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일기장 개나리문고 8
조경희.심윤정 지음 / 봄마중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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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저학년 성장 동화

 

너무 사랑하는 엄마지만 늘 좋기만 한 건 아니다. 잔소리 좀 그만 했으면 좋겠고, 다른 사람에게 세련되고 예쁘고 교양 있어 보기면 좋겠다. 엄마의 끝없는 잔소리에 지치고, 좋아하던 여자 친구에게 딱지를 맞은 건우는 우연히 소원 일기장을 얻게 되고, 그 과정에서 가족과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개나리 문고> 시리즈는 초동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문해력을 길러 주는 창작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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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 손님한테는 안 팔아요. 그냥 가요.”

채소 장사가 손님의 손에 들려 있던 검은 비닐봉지를 사납게 낚아챘다.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두 사람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손님이 정말 심하네. 채소를 팔아서 얼마나 남는다고. 쯧쯧쯧.”

 

, 아줌마 손님 정말 교양 없다. 그치?”

하영이가 손님한테서 눈을 떼지 모한 채 내 귀에 대고 속 삭였다.

 

어머, 건우야...”손님 아줌마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순간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었다.

 

나는 하마처럼 계속 물을 들이켰다. 하영이가 교양 없는 아줌마 손님 이야기를 꺼낼까봐 틈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하영이가 말한 교양 없는 아줌마 손님은 바로 우리 엄마다.

 

인사 잘해라,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 양치해라, 숙제해라. 자면서 이불 걷어차지 마라.....

 

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잔소리

 

엄마 때문에 우리 반 예쁜이, 하영이와의 달콤한 시간도 망쳐버렸다.

 

정말이지 엄마는 구제불능이다.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전혀 모르는 모양이었다. 엄마 때문에 하영이 앞에서 얼어붙었던 일을 생각하면 화가 부글부글 끓어올라 심장이 녹아내릴 것 같다.

 

갑자기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초등학생이 어른을 이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빠는 엄마를 이해하는 것이 자판기 버튼을 누르면 원하는 음료수가 나오는 것처럼 쉬운 일인 줄 아는 모양이다.

 

요정이야할머니가 덧붙였다. “요정이라고요?” 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요정다운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라면을 뒤집어쓴 것 같은 뽀글머리에 꽃무늬가 어지럽게 수놓아진 블라우스, 고무줄 바지 위로 보록하게 튀어나온 뱃살까지....

 

하늘을 날아오르는 것은 몸을 써야 하는 거잖니. 몸은 늙었어도 머리는 아직 쓸만 하단다. 그러니 네 소원을 말해보렴.” “소원이요?” “기운 없으니까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랄. 소원을 빌 거냐 말거냐?”

 

요정은 돈 안 받아. 대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네 몫이란다. 그리고 닥 일주일 동안만 빌릴 수 있어. 일주일이 지나면 반납해야 해.

 

손해 볼 건 없으니까. 한 번 써 보지 뭐. 나는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이상하게 집안이 조용했다. 엄마의 잔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엄마는 족발을 먹지도 낳고 내가 먹는 모습만 바라보았다. 나는 새로워진 엄마가 마음에 쏙 들었다.

 

일기를 쓰다가 문득 궁금해졌다. 매일매일 소원이 이루어지면 신이 날 텐데 점점 일이 꼬여 가는 것 같았다. 나는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때 몇 가지 장면이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다.

 

커다란 개는 소원 일기장에 코를 대고 킁킁거리더니 우적 우적 씹어 먹다가 일기장을 갈기갈기 찢기 시작했다. “저리 썩 꺼지지 못해!” 멀리서 초대형 스피커를 삼킨 것 같은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가 시장바구니를 휙휙 저으면서 커다란 개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네가 안 다쳤으니까 그걸로 됐어.” “돈 아깝잖아. 엄마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돈....” 여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그래도 건우 너보다 중요하지는 않아!”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일기장이 반짝거리는 새 일기장으로 변신해 있었다. 일기장은 머잖아 새 주인을 만나게 될 것이다. 누구인지 모르지만, 일기장을 손에 넣은 아이는 김빠진 콜라 맛을 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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