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레코드 다림 청소년 문학
이혜린 지음 / 다림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세상, 답답한 현실 속에서 우리가 꿈 꿔 온 처벌의 미래

우리가 한번 쯤 상사해 본 가해자들이 숨 쉬는 세상, 방관자들이 목격자가 되는 세상, 피해자가 떳떳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세상이 펼쳐진다.

 

드림 레코드는 간밤에 꾼 꿈을 재현한 꿈 영상을 보여주는 곳이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꿈 기록에 도전한다.

밀어낸 기억 속 상처 받은 나를 다독이는 꿈의 여정

 

-------------------

 

꿈을 기억할 수 있다면

 

 남편의 진지한 목소리에 해나가 고개를 들었다. “내가 누군지 벌써 잊은 거야? 나 뇌 과학자아.” “그건 알지만... 내가 말한 건 너무 비현실적인 얘기라....” 해나의 말에 남편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꿈을 기억하는 게 가능하다고?”

 

한편 태오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드림 레코드를 설립했다.


여름 이야기

 

꿈속에서는 모두가 함께였던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별처럼 쏟아졌다.

 

한편 어린 시절의 가정 폭력이나 학교 폭력으로 생긴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드림 레코드를 찾아오는 고객들도 있었다. 그들에게 시간은 약이 아니었고, 아픈 기억은 가슴 깊숙한 곳에 잠복해 있다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용수철처럼 튀어 올랐다. 그래서 그들은 드림레코드를 방문했다.

 

무엇보다 여름은 그날의 꿈 상영을 통해 을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잇게 해준 회사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꼈다.

 

가은의 꿈 기록

 

아이들이 한마디씩 지껄이며 가은을 향해 빈정거렸다. 고개를 숙인 가은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말 같지 않은 말에 반응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렇게나 내뱉은 말들, 혹은 어떤 단어들을 조합해야 더 큰 대미지를 입힐 수 잇을 까 계산하면서 하는 말들, 혹은 찌질해 보이지 않으려 부러 독하게 뱉는 말들이었다, 동등하지 않다고 여기는 상대에게만 할 수 있는 말들이었다.

 

 네 아이를 끝도 없는 두려움 속에 내몰고 벼랑 끝에서 밀친 게 누구인지, 내 아이가 긴 시간 동안 혼자서만 품어 온 상처와 고통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확인하고 알아내야만 했다.

 

어른보다 영악한 행동을 일삼으면서 단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용서받는 가해자들이 판을 치는 세상. 이젠 세상이 바뀌어야 할 때라고 생가하면서 여름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런 말이 있더라. 인생은 원래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누구나 자기만의 아픔이 있는 거라고. 다들 그렇게 견디면서 살아가는 거라고. 근데 안 되는 것도 있더라. 억지로 누르면 내가 다치는 칼날 같은 기억도 있는 거더라고. 칼날이 살갗을 파고드는데 그걸 외면하고 견뎌 낼 순 없는 거잖아.”


피하고 싶은 아픈 기억을 마주한다고 해도 그걸 온전히 받아들이겠다는 용기를 내는 거야. 아프고 힘든 나를 내가 직접 안아 줘야 돼. 안 좋은 감정이나 기억들도 전부 내 것이고 내 삶의 일부이니까. 내가 알아주지 않고 자꾸 외면하면 그 아픔은 절대 사라지지 않아. 아픔을 직면하는 게 썩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연약했던 과거의 나를 안아주고 토닥토닥해 줄 수 있는 지금의 나는 그래도 조금 더 성장한 나겠지.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얼마나 아팠을까.... 혼자 얼마나 무서웠을까.”

 

강화 유리

 

어두운 동굴 속에 침잠해 있으면서도 멀리 보이는 한 줄기 빛을 놓치지 않았다. 자신의 아픔을 마주하는 일은 다 큰 어른들에게도 쉽지 않을 터였다. 여름은 가은이 대견하고 기특했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존재하는 너는 너의 삶을 살면 되는 거야. 네가 새롭게 만들어갈 수 있는 너만의 삶, 가은아, 이제 더는 멈춰 있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 우리.”

 

찔리십니까?

 

이제부터 학교 폭력 장면이 담긴 꿈 영상을 전국에 송출하려고 합니다. 물론 피해자에게 모자이크 처리와 목소리를 변조할 거고요. 잘못한 것 없는 피하자가 숨는 세상은 옳지 않습니다. 가해자가 부끄러움에 얼굴 들지 못하는 세상을 제가, 아니 드림 레코드가 반드시 만들어 나갈 겁니다.”

 

피해자를 제외한 모두가 공범입니다. 직접 안 건들고 안 때렸으니 자신은 무고하다고 생각하나요? 그렇다면 큰 착각입니다. -------

 

혹시 지금, 찔리십니까?”

회장의 강렬한 눈빛에 압도된 학생들은 호랑이 앞에 하룻강아지처럼 얼아 붙었다. 복잡미묘한 표정으로 회장의 말을 듣고 있던 가은은 말 없이 시선을 떨어뜨렸다.

찔려야죠, 사람이라면. 마음이 불편해야 합니다.”

 

한편 전국의 학교 폭력 가해자들은 발등에 불벼락이 떨어졌다. 설마 그런 일이 진짜로 일어 나겠나며 겉으로 센 척,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 덫에 걸린 짐승처럼 숨을 죽이고 덜덜 덜고 있었다. 세상은 온통 학교 폭력 꿈 영상 공개입법화에 관심이 쏠려 있었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피해 숨지 않아도 되는 지금의 시간이 얼마나 갈지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한 회장은 한 번 더 희망을 걸어 보기로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조금이나마 상식적이고 건강한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