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공백기
심혜영 지음 / 푸른문학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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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했던 날들의 소란했던 이야기. 청춘 공백기

 

괜찮지 않은 것은 괜찮지 않은 것이다. 자신을 외면하느라 애쓰기보다, 직면하는 수고로운 고통이 오늘을 바꾸고 미래를 기약하는 가장 확실한 희망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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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탓도 아니에요! 더는 자신을 미워하지 마세요. 그냥 감기 같은 거예요. 지독한 독감에 걸린 거로 생각해요주치의 선생님의 말을 곱씹어 생각한다.

 

관계에 치이고, 일에 치이고, 삶이라는 무거운 책임감에 짓눌리고, 상처에 아파하고, 기대감에 실망하면서도 나는 나로 살아야 한다. 시간은 현재에만 존재하고, 미래를 살아볼 수 없으므로 매일 맞이하는 내 인생은 언제나 처음일 수밖에 없다.

 

우리에겐 아직 미완의 미래가 있다. 스물에 서른에 넘어졌다고 해서, 마흔의 가을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는 과거의 문을 폐쇄하고 미래의 문을 열었다.

 

내 안의 진짜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용기, 나에게는 진짜 나를 드러낼 수 있는 그 용기가 필요했다. 감정 표현이 서툴고, 나 자신을 마주하는 것도 서툰 내가 비로소 나를 마주하기 시작한 건 내가 낭떠러지로 떨어졌던 그날 이후부터다. 그때부터 비로소 내 인생을 책임지기 시작했다.

 

한때 모두가 내게 말했다. 왜 아무런 시도를 하지 않는 거냐고, 왜 아무런 노력도 하지 도 하지 않는 거냐고, 나는 세상 밖이 두려웠다. 세상에 나가보기도 전에 겁을 먹고 있었다.

 

내 외로움의 근원을, 내 아픔의 잊힌 기억을 나는 마주하고 싶어졌다. 더 이상 갈 곳도 의지할 곳도 없는 떠돌이 같은 이 마음으로는 살아갈 수 없다. 이 방황을 이제 그만 끝내고 싶다. 섬처럼 외로운 나는 적어도 내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고 싶다. 그것이 끝내 해결될 수 없는 마음이더라도 말이다.

 

몇 년의 백수 생활 동안 생활은 늘 쪼들렸고, 경제적인 개념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나는 늘 경제적인 압박에 시달렸다. 백수 생활은 시간은 많았지만 돈은 부족했고, 오랜 백수 생활이 자신감을 떨어지게 하고 사람을 움츠러들게 했다.

 

리즈도 한국에서 꿈을 위해 이곳에 왔다고 했죠? 그녀를 잘 봐둬요. 지금 힘든 순간이 많겠지만 절대 꿈을 포기 하지 말아요. 환경은 의지만 있으면 극복해 낼 수 있어요.”

 

저는 꿈을 꼭 이룰 거예요.”

 

불안한 삶 속에서 바람에 흔들리듯 금방이라도 꺼져 버릴 것 같다. 자손감에 관한 책 수십 권을 읽으면 내 자존감은 단단해질 줄 알았는데 머리로는 이해되는 것들이 가슴에서는 이해되지 못하나 보다.

나는 내가 미치도록 부끄러웠다. 과거의 나를 돌아보는 건 어렵고 아득하게 느껴진다.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살아왔던 내 청춘의 공백기는 내가 극복해야 할 대상이기도 했지만 영원히 극복할 수 없는 장벽처럼 느껴졌다.

 

내가 가진 것에 대한 감사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원망이 넘쳐났던 그 시절, 나는 그 청춘을 통과했다. 여전히 가끔은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바라기도 한다. 그리고 무너진다. 그러나 그 격렬하고 어리석었던 청춘의 시간을 통과한 후 나는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나를 좀 더 당당하게 드러내라는 그날의 말들이 떠올랐다. “별 것 아닌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라는 그 말이 왜 나를 울컥하게 했을까? 나의 부끄러운 삶의 기록들 역시 내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었다는 것을 받아들어야 할 때가 됐다.

 

겨우, 간신히 뛰어 넘는다. 넘어지기 일쑤고, 때로는 장애물을 만나면 온 신경이 마비되기 일쑤다. 나이와 경험이 나를 더 성숙하게 만들어 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삶은 늘 어렵다.

 

꿈을 잃지 않은 덕분에 나는 글을 쓰고 있다. 거장의 삶 역시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았고, 그들의 고통 역시 우리들의 고통과 다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림을 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마주한다. 나의 수많은 가면을 점점 벗는다. 먼저 나의 과거를 용서하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나를 용서하고 나를 위로한다.

 

누군가는 꿈을 이뤘고, 누군가는 꿈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가고 있다. 꿈을 이루지 못해 더 이상 아파하지 않고, 이루지 못했음에 슬퍼하지 않는다. 다만, 이제 우리는 지금을, 이 순간을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살아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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