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안에서 사는 즐거움
송세아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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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안에서 고군분투 열심히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에게 전하는 다정하고 사려 깊은 문장들.

녹록치 않은 하루는 힘껏 살아내다 보면, 어쩐지 즐거움보단 괴로움이 우리 삶에 더 가까이 자리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장소, 이 시간, 그리고 순간을 행복으로 채울 때 사는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한다. 유난스럽지 않은 문장으로 일상을 써 내려간 책 속 이야기가 마음에 즐거움으로. 때론 작은 위로로 닿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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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거칠어질 때면 마음에 자욱한 안개가 낀 듯 답답한 마음이 든다. 그러다 멈칫하게 되는 거다. 생각해보면 나뿐만 아니라 나와 마주하는 사람들 역시 요즘 이사한 사람 참 많은 것 같아요.”라고 하던데 그렇다면 과연 진짜 이상한 사람은 어디에 있는 걸까. 싶어서.

이상한 사람이 많다라는 문장엔 적어도 나는 그런 이상한 사람은 아니다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을 텐데. 그러면 진짜 이상한 사람은 누구인 걸까.

 

어쩌면 운이 나쁜 사람이 되는 것, 혹은 운이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이 모든 건 내 마음이 나에게 하사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쓰는 즐거움막연하게 느껴지던 일이 차츰 윤곽을 드러내는 일. 문제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살펴 볼 수 있도록 하는 일. 내 마음의 형태를 알아가는 노력의 산물이자, 결과가 좋은날엔 작은 해결책도 얻어 갈 수 있는 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나를 포함해 여전히 자라고 있는 어른이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한결같은 사람이 되어야 해.’라는 말로 스스로를 어떤 모습 안에 가두지 말자고, 우린 언제든 변할 수 있다고. 중요한 건 변해가는 내 모습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더 많이 사랑해주는 것이라고.

회사 다닐 땐 퇴근과 동시에 일에 대한 생각을 안드로메다보다도 훨씬 더 멀리 보내버렸었는데, 지금은 확실히 상황이 다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내 머릿속엔 늘 해야 할 일들이 둥둥 떠다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 생활은 도무지 쉬는 날이 없다. 이래서 이 세상에 완벽하게 좋은 건 없다고 하나 보다.

 

사랑이 그런 것 같다. 사랑할 때만큼은 평범하기 짝이 없는 우리도 누군가에게 유일한, 특별한 사람이 되지 않나. 웃을 때 살짝 올라가는 입꼬리, 두꺼운 손, 유난히 착해보이게 짧게 깍은 손톱. 흔하디흔한 모습을 열심히 조합해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사람으로 만들어 내는 것, 이것이 바로 사랑이지 않나.

 

첫 만남부터 너무 쉽게 서로를 넘나들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언제든 서로의 마음에 생채기를 낼 수 있다는 의미인지도 모른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그동안 내가 맺었던 모든 인간관계를 다시 정리하고 싶어졌다. 첫 만남은 될 수 있으면 어려웠으면 좋겠고, 이미 쉽게 가까워져 얇디얇은 실선조차 존재하지 않은, 그래서 사소한 한마디에 상처를 주고받았던 관계엔 어렵지만 선을 긋기로 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내 글이 아픔으로 다가올 때, 그럴 때 나는 종종 초라한 작가가 된다.

 

이 책이 세상 밖으로 나오고 나면 나는 또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 그토록 바라던 내 삶의 주인공으로, 많은 이가 찾아주는 작가로서 살게 될까. 내가 만약 드라마 속 주인공이었다면 이쯤에서 꿈과 사랑을 찾으며 훈훈하게 이야기가 마무리되겠지만, 삶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것쯤은 나도 안다.

 

난 가끔 하늘을 봐...” 오그라드는 말이지만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말 같아 적어본다. 진짜 무지개를 보려면 스케치북도, 과학책도 아닌 하늘을 봐야 하니 말이다.

 

더 많이 사랑하면 약자가 된다고 하잖아. 그런데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억울한 마음이 들어. 내가 더 많이 살아하는 것도 서러운데 약자까지 되어야 한다니.

이건 좀 너무 하잖아. 그래서 앞으론 이렇게 받아들이기로 했어. 더 많이 사랑할수록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거라고.

 

때론 쉽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때론 너무 쉽게, 너무 가볍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로 나는 글 쓰는 일을 참 많이 사랑하고 있다.

 

책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현재 책 편집자로도 일하고 있다) 다양한 작가님들을 만나고 있다. 보통 나는 글 편집을 하기 전 가능하면 한두 번 정도 작가와 대변할 자리를 마련한다. 그 이유는 이렇다. 사람마다 표정, 말투, 작은 몸짓 하나에 따라 풍기는 느낌이 다 다른데 대부분 이런 특징이 글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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