문이 적혀 있었다. 순간 예찬이의 머릿속에 익숙한 목소리가 떠올랐다.

 

"대규 엄마!" "뭐라고?"

"대규 엄마가 대규한테 자주 하던 말이야!"

 

<내가 사라져 버리면 엄마는 행복할까?> 이건 대규 엄마가 하는 말이 아니었다. 대규의 말이었다. 예찬이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변희진, 빨리 대규 찾자!"

 

현관문에서 부엌으로 향하는 벽면 앞에서 대규가 액자를 집어 던지고 있었다. 깨진 액자 밖으로는 대규가 받은 상장이 튀어나왔다. 벽면에 남아 있는 액자는 여러 개였다. 모드 대규가 받은 상장이었다.

 

"밤새도록 느티나무 휴게소에 있었던 거야?" 희진이가 질문을 보탰다. 대규는 고개를 돌려 자기 엄마를 보았다. 충격받은 것 같았다. 대규 엄마는 손끝을 달달 떨며 마지막 종이를 들여다 보았다.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어째서, 도대체 왜 그런 바보 같은 짓을 한 거야?" 대규 아빠가 버럭 성을 냈다. 대규는 움찔 몸을 웅크리며 예찬이에게 기댔다. 예찬이가 대규 아빠를 보았다.

 

"자꾸 윽박지라기만 하시니까 그렇죠!"

 

"너희는 당당하잖아. 자신만마나고! 나도 너희들 처럼 되려고 노력할 거야.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야."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야, 그냥 나는 잘하고 있다. 믿으면 돼. 그리고 넌 정말 잘하고 있잖아!"

희진이가 목청을 키웠다. 예찬이도 세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희진이의 말에 공감했다.

대규의 눈에 텀벙 눈물이 맺혔다.

 

 

"우리 다 같이 노력하기로 해요." 대규가 짧게 말을 맺었다. 엄마랑 아빠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규를 안았다. 엄마와 아빠의 품에 안기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그래서 어색했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았다. 엄마와 아빠도 천천히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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