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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뻐진 그 여름 1
제니 한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6월
평점 :
프라임 비디오 시리즈 <내가 예뻐진 그 여름> 원작 소설
뉴욕 타임즈 베스트 셀러 <내가 사랑했던 모든 남자들에게> 제니 한 작가의 소설
매년 여름이 시작되면 벨리는 학교를 벗어나 가족들과 함께 커즌스 해변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아늑한 별장이 있고, 벨리가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다. 벨리는 사랑하는 가족과 엄마의 절친 수제나 아줌마, 그녀의 두 아들 콘레드, 제러마이아와 함께하는 여름을 언제나 가다려 왔다. 그런데 이번 여름은 조금 더 특별하다. 그 어느 때 보다 예쁘고 성숙해진 모습이다. 그런 벨리에게 한 여름처럼 뜨겁고 싱그러운 사랑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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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나 아줌마의 말이 맞았다. 그 해 여름은 나는 결코, 절대 잊지 못했다. 모든 것이 시작된 여름, 내가 예뻐진 여름을. 처음으로 내가 예쁘다고 느꼈던 여름이었다. 매년 여름이면 나는 달라질 것이라고 믿었다. 삶이 달라질 것이라고, 그리고 그해 여름, 드디어 모든 것이 달렸다. 나도 달라졌다.
제러마이아가 나가다 말고 돌아와서 내게 짧게 춤을 춰 보였고, 나는 참지 못하고 웃었다. 콘레드가 어깨 너머로 돌아보며 말했다. “잘자라, 벨리.” 그 순간이었다. 내가 사랑에 빠진 것은.
아줌마는 늘 우리에게 ‘아가들’이라고 불렀는데, 그래도 아무렇지 않았다. 보통은 아이라고 불리면 싫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줌마의 말투에서는 어리고 유치하다는, 나쁜 뜻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앞에 멋진 인생이 펼쳐질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아줌마가 울기 시작했다. 엄마가 아줌마의 등을 큰 원을 그리며 문지르는 것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내가 속상해할 때 해 주는 것처럼, 나도 제러마이아에게 그렇게 해 주고 싶었다. 그러면 제러마이아의 기분이 나아졌을테니까.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대신 나는 손을 뻗어 제러마이어의 손을 꼭 잡았다. 제러마이아는 나를 보지 않았지만, 손을 뿌리치지도 않았다. 그 순간 우리는 진정한 친구가 됐다.
그럼 콘래드도 곧 떠나는 것이었다. 알고 있었던 일이지만, 그래도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지겨우면 빨리 떠나라고 말하고 싶었다. 여기 있고 싶지 않으면, 오지 마, 그냥 가 버려. 하지만 콘래드 때문에 마음 상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모든 것이 좋아지고 있었으니까.
재러마이아가 노래하는 도중에 캠과 나는 나와 버렸다. 보지 않고도 콘래드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캠과 나는 계단에 앉아 이야기했다. 그는 나보다 위에 앉았다. 이야기 하기 좋은 상대였고, 전혀 부담스럽지 않았다. 그가 쉽게 웃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콘래드와는 달랐다. 콘래드와 함께 있으면 미소를 얻어내려고 열심히 노력해야 했다. 콘래드에게서는 무엇이든지 쉽게 얻을 수 없었다.
머리카락을 뒤로 늘어뜨리고 있던 나는 문득 뒷좌석에서 콘래드가 내 머리 끝을 건드리는 것을 느꼈다.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우리는 완전한 정적 속에 함께 있었고, 콘래드가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네 머리는 애들 머리 같아. 항상 흐트러져 있잖아.” 콘래드가 나직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 몸이 떨렸다. 모래사장에서 밀려가는 파도 소리 같았다.
아줌마가 고개를 저었다. “오, 이런. 당연히 네게 관심이 있을 테지. 너는 정말 예쁘단다. 아가, 넌 올여름에는 활짝 피어났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어,”
콘래드는 미소를 지었다. 그가 특유의 눈빛으로 바라보면, 모든 것이 무너져 버리고 그의 발치에 엎드리고 싶어진다. 누누가 그럴 것이다. 콘래드가 말했다. “그래. 잘자, 벨스.” 벨스. 먼 옛날 내 별명이었다.
콘래드를 사랑하지 않기는 너무 힘들었다. 그가 그렇게 다정하게 굴면, 왜 그랬는지 기억났다. 왜 그를 사랑했는지. 모든 것이 기억났다.
“이럴 수는 없어.” 콘래드는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어 나갔다. “너를 생각하긴 해. 너도 알잖아. 하지만 도저히 그럴 수가.... 너... 여기서 함께 있어 줄 수 있어?”
나는 끄덕였다. 입을 열기가 두려웠다
나는 그의 손목을 꼭 잡았고, 아주 오랜만에 옳은 일을 하는 느낌이었다.
“정말 여길 오다니 믿기지 않아.” 콘래드는 수줍은 말투로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그러더니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나랑 같이 갈 거야?”
그것을 물어봐야 안다니 어이없었다. 어디라도 갈 수 있었다. “응.” 내가 말했다. 그 말, 그 순간 말고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온 세상이 우리뿐이었다. 지난여름과 그 전의 모든 여름에 있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모여 이 순간이 됐다. 지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