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편지
구본형.홍승완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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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나의 생명에 기운을 불어넣는 문장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그런 문장을 금언 또는 잠언이라 부릅니다. 말과 글을 사용하는 건 사람이지만, 나중에는 언어가 그 사람을 길들입니다.

 

버트런드 러셀의 그의 긴 인생만큼 두툼한 자서전의 프롤로그를 이것이 내 삶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므로, 만일 기회가 주어진다면 기꺼이 다시 살아 볼 것이다.”라는 문장으로 마무리했습니다. 본인의 신념과 열정에 충실했기에 이렇게 말할 수 있었을 겁니다.

 

열정은 내 삶에 대한 책임은 세상이 아닌 나에게 있다는 결심이기도 합니다. 열정은 스스로 불타올라 빛날 수 있는 힘입니다. 평범함을 넘어선 모든 사람은 자신의 열정을 따랐고, 자기 생각대로 살아 볼 수 있는 제 세상 하나를 창조했습니다.

 

성찰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품고 자신을 들여다보고 궁리하는 과정입니다. 다르게 표현하면 성찰은 자기를 보는 마음의 시력입니다. 시력이 좋은 사람이 선명하게 보듯이, 성찰이 발달한 사람은 자신을 보다 깊이 느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성찰이 성장의 원동력입니다.

 

나의 탐구심을 가장 잘 보여 주는 증거는 지금까지 읽고 쓴 책입니다. 나는 왜 책을 읽는가? ----- 역시 탐구심 때문입니다. 내게 읽기와 쓰기는 다른 활동이 아닙니다. 둘 다 탐구의 과정이니까요.

 

사람이 저지르는 가장 큰 죄가 행복하지 않은 나날이어서 그런지 우리는 모두 행복을 추구합니다. 그런데 행복이란 직접 추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닙니다. 행복은 무언가 열심히 몰두할 때 생겨나는 부산물 같은 것입니다. 나는 좋은 책을 읽을 때 행복합니다.

 

질문하지 않으면 답을 찾을 수 없듯이 철학이 없으면 앞으로 나타나는 숱한 갈림길을 골라 갈 수 없습니다. 철학이란 세상과 나에 대한 나의 생각입니다. 이해를 따르지 말고 자신의 철학이 길을 밝히는 등불이 되어야 합니다.

자신의 생각은 고독을 만들고, 고독은 철학을 가짐으로써 자기다운 삶으로 나아갑니다. 따라서 우리는 철학을 공부만 할 게 아니라 나만의 철학을 만들어야 합니다. 나의 철학을 삶에 녹이고, 삶으로 철학을 받쳐 주어야 합니다.

 

행복은 대단한 게 아닐지 모릅니다. 삶 역시 거창한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지혜로운 이들이 한결같이 말하듯이 행복은 지금 여기에 있고, 모든 하루는 유일한 날이며, 순간순간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 그런 하루가 강물처럼 흐를 때 일상은 풍요로워지고 존재는 새로워집니다. 이 역시 내 마음에 심어 둔 철학입니다.

 

삶에는 정해진 목적이 없습니다. 삶의 유일한 목적이 있다면 삶 자체입니다. 여행의 목적이 목적지에 닿는 게 아니라 여행 자체인 것과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만일 화려한 결과만을 위해 산다면 그것은 감나무를 키우는 이의 마음이지 감나무의 마음이 아닙니다. 좋은 삶 그 자체가 훌륭한 결실입니다.

 

나는 이제 압니다. 삶 자체가 여행입니다. 그래서인가 봅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자기 존재를 들여다보게 됩니다. 생명이 시작할 때 죽음도 같이 시작됩니다.

 

그럼에도 살면서 당한 모욕을 씻어주고, 억울함을 위로하고, 슬픔을 나눌 수 있는 휴식처 또한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공감할 줄 압니다. 공감은 봄바람이 얼음을 녹이듯 사려 깊고 밤 호수를 비추는 달빛처럼 부드럽습니다.

 

우리의 마음속에는 여러 개의 인생에 대한 가능성이 서로 싸웁니다. 서로 자기의 길을 가자고 유혹하고 잡아끕니다. 여러 개의 길이 갈라져 있는 갈림길에서 우왕좌왕 합니다. 그러니 삶이 미로 같지요.

 

나는 소명이란 소중한 이름의 줄임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우리 인생이란 자신의 진짜 이름을 찾아내고 그 이름에 걸 맞는 세계 하나를 창조하는 여정이 아닐는지요.

 

우리 인간도 다르지 않습니다. 낙엽이 혹독한 겨울을 견디기 위한 나무의 지혜이듯, 나를 잃음으로써 나를 되찾음은 모든 지혜의 공통된 메시지입니다. 개인의 혁명은 자신의 껍데기를 죽음으로써 가장 자기다워짐을 지향합니다.

 

모든 동물을 죽어 땅에 묻히고 썩어, 하나의 벚나무 씨가 그 비옥한 땅에 떨어지면 그 싹이 되어 자라 봄에 찬란한 꽃을 피워 내는 나무가 되는 것이니까요. 중요한 건 산 채로 죽음을 겪어야 한다는 겁니다.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의 완성이며, 새로운 삶으로 이어지는 다리이기 때문입니다.

 

올해로 사부님이 떠난 지 10년입니다. 이 책은 하늘에 계신 스승과 땅에 있는 제자가 함께 쓴 책입니다. 구본형이 10년 만에 그대에게 건네는 선물입니다. 이 선물이 그대 마음에 들면 좋겠습니다. 책을 읽으며 그대 마음이 봄처럼 피어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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