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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빛날 거야 - 싱글 커리어 우먼의 뇌출혈 후유증 극복기
이린다 지음 / 미다스북스 / 2023년 4월
평점 :
싱글 커리어 우먼의 뇌출혈 후유증 극복기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평상시와 같은 맑고 상쾌한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바로 깨달았다. 불안함을 느낀 저자가 병원을 돌아다니며 알아낸 병명은 ‘해면상 혈관 기형’. 뇌출혈 재발로 몸 한쪽이 마비되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희망을 품고 재활을 하였다.
천 번, 만 번의 좌절을 넘어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치열한 여정을 담담히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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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은 아니고 뇌출혈이라고 했다. 둘 다 충격적이기는 어차피 매한 가지였다.
“선생님. 아무리 선천적으로 혈관 기형이 있다 해도 이제까지 아무 일 없이 잘 살다가 왜 지금 갑자기 이런 출혈이 생기는 건가요? 이유가 뭔가요?
“이 혈관 기형은 평생 출혈을 일으키지 않을 수도 있고, 잘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출혈을 일으킬 수도 있어요. 그냥 갑자기 생겨요.”
‘아... 뭐가 이래...’
일반 병실로 나온 첫날, 나는 자을 자려다가 문제가 한 가지 더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도무지 잠을 잘 수 없다는 것이었다. 엄마는 잠을 못 자서 괴로워하는 나를 휠체어에 태우고 병원 복도와 밖을 하염없이 돌아다녔다. 마치 잠투정하는 갓난아이를 달래는 것 같았다.
아무리 노력해도 궁극적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한다는 것은 어려웠다.
‘나는 큰 사람이 돼야 한다. 이 엄청난 대가를 치르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래도 좀 억울했다. 내 주변에는 이런 일을 겪은 사람을 보지 못했다. 내 주변의 주변에서도 본 적 없다. 그렇다면 확률적으로 보았을 때 꽤 낮은 확률일 텐데 왜 그게 나일까? 하늘이 원망스럽다’.
사타구니를 찢는 이유는 몸의 혈관 중 하나인 대퇴동맥이 지나가는 자리가 거기 있어서라고 했다. 주치의는 혈관 조영술은 끝나고 나서 지혈이 아주 중요하다고 했다. 아무래도 몸에 있는 큰 동맥을 뚫었기 때문에 지혈이 잘 되지 않으면 큰 출혈이 생길 수 있어서 그렇다고 했다.
담당 운동 치료사는 내 다리의 움직임을 평가하고 상태가 그렇게 나쁘지 않다고 말하며 용기를 주었다. 또한, 회복에는 최소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좀 실망스럽긴 했지만 나는 열심히 노력하겠다는 의자가 넘쳤다.
나는 생각했다.
‘물론요. 얼마든지요. 의학 발전을 위해서라면 사후에 내 뇌도 기증하고 싶네요. 다른 사람들이 저처럼 잘 살다가 이런 황당한 경험을 겪지 않게 꼭 연구를 해주세요.’
중환자실 간호사는 나에게 머리에서 통증이 느껴질 때 누르라며 목걸이처럼 거는 진통제가 자동 발사되는 기계를 주었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버튼을 누르고 몸속으로 진통제를 투여하게 하는 시스템을 가진 기계에 묘한 거부감이 들어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물론 참지 못할 정도로 심한 통증도 없었다.
수술은 끝이 났고 나는 바보가 되지 않은 것에 감사했다.
드디어 보조기가 도착한 날, 나는 선생님과 지금까지 가장 편안한 게이트(보행)를 했다. 보조기를 착용하니 더는 발이 뒤집히지 않아 발을 들어 땅에 놓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며 끙끙대지 않았다. 나를 보는 병원 내 사람들의 반응도 좋았다.
걷는 연습을 할 때는 ‘나는 완전히 치유되었다. 나는 잘 걷기를 선택했다.’ 라는 두 문장 중 하나를 반드시 속으로 되뇌면서 걸었다. 3주 정도 지나니 발목이 조금씩 힘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막연하게만 하던 운동들이 걸음걸이에 직접 반영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운동하는 데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하지만 이제 발병한 지 1년이 가까워지니 조바심이 났다. 발병 직후에 후유증에 대해서 잘 몰랐을 때는 막연히 ‘6개월이 지나면 잘 걷겠지. 1년이 지나면 다 돌아오겠지.’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기대했던 내 모습과 현재 모습에의 간극은 너무 컸다.
나는 시야 장애 진단 이후부터 글자를 읽는 것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전자책 어플을 자주 열기 시작했다.
낙관주의자인 나에게도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한 것이 재활이다. 하지만 마음속에 희망이 있는 한, 이것도 꽤 특별하지만 할 말한 다른 일 중 하나가 된다.
나는 오늘도 묵묵히 잔잔하게 내가 해야 할 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