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만히 앉아 있습니다 ㅣ 상상시선 3
김재윤 지음 / 상상 / 2022년 6월
평점 :
시인은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사랑하여 시를 쓰고, 시를 써서 사랑합니다. 사랑이 멈추면 시도 멈춥니다. 두렵습니다. 시인이라는 이름이 -- 김재윤
벽 안의 나는 찬란하고
너는 쓸쓸하다
나는 자유롭고
사랑은 갇혀 있다
- 벽 에서
홍매화 꽃잎
의자에
앉는다
- 꽃잎 에서
벽에 걸린 형님 사진이 담긴 액자와
어머니 사이로 강이 흘렀다
- 강에서
어머니의 손을 펴보니
어머니 손바닥이 별이 가득했어요
무정한 세월이 별이 다투지 않고
세상을 그저 살았어요
- 어머니의 손에서
그대 숨결
잡히지 않습니다
여러 해, 여러 달, 여러 날, 여러 시간을
한 문장이 울고 있습니다
- 시에서
살아 남기 위해
꽃이 아니라 잎이 되어야 하는 때가 있다
꽃잎도 꽃받침도 마련하지 않아야 하는 때가 있다
- 껍질 에서
죽음을 읽는 일은 피곤하다
책과 한평생 보내
나는 늙었는데
또 책이 태어나다니
눈은 침침한데
신간이 우수수 쏟아졌다
죽음과 신간 사이 책갈피를 꽂았다
- 책갈피에서
목에도 꽃이 필까
목도 추억이 될까
목빠지게 산 목이여
복숨 뻗친 목이여
목마른 목이여
그래도 살아야 할 목이요
- 목 에서
그대 발자국 따라 내린 눈이
꽃이 되었지
심장이 내린 무정한 세월
꽃이 되었지
꽃이 되어 나는 울었지
울어, 울어 꽃이 되었지
- 동백꽃 에서
달이 뜨고 해가 져도
달이 지고 해가 떠도
하늘의 높이 알 수는 없어
그저 걸을 뿐
바람 될 뿐
- 순례자에서
나는 정지했고
너는 움직였다
-눈물 에서
돌고 돌다 또 돌고 돌아
피어난 복사 꽃
이렇게 만날 걸
바람이 밀쳐냈을까
- 복사꽃 그늘 아래서 에서
이름 짊어지고 다니느라 힘들었다
이제 내려 놓고
꽃이 되자 별이 되자
바람되자
아무것도 아닌 것 되자
- 이름 에서
마음에 와 닿는 문장을 발췌하여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