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똥냥이의 변비 처방전 ㅣ 이야기나무 6
장희주 지음, 유지우 그림 / 반달서재 / 2023년 4월
평점 :
유쾌하고 코믹하면서도 어린이의 고민의 진지하게 담은 동화
수학 단원 평가가 있던 날, 만성 변비에 시달리던 동민이는 갑자기 배가 아팠다. 급기야 조용한 시험장에서 뿡하고 방귀를 끼고 말았다. 방귀쟁이 똥민이라고 실컷 놀림을 받고 우울한 채로 집에 돌아와서 만나게 된 똥냥와 똥냥이의 변비 처방전으로 변비 탈출에 성공하는 동민이의 유쾌하고 코믹한 이야기이다.
---
선생님이 시험지를 나눠 줬어. 오늘 수학 단원 평가가 있는 날 이거든.
동민이는 가슴이 답답하고 배가 부글댔어. 똥꼬는 돌덩이를 매단 듯 묵직했고, 동민이는 똥꼬에 힘을 콱 주고 연필을 꼭 쥐었어. 시험 시간인데 화장실에 갈 수도 없고, 어떻게든 문제를 풀어야 하잖아. “5분 남았다. 이제 서서히 마무리해.”
동민이는 걱정 됐어. 시험지에 별표 친 문제가 다섯 개나 남았거든. 마음이 급해지니 배 속이 더 요란하게 부글댔어. 식은땀까지 났지.
그때였어. 갑자기 뒤에 앉은 애가 책상을 앞으로 밀면서 동민의 의자를 탁 치는 거야. 그 바람에 동민이 똥꼬에 힘이 확 풀리고 말았어.
뽕! 조용하던 교실에 또렷하고 커다란 소리가 울려 퍼졌어. 아이들 눈이 휘둥그레졌어. 동민이도 그렇게 큰 방귀를 뀔지 몰랐지. 당장 자리에서 사라지고 싶었어.
대문을 열고 마당으로 들어서는 순간, 긴장이 풀렸는지 ‘뿡’하고 방귀가 나왔어.
산적처럼 생긴 검은 고양이가 화단에서 앞발을 쭉 내밀로 등을 곧추세우고 있는 거야.
“너 평생 구린 방귀만 뀌고 똥을 배 속에 가득 넣고 살 거야? 늘 머리가 멍하고 잠이 오지? 공부도 잘 안되고 ㅁ라이야. 그게 다 똥을 못 눠서 그런 거야. 똥만 잘 싸봐. 천재 소린 못 들어도 동네에서 영특하다고 소문이 날 거야.”
동민이는 자기가 공부를 못하는 이유가 똥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 사실, 이제 까지 똥을 잘 누려고 유산균, 요구르트, 엄마가 갈아 주는 채소 즙 등 안 먹은 게 없어. 그런데도 이상하게 똥이 안 나왔어.
“혹시 ‘술술똥똥 최면 요법’이라고 들어 봤니? 매일매일 똥 잘 누는 생각을 하는 거지. 엊그제 너랑 이야기할 때 보니까 똥을 못 물까 봐 걱정만 하지. 똥이 잘 나올 수 있다는 생각안 하더라. 오늘부터 장을 싹 비워 내는 생각을 하면서 걸어 봐. ‘똥이 나온다. 똥이 술술 나온다.’ 라고. 최면을 거는 거지.” 동민이는 어이가 없었어.
“어차피 학교에서는 똥 못 누거든.” “그건 또 무슨 말이야? 학교에는 화장실이 없어?” “화장실이 없는 게 아니라 똥 눌 시간이 없어. 쉬는 시간이 십분인데 어떻게 똥을 누냐. 난 이십분은 앉아 있어야 똥이 나올까 말까 한다고.
“아이고, 배야.” 동민이 갑자기 배를 감쌌어. 방귀가 피식피식 나왔지. “거봐, 바로 신호가 오지? 빨리 똥 누러 가.” 똥냥이가 코를 벌렁거리면서 말했어. 하지만 동민이는 시계를 확인하고 똥꼬를 틀어막았어. 지금은 똥 눌 때가 아니거든. “곧 영어 학원 버스가 온단 말이야.”
“뭔 걱정이 그리 많아서 죽상을 하고 있냐.” “내일 영어 레벨 테스트 한단 말이야. 떨어지면 쪽팔린다고.” “벌써 떨어졌다고 연락이 왔어?” “뭐라는 거야?” “아직 떨어지지도 않았는데 바보처럼 걱정만 하는 게 말이 돼? 날도 좋은데 바람이나 쐬러 가자. 널 보고 있으니 나도 변비에 걸리까봐 그래.”
동민이도 슬그머니 똥냥이 곁에 누웠어. 두 팔, 두 발을 쭉 펴고 하늘을 올려다봤어. 푸른 하늘에 구름이 둥실둥실 흘러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동민이도 어딘가로 여행하는 것 같았어. 콸콸 물 흐르는 소리, 젖은 머리카락을 살랑살랑 말려 주는 바람... 동민이는 행복했어.
그때 눈치 없게 방귀가 뿡 뿡 연달아 나왔어. 똥냥이 앞에서 창피했지만 전에 뀐 방귀랑 다르게 배가 시원해지는 느낌이었어.
동민이와 엄마는 말없이 산에서 내려왔어. 타닥타닥 걷다가 상수리나무가 보일 즈음, 동민이 배가 심상치 않았어. “엄마, 나 똥 마려워.”
동민이는 똥꼬에 힘을 콱 주고 힘겹게 돌탑 뒤로 걸어가서 바지를 내렸어. 신기했어. 엄청 힘을 주지 않았는데도 길고 굵다란 똥이 술술 나오는 거 있지.
뚱냥이가 이 소식을 들으면서 자기 덕분이라고 방방 뛸 거야. 동민이는 똥냥이가 잘난 척하며 생색내는 꼴을 볼 수가 없었지. 그렇지만 똥냥이에게 고마웠어, 이번엔는 왠지 똥냥이의 비법이 통한 것 같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