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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식당, 행복을 요리합니다 ㅣ 고양이 식당
다카하시 유타 지음, 윤은혜 옮김 / 빈페이지 / 2023년 5월
평점 :
50만 독자에게 사랑받은 베스트셀러 작가의 신작 시리즈 소설
추억 밥상을 주문해 먹으면 그리운 영혼을 마날 수 있다는 신비한 고양이 식당에서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방문하면서 일어나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추억 밥상으로 인해 고인과의 추억을 되새기고 아픔과 상처가 치유되는 따뜻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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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추억 - 검은 고양이와 두부 된장 절임
고양이 식당
추억의 밥상을 차려 드립니다.
나기가 예약한 식당이다. 헤매지 않고 무사히 도착한 모양이다. 나기는 한숨 돌렸다. 단지 그 칠판에는 영업시간도, 자세한 메뉴도 쓰여 있지 않고, 주의사항만이 한줄 덧 붙여져 있었다.
이 식당에는 고양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약속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었다. 흑후추의 맛을 알게 되기 전에 엄마는 저세상으로 떠나버렸다. 흑후추를 뿌린 두부 된장 절임을 먹지 못한 채 나기는 어른이 되었고, 그리고 죽어가고 있다.
꿈 같은 상상이지만, 병이 나아서, 행복해질 수도 있으니까. 나기는 믿기로 결심했다. 나를 도와주는 모두를 믿어보자. 나 자신을 믿자. 진부하다고 비웃더라도, 사랑을 믿자. 아무것도 믿지 못하고 울고 있으니, 그쪽이 훨씬 낫다. 이제 도망가는 건 그만두자.
나기는 고양이 식당의 문을 열었다. 도시야가 눈앞에 있다. 바다 냄새가 난다. “나기...” 그가 이름을 불러주었다. 심장이 더 크게 뛰어 볼이 달아올랐다. 행복했다.
▪두 번째 추억 - 가르마 무늬 고양이와 삼겹살 가라아게
고양이 식당에 나타난 어머니도 환각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환각인 것 같기도 하고, 꿈을 꾸는 것 같기도 하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런 게이타에게 어머니가 말을 걸었다. “만나러 와 주었구나. 고맙다.”
이윽고 고양이 식당의 문이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 삼겹살 가라아게는 완전히 식었다. 이제 김이 나지 않는다. 게이타는 추억 밥상 앞에서 손을 모았다. 어머니, 고맙습니다.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말했다. 기도하듯이 몇 번이나 말했다.
▪세 번째 추억 - 고양이 소라와 정어리 양념구이 덮밥
고양이 울음소리다. 고토코는 이 소리의 주인공을 알고 있다. 울음소리가 들린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고양이 식당의 출입구 옆에는 간판을 대신하는 칠판이 세워져 있다. 갈색 얼룩무늬의 작은 고양이가 그 옆에 서 있다. 이 식당에서 키우는 고양이 ‘꼬마’다.
눈퉁멸 양념구이는 직접 만들어본 적도 없고, 반찬 가게에서 산 기억도, 식당에서 먹은 기억도 없다. 거의 5년 만에 먹은 셈이다. 그리움이 몰려왔다. 고양이 식당의 추억 밥상은 부모님이 만들어 주었던 그 맛 그대로였다. “정말 맛있네요.”
나도, 저 세상으로 가고 싶다. 외톨이로 살고 싶지 않아. 다시 생각했다. 마음 속 깊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이번에는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았지만, 가와쿠보 겐이치에게는 전해진 모양이다. “당신은, 아직 저세상에 갈 수 없어요. 이 세상에서 할 일이 남아 있으니까요.”
▪네 번째 추억 - 삼색 고양이와 어제 만든 카레
이제 알겠다. 자신이 멀리 고양이 식당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는 이유를, 지금 분명히 깨달았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다. 가이에게 끌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오빠를 잃은 상처가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아다. 고양이 식당에 갈 때마다 조금씩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어쩌면 그리기를 바라면서 바닷가 마을을 오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웃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아도, 웃는 표정을 지었다. 아이에게 웃는 얼굴을 보이는 것이 부모의 의무니까. 괴롭고 아프고 힘들어도, 웃어 보이는 것이 부모의 도리니까. “그럼 갈게, 아빠.” “그래, 또 보자.” 제대로 인사를 할 수 없었다. 울음을 터뜨리지 않으려고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에 파고들 정도로 힘을 주었다. “응, 또 봐.”
바닷가 마을은 역시 조용했다. 모래를 밟는 자신의 발소리가 크게 들린다. 구마가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경치가 일그러져 보였다. 그래도 멈춰 서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