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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죽박죽 수상한 요양원 ㅣ 사과밭 문학 톡 6
아니타 밀트 지음, 앙겔라 홀츠만 그림, 함미라 옮김 / 그린애플 / 2022년 6월
평점 :
지루했던 요양원이 즐거워지고, 수상한 이웃들이 사랑스러워지는 마법 같은 이야기!
주인공 파올리는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를 뵈러 이틀에 한번 요양원을 방문한다. 요양원은 지루하고 답답하다는 생각에서 보라라는 영리한 여자아이를 만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노화와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가족의 치매와 돌봄, 노화와 죽음, 노인의 연애라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아이의 시선으로 순수하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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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할아버지는 왜 내가 누구인지 자꾸만 잊어버리시는 걸까요?”
“그건 말이야. 이제 할아버지의 머릿속 뇌가 그렇게 잘 활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우리와는 다르게 말이야. 그래서 무엇이든 아주 빠르게 계속 잊어버리시지.”
“우리 할머니는 머릿속 한 가운데에 충격을 받으셨어. 누가 할머니 머리에 충격을 준 것도 아닌데 그냥 그렇게 머리 한가운데를 맞은 것과 같은 일이 벌어졌어. 이런 걸 뇌졸중이라고 한 대. 그래서 할머니는 지금 몸의 왼쪽만 움직이실 수 있어. 그리고 이젠 말을 전혀 못하셔. 그래도 의사 선생님은 할머니가 어쩌면 이전처럼 말하고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될 거라고 말씀하셨어.” 보라가 자세히 설명했다.
“하지만 한 가지 나쁜 점은 이젠 할머니가 집에 가실 수 없다는 거야. 내 생각엔 그것 때문에 할머니가 벌써부터 슬퍼하고 계시는 것 같아. 그래서 내가 여기 오는 게 그만큼 중요해. 매일매일 할머니에게 이야기를 들려 드릴 거야. 할머니가 나에게 해 주셨던 것처럼.
나는 엄마의 설명을 듣고 놀랐다. 많은 것을 기억하는 게 왜 병이 되자 묻자 엄마가 이어 말했다.
“언젠가부터 아주머니 머릿속이 뒤죽박죽 뒤집혔대. 그래서 우리가 보거나 듣지 못하는 것들을 보고 듣게 되셨다는 구나. 실제로는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들인데 말이야.”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래. 언젠가 우리 할머니가 말씀해 주셨어. 사람은 세상에 태어나서 계속 자란대. 그렇게 계속 자라서 어른이 되면,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명이 생겨나. 그러면 사람들은 그 생명이 잘 자라도록 도와줘, 그 일을 다 하고 나면 우리는 다시 작아지고 쪼그라든대. 예전보다 행동도 느려지고, 주름도 더 늘고... 그러고 점점 느릿느릿해 진대.
“너는 어쩌다가 보라라고 불리게 되었어? 나는 지근ㅁ까지 보라라는 색깔 이름을 가진 사람은 너 말고 본 적이 없어.”
“내 원래 이름은 리제로테야. 우리 할머니 이름과 같아. 내가 꼬마였을 땐 릴리라고 불렸지, 그런데 유치원에 다니면서 나는 보라색을 가장 좋아하게 되었어. 유치원에 정말 예쁜 보라색 공주 옷이 있었거든, 나는 매일 그 옷을 입었고, 그 뒤로 보라라고 불리게 되었어.”
우리는 자리에 앉아서 보라 할머니가 하루하루 더 잘 움직이게 되어 좋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지팡이 할아버지가 예전에 비해 좀 더 친절해지셨다는 이야기를 했고, 새로 온 간호사의 머리 모양이 새의 둥지처럼 보인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런 다음 방울 모자 아주머니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뭐긴 뭐겠어? 당연히 머리에 써 보는 거지. 그리고 모자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는 지 시험해 볼 거야.” 보라는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일을 이야기하듯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랬다가 너도 방울 모자 아주머니와 똑같은 병에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나는 덜컥 겁이 났다.
“정말로 모자에서 다른 사람들한테는 들리지 않는 목소리가 들리면? 그래서 네가 방울 모자 아주머니처럼 된다면 어떡할 거야? 그러면 너도 머리가 이상해질 텐데!”
보라가 거울 속에서 나를 한 번 바라보고는 천천히 모자를 머리 위에 올려놓았다. 그런 다음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두 눈을 질끈 감더니 재빠른 동작으로 아주머니의 털모자를 귀까지 내려 썼다. 나는 뭐라고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어때?” 잠시 후 내가 속삭이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무렇지도 않아.” 보라도 속삭이며 대답했다. “진짜?” “응. 진짜! 정말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아,”
우리는 방학이 시작된 것과, 보라의 조그만 할머니가 다시 할머니 집 침대에서 주무실 수 있게 된 것을 축하하며 잔을 부딪쳤다. “그리고 새로운 우정을 기념하며!” 방울 모자 아주머니가 말했다. 할아버지는 아주머니 곁에 앉아서 꿈을 꾸는 듯한 표정으로 아주머니를 바라보았다.
나는 상자 안을 보고 깜짝 놀랐다. 꽃이 완전히 시들어버린 것이다. 꽃이 계속 생생할 수 없다는 걸 생각 못 하다니... 나는 멍청이다! 하지만 보라는 그런 건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았다.
“정말 아름답다! 요원에 있는 사랑스러운 할머니 할아버지들처럼 주름이 져 있잖아! 정말 멋진 아이디어야! 그리고 과자도 진짜 맛있어 보여.”
보라가 시든 꽃을 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본 것처럼 말했다.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