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
차인표 지음, 제딧 그림 / 해결책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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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표 작가가 전하는 감동의 휴먼 드라마. 자신을 대변할 수 없었던 이들을 위한 헌사

 

고국을 떠나 70년 만에 필리핀의 한 작은 섬에서 발견된 쑤니 할머니의 젊은 시절을 담은 이야기이다. 작가는 우리나라가 일본에 주권을 빼앗긴 채 가난하고 핍박받던 시절을 맨몸으로 버텨 낸 우리 어머니의 어머니, 아버지의 아버지들의 이야기를 남기고자 집필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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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는 하루 중 이 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이 시간만큼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어여뿐 순이의 모습을 가까이서 마음껏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엄마가 병으로 돌아가시기 전에 그러셨어. 자식 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엄마의 영혼은 별이 되어 자신의 아이를 지켜본다고. 사랑하는 아이를 따뜻한 별빛으로 돌보아 주는 거라고... 언젠가 아이도 엄마별로 오게 되면, 다시 만난 엄마와 아이는 영원히 헤어지지지 않고 함께 할 거라고.”

 

용이의 엄마는 백호에게 물려 갔습니다. 세상에 태어난 지 1년도 안 된 여동생도 엄마 등에 업힌 채 함께 물려 갔습니다.

 

그럼, 나는 꼭 백호를 잡아 복수해서 너의 엄마 별 옆에 우리 엄마별을 띄울게.” 그 말을 들은 순이가 옅은 미소를 띄우며 말합니다. “용이야, 언제가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같은 엄마별을 바라볼수 있다면 좋겠다.” 두 아이가 다시 물끄러미 밤하늘을 바라 봅니다.

 

여기가 호랑이 마을 촌장님 댁이 맞습니까.” 아쯔이가 침묵을 깨고 조선말로 마을 어른들에게 묻습니다. 조선 땅에 온지 7년이나 되어서 그런지 아쯔이는 조선말이 유창합니다.

 

소문으로 들어서만 알고 있던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 징집. 부관인 아쯔이가 확실한 정보라면서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지만, 가즈오는 제발 이것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고 있었습니다.

 

병사들이 순이를 끌고 가려는 순간, 마을 사람들 뒤쪽에서 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잠깐 멈추시오.” 사람들의 시선이 소리 나는 쪽으로 향합니다.

 

알고 있소, 난 알고 있소. 당신들이 저 아이를 어디로 데려가서 무슨 일을 시키려는 것인지 알고 있단 말이오. 제발 부탁이오. 그것만은 하지 말아주시오.” 애원하던 촌장님이 지팡이를 내던지고, 땅바닥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그리고 두 손을 모아 보이지도 않는 다케모노를 향해 빌기 시작합니다.

내 이렇게 빌겠소. 제발 순이를 그 지옥으로 데려가지 마시오. 살려주시오.”

 

촌장님과 이야기를 마친 용이가 밤새도록 촌장 댁 마당에 앉아 나무를 깍고 있습니다. 화살을 만드는 중입니다. 능숙한 용이의 칼 솜씨에 나뭇가지가 날카로운 화살로 변합니다.

 

마치 철퇴에 맞은 듯, 아쯔이는 뒤로 다섯 자쯤 날아가 나자빠집니다. 호랑이 사내는 굵은 팔을 뻗어, 순이를 번쩍 안아 들더니 자신의 말에 태웁니다.

 

잘 있었니?’ ‘잘 지냈니?’ ‘보고 싶었어’ ‘기다렸어순이에게는 용이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 지금 자신을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지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이게 꿈이라면 영원히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 ! 그 옛날 잘가요 언덕 위의 오세요 종처럼, 총소리가 온 산에 울려 퍼집니다. 총소리가 호랑이 산을 뒤덮은 수많은 일본군에게 어서 오라고 알려 줍니다.

 

용이야, 우리 다시 만나자.’ ‘그래, 꼭 다시 만나자.’ ‘엄마별에서 기다릴게’ ‘그래, 꼭 찾아갈게.’ 위태롭게 휘청거리던 용이의 몸이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집니다. 천리만길 낭떠러지 아래에는 천지가 흐르고 있습니다.

 

내 이름은 쑤니입니다. 고향은 호랑이 마을입니다.” 70년만에 필리핀의 한 작은 섬에서 발견된 쑤니 할머니가 지난 달, 대한민국에 오셔서 하신 첫 마디입니다.

 

쑤니 할머니가 말없이 나무 조각을 받아 듭니다. 오래 된 나무 조각은 아이를 업은 그 옛날 어린 순이의 모습입니다. 따뜻하다, 엄마별. ‘용이야....’ 쑤니 할머니는 그제야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나무 조각을 천천히 품에 끌어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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