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둘 다 잘 먹었습니다 - 성북동 소행성 부부의 일상 식사 일기
윤혜자 지음 / 몽스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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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하고 단정한 집밥, 평범하고도 특별한 1년의 기록

 

매일의 소담한 한 끼 상차림을 정직하게 소개하는 책이다. 기자, 출판 기획자 등으로 일했던 저자는 남편이나 지인과 함께 하는 매일의 한 끼, 때로는 입에 맞았던 외식 상차림을 1년간 기록했다. 멋지고 화려한 요리를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위해 차리고 쓴 기록이 아닌 1년이라는 긴 호흡으로 이어진 그녀의 일기는 보통 사람 윤혜자의 사계절 밥상의 발자취를 따라가게 하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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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부엌 경력은 올해 11년째로 우리 부부가 같이 밥을 먹기 시작한 시간과 같습니다. 제가 음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때와 비슷하죠. 전 먹는 것에 그리 관심이 없었지만 제 남편은 혼자 살면서도 스스로 아침밥을 챙겨 먹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 남편에게 따뜻한 밥상을 차려주고 싶었죠.

 

살다 보면 오늘 배춧국처럼 좋은 결과를 얻어걸리는 일들이 종종 잇다. 누군가는 이것을 행운이라고 하고 다른 이는 기회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내 배춧국은 무엇일까?

 

아마 난 더 어른이 되어도 국물 음식에 둥둥 뜬 파는 적극적으로 먹진 못할 것이다. 못 먹어서가 아니라 먹고 싶지 않아서도. 그래서 일까? 나는 편식을 존중한다. 남편은 알레르기 때문에 복숭아를 못 먹고, 혜민 씨는 콩국수를 못 먹고, 나는 닭..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럼 뭐 어떤가? 먹을 수 있는 다른 음식을 먹으면 되는데.

 

김장은 고된 일이지만 축제임은 분명하다. 김장을 같이 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입맛을 맞추는 일이고, 그 과정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을 맞추는 일이고, 끝난 후엔 힘들었던 서로의 하루를 격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일이다.

 

매일매일 식사를 준비하고 그 음식을 도란도란 같이 먹는 일은 하찮지만 소중한 일이고 쉽지만 어려운 일이다. 그 일을 더 잘하고 싶다. 식사를 마치고 남편과 혜민씨는 벌떡 일어나 설거지를 했다. 언제나처럼.

 

모든 음식엔 이야기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엔 대체로 엄마 이야기가 담겼다. 오늘 저녁엔 내 방식대로 잡채를 해서 양껏 먹었지만 이 잡채의 뿌리도 엄마다.

 

엄마의 팬이 그토록 낡았던 것은 당시 우리 집 형편이 프라이팬 한 장 도 여러 번 생각을 거듭한 후 사야했을 정도로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그 가난을 내가 뼈저리게 느끼지 못한 것은 엄마가 여러 방법으로 가족을 돌봤기 때문이란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봄이다. 시금치가 물러난 자리에 냉이. 두릅, 엄나무 순, 머위, 명이 등이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한 나물이 등장한다. 양껏 많이 자주 먹어야겠다.

 

냉장고에 채소가 그득한데 요즘 정말 음식 하기가 너무 싫다. 모두 귀찮다. 누가 내 밥을 해주면 좋겠다. 동네 밥집 사장님 말고.

요즘은 삶도 쓰다. 써도 괜찮다. 단맛엔 중독이 있어도 쓴맛에 중독이 있단 소리는 못 들었다. 그러니 내 삶이 쓴맛이 중독될 리는 없다.

 

아무리 간단한 일이라도 그것을 매일 반복하는 데에는 결코 작지 않은 에너지가 든다. 그러므로 반복이라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대단하다는 마음으로 일상51이라는 제목을 지었다. 일상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일상이 대단한 만큼 당신의 일상도 대단한 것을 안다.”

 

멍게 김치는 처음이다. 멍게가 넉넉히 들어간 김치는 향이 몹시 좋았다. 멍게의 맛과 향을 느껴보라는 듯, 김치의 간을 약하게 한 것이 포인트 같았다. 간이 약하니 맘껏,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 김치의 끝은 어디일까?

 

반찬은 하기 싫지만 밥은 먹어야 하기에 냉장고를 뒤진다. 작년 봄에 담근 명이 장아찌를 꺼냈다. 먹을 만하다. 고기를 먹었으면 이미 오래전에 다 먹었을 텐데 남았다. 밥을 싸 먹어도 맛있다. 고추지 무침은 의외로 만족감이 높다.

요리 수업을 뭐 그리 많이 오래 다니냐 묻는 사람도 있는데 선생님마다 그 내용도 다르고 식재료를 대하는 자세나 방법도 달라서 그것을 하나씩 배우는 재미가 크다. 같은 식재료라도 한식과 서양식에서 다루는 방식이 다르다. 이렇게 다른 점을 하나씩 배워 연결하면 나만의 특별한 조리법도 생겨난다.

 

어떻게든 냉장고를 비운 후엔 다른 식재료를 사려고 노력한다. 냉장고에 보관하는 식재료나 음식이 많을수록 버리는 음식도 늘어난다. 이것은 규칙이다. 더더더 비우고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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