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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노래가 내게 고백하라고 말했다 ㅣ 안녕, 시리즈 2
이경 지음 / 아멜리에북스 / 2023년 2월
평점 :
음악 웹진 ‘리드머’필진이었던 작가가 인생의 순간마다 음악의 위로가 필요한 이들을 위해 40여곡의 노래를 선곡해 소개한 책이다. 그가 추천하는 노래도 물론 좋지만 이 책은 ‘고백’에 바점이 찍힌다.
살다며본 누구나 마음이 힘든 날이 있다. 그럴 때 사람들은 각자 자기만이 처방전이 있다. 작가는 음악이라는 목소리를 빌려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솔직하게 고백하고, 그 처방전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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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고 모던한 사운드의 곡에 이런 독특한 박혜경의 목소리가 더해지니 결과적으로 호소력을 풍긴다. 나처럼 청춘의 시절 박혜경의 곡을 듣고 자란 이들 중 누군가는 분명 <고백>을 듣고서 사랑하는 이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했을지도 모르겠다. 음악이 가지는 호소력이란 그런 거니까.
다른 이들이 주로 앨범 리뷰를 다루던 것과 달리 내 글은 이런저런 기획 기사나 지금 쓰고 있는 음악 에세이와 비슷한 결이었다. 당시의 편집장도 내 글을 읽고 서 “네 글은 음악 에세이다.”라고 말해주었으니까.
요즘 들어 ‘시절인연’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늘었다. 앨범의 트랙리스트 순서가 중요하듯 어느 시기에 누군가를 알게 되고 만나는 것에도 어떤 순서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그러니까 요즘 알게 된 누군가를 아주 오래전에 만났더라면 어떠했을까, 그 옛날에 만났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 뭐 조금 부질없는 생각이라 하더라도.
늦은 밤. 혼자 조용히 음악 듣는 시간을 좋아하면서도 가끔은 대책 없는 서글픔이 몰려와 힘에 부치기도 했다. 밤란 으레 사람을 많이도 약하게 하는 존재로 만들곤 하니까. 사람 때문에 유독 힘이 들 던 날. 눈치를 많이 봐야 했던 날, 한 게 아무것도 없다 싶을 정도로 무기력한 시간을 보낸 날의 밤에는 낮 동안의 내 모습을 떠올리며 그렇게 괴로워했다.
무엇하나 보장된 것은 없음에도, 한글 파일을 열어 원고를 써내려간 날은 어쨌든 내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를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사람을 상대 하는 일은 어렵고, 낯의 부끄러움으로 불멸을 밤을 보내는 날이 있지만, 이젠 괜찮다. 밤이란 으레 사람을 약하게 만들곤 하니깐. 나만 힘든 게, 나만 밤에 괴로운 게 아니라는 것을 <오늘>을 들으며 알았으니까. 이젠 정말 괜찮다. 꿈이 있는 나는 정말 괜찮아졌다. 그 꿈 때문에 또 많이도 괴로워하겠지만.
음악이 슬퍼서였는지 기울어진 가세가 힘들어서였는지 엄마는 그 노래를 들으며 한참을 우셨다. 엄마를 울렸던 그 곡이 바로 김창훈이 부른 <나와 같다면>이다 엄마는 어쩌면 그동안 눈물을 꾹꾹 참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아직 학교에 다니는 자식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을 테니까.
무엇보다 김윤아의 <꿈>이 좋았던 것은 간절히 원해도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게 있음을 알려준 점이다. 1년 동안 200여 곳의 출판사에 글을 보내고도 책이 되지 않자, 또 다시 꿈의 실패를 떠올려야만 했다. 이루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주는 사람 없는 노래를 부르는 이. 보아주는 사람 없는 그림을 그리는 이. 그리고 읽어주는 사람 없는 글을 쓰는 세상의 수많은 작가 지망생들. 그 모두가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이윤찬이 부른 <겨우살이>는 예술가의혹독한 모습을 노래한다.
다이빙. 다이빙. 다이빙. 그리고 또 다이빙.
가만히 놔두어도 괜찮을. 보물보다는 깡통에 가까운 것들을 건져 올리기 위해. 가치도 없고, 말하고 싶지도 않은 걸들을 건져 올리기 위해. 계속해서 다이빙을 하고 어쩌면 수면 위로 올라와 감각을 되찾을 거라고 노래하는 곡은 그 자체로 예술인의 염감을 노래하고 잇는 듯 했다.
속절없다는 글의 뜻을 아십니까. 가끔은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이 속절없이 느껴진다. 어릴 때는 정말 느리게 가던 시간이 나이가 들어서는 왜 이리 빠르게만 흐르는 걸까. 조금은 천천히 흘러도 좋을 텐데.
앞으로 계속 글을 쓰고 조금은 운이 따라준다면 저는 또 다른 책을 쓸 수 있겠지요. 글을 쓰다 막히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는 늘 그랬듯 음악이 저에게 조금의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음악을 들으면 저는 어쩐지 하고픈 이야기가 생겨나니까요. 그러니까 일종의 ‘고백’같은 것들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