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의 자연 관찰 일기 - 일러스트레이터 이다와 함께 걷는 도시의 열두 달
이다 지음 / 현암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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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하며 만난 주변의 동물과 식물, 자연들 그림으로 그리면 더 특별해지는 하루

10만 팔로워의 일러스트레이터 이다가 보고 만지고 기록한 자연관찰 일기이다.

한 해 동안 관찰한 자연을 꼼꼼히 기록하고 산책에서 만난 동물과 식물, 하늘, 날씨등을 아름다운 그림으로 그려내고, 유쾌한 에피소드로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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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는 자연 관찰 일기를 써보려고 한다. 3년 전부터 계속 한다 한다 말만 하고 못했는데 이번엔 진짜 해보려고 노트까지 마련했다. 자연 관찰 일기는 매일 산책을 하며 달라지는 자연을 그림으로 그리고 기록하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 깃털 줍는 데 재미를 붙였다. 깃털을 보면 마치 새를 보는 것 같다. 새는 깃털로 날아다녔을 테니, 하늘을 날고 바람을 갈랐던 날개의 일부를 가지는 느낌이랄까? 요즘엔 길을 다닐 때마다 어디 떨어진 깃털이 없는지만 보고 다닌다. 날아가는 새를 봐도 깃털 하나만 떨어져라..’ 싶은 마음이다.

 

이건 열매라기보다 콩깍지에 가까운 느낌이다. 말라서 쪼글쪼글하고 가볍다. 껍질을 벗겨보니 안쪽은 끈적한 것이 묻어났고 아주 작은 씨앗이 들어 있었다. 살짝 입으로 씹어 봤는데 퉤퉤, 극도로 썼다. 누구의 열매일까? 무슨 나무 일까? 갑자기 엄청 궁금해졌다.

 

겨울 내내 눈으로 덮여 있던 바위벽이 모습을 드러내고 푸릇푸릇하게 이끼가 돋아나더니, 어느 순간 절벽 아래쪽부터 개나리가 피기 시작해 절벽 절반이 노란색이 됐다. 작년에도 봤지만 역시 장관이다. 이걸 나만 봐도 되나? 우리 집에 입장료를 매기고 동네 사람들을 관람객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수피가 벗겨지는 형태도 마치 테이프로 붙였다가 뗀 것처럼 가로 방향이었다. 허둥지둥 가까이 갔더니 나무에 이름표가 있었다. 두근두근하며 확인한 그 이름은 물푸레나무였다! 이럴 수가, 물푸레나무구나! 물푸레나무! 도감이며 인터넷이며 아무리 뒤져도 못 찾았는데! 평생 궁금해 할 뻔했는데 이렇게 알게 돼서 너무 짜릿하다.

 

새끼들은 그 짧은 다리로 제법 헤엄을 잘 친다! 엄마가 이쪽에 가서 애들을 풀어 놓면 모두 열심히 물이끼를 먹고 다 먹었다 싶으면 또 저쪽으로 헤엄쳐 간다. 엄마가 이동하는 대로 새끼들은 그 뒤로 졸졸 따라다닌다. 가끔은 엄마보다 더 앞질러 가는 녀석도 있고, 뒤쳐져서 계속 먹고 있는 녀석도 있다. 너무 귀엽다. 정말 미치게 귀엽다. 온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 찬다.

 

새끼가 바위에 올라가 엄머처럼 날개짓을 하는데 날개가 몸의 반도 안 된다! 너무 하찮다... 자나치게 귀여워서 정신이 다 아찔할 지경이다. 오리를 보다가 쓰러져서 불광천에 둥둥 떠내려가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바로 나일 것이다.

 

7월 이후 처음으로 밤에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었다. 개구리 소리, 풀벌레 소리, 귀뚜라미 소리, 소쩍새 울음소리, 밤의 소리가 가득하다.

 

자연은 경이로운 것으로 가득하다. 잎과 꽃잎, 보석 색깔의 열매와 수술 사이로 삐쭉 튀어나온 이상한 암술을 들여다볼 때 나를 잊을 수 있다. 자연을 봐야 한다. 깊이 관찰해야 한다. 그건 모두 나를 위해서다 화단 가에 핀 잡초 한 포기로도 마음을 채우기는 충분하다.

 

KTX 열차 안에서 보이는 풍경이 바뀌었다. 온통 초록색이었는데 이제 노란색이 더 눈에 많이 뛴다. 들판에 곡식이 노랗게 익어간다. 이미 추수가 끝난 곳도 있다. 추수가 끝난 들판에는 거대한 마시멜로 들이 있다. 벼도, 마시멜로도 제철이다.

 

7월에 봤던 담쟁이넝쿨의 잎이 벌써 다 떨어졌다. 잎 사이사이에 열렸던 초록 열배는 포도색으로 변해 쪼글쪼글 말라 있다. 공기는 점점 더 차가워지고 해도 짧아지고 있다. 계절은 늦가을에 접어들어 이제 언제 갑자기 겨울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밤하늘에 빛나는 별은 다 인공위성인 줄 알았다. 사람들이 흔히 그렇게 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인공위성은 지구 주위를 매우 빨리 돌기 때문에 맨눈으로 보이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밤하늘의 별은 모두 진짜 천체다.

 

한 때는 자연에 있는 동식물들의 이름을 내가 꼭 알아야 하나 생각한 적도 있다. 그들은 그냥 살아갈 뿐인데 인간이 인위로 붙이 이름 아닌가? 그런데 이제 안다. 이름을 붙이고 이름을 아는 것은 그것에 대해 알아가겠다는, 기록하고 관찰하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하찮은 풀 하나도 어떻게 살아가는 지 알아내겠다는.

아직 이 나무의 이름을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 알아낼 것이다. 올해의 마지막 날에 새로운 나무를 또 만났다는 사실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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