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유주택 은공1호 이야기
은공1호사람들 지음 / 오늘 / 2023년 2월
평점 :
나 혼자 사는 시대에 다 같이 사는 집! 삶이 곧 여행인 그곳을 들여다보다.
도봉산 아래 자리한 집, 세 돌 지난 막내부터 50대 장년까지 40여 명이 함께 사는 공유주책 ‘은공1호’를 소개하는 책입니다. 집은 어떻게 생겼는지, 이곳에서의 삶은 어떠한지에 대해 주거인들이 직접 작성한 글을 모아 엮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공유주택 생활기가 적혀 있습니다. ‘책으로 떠나는 집들이’라고 부르면 적합할 것 같습니다.
-------
은공 1호에는 네 개의부족이 있습니다. 현재 1부족은 아이가 있는 세대와 동거 커플, 싱글남성 두 명이 구성원입니다. 2부족은 아이가 있는 세세대로만 구성되었습니다. 3부족은 아이가 없는 세 세대와 청소년들이, 4부족은 싱글여성들과 한부모인 여성 세 명, 청소년 한 명이 생활합니다. 각 부족은 하나의 큰 가족이 되어 친밀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우린 같은 혹은 따로 여도 안정감 있는 가족이 되었다. 나와 남편은 아이 걱정 없이 각자의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아이가 분명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아이 또한 엄마 아빠와 떨어져 있어도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신나게 논다. 함께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고 챙겨주기 때문이다.
재정보다 더 좋은 점은 정서적인 부분이다. 혼자 살 때는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에 오면 아무도 없이 썰렁했다. 피곤한 몸으로 사람 소리를 들으려 영화를 보다가 잠들기 일쑤였다. 잠을 많이 자도 스트레스 해소가 안 되는 기분이었다. 셰어하우스에 살면서 늘 집에 사람이 있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가볍게 일상을 공유하며 밥을 먹고, 때론 진지하게 대화가 흘러 설로의 삶을 위로하고 응원했다.
주부로서의 삶도 만족스러웠다. 먹거리와 집안일을 모든 가족이 나눠서 하다 보니 4인 가족으로 살대보다 집안일일은 1/10 수준으로 줄어들었고, 남는 시간에는 운동. 철학공부 모임, 책읽기, 노래, 악기 배우기등 다양한 여가활동을 할 수 있었다. 함께 모여 사는 큰 이점이었다.
용기 내어 선택했던 공동체의 삶과 은공1호 입주를 통해 나는 이곳에서 무언가 대단한 행ㅂ족 덩어리를 발견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것 같은데, 만 4년 넘게 이곳에서 생활을 하면서 발견한 것은 결국 함께 하는 식사시간이 주는 소소한 행복이다.
은공1호는 여러 면에서 파격적이지만 이 부분에서도 놀랍다. 건물 전체에 TV가 없다! 주변에 TV가 없다고 말하면 많이 놀란다. 나라도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이걸 결정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TV가 없어지면서 퇴근 후 삶은 엄청 바뀌었다. 우선은 생산적인 활동이 많아졌다. 먼저 내가 참여하는 독서 모임은 여섯 명이 모여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고 토론하는 모임이다.
낮에는 대안학교 학생들의 교실이자 식사 공간인 햇살식당은 저녁에는 모두에게 개방되어 아이들과 어른들의 식사 공간으로 변한다. 나는 이 햇살식당에서 공동체 요리사로 일하며 평일 저녁 식사를 준비한다.
은공1호 1층에 카페가 만들어졌다. 집 안에 카페가 만들어진다는 소식이 매우 반가웠다. 사람들과 대화하기 위해 조용한 카페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떠들고 웃으며 이야기할 장소가 생겼다는 기쁨이 컸다.
공동체 원들이 별빛책방에서 책을 보고, 별밤에서 음악을 듣거나 편히 쉬는 모습을 보면 속으로 미소 짓게 된다. 나는 이 공간을 자주 사용하지 않지만, 누군가가 잘 활용하는 것을 보는 자체로 마음이 좋다. 나의 작은 나눔이 다시 내게 돌아온 격이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지나 나는 어느새 공동체 깊숙이 발을 들였고, 새로운 삶의 전환기를 맞이했다. 사람들과 관계하면서 드러나는 나의 내면 문제를 알아가고,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며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친구이자 큰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안골마을학교가 만들어진 지 6년째인데, 나름의 성과가 있다. 처음에 아이들은 무기력했고, 불만이 많았다. 무엇을 할 때마다 부정적이었다. 이것은 싫다. 저것은 귀찮다고 했다. 매우 수동적이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 놀라운 변화를 확인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으며, 그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을 찾고 협력할 줄 알게 되었다.
소모임은 70개가량 되며, 이 가운데 10개 이상이 모임에 참여하는 사람도 10명이 넘는다. 20개모임에 참여하는 ‘모임왕’도 있다. 소모임 활동은 공유주택 삶에 활력을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공동체를 이루어 사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덕목 중 하나는 공공성이다. 공공성은 자기중심성에서 의도적으로 벗어나야 가질 수 있다.
함께 사는 것은 가능하지만 잘 사는 것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많은 공부가 필요하죠. 친한 친구끼리 모이든 비슷한 관심사로 모이든 전혀 모르는 사람이 모이든 공부는 필수입니다. 여기서 공부란 함께 살아가는 법에 대한 공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