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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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파 라히리는 미국으로 이민을 온 이민자 세대이다. 줌파 라히리의 어머니는 인도의 벵갈어를 쓴다.

그녀는 7살 때까진 줄곧 벵갈어로 말을 하다가 차차 미국에서 유치원을 다니고, 학교를 다니면서 영어를 모국어로 받아들인다. 그렇게 본인의 태생과는 다른 언어를 모국어로 삼아 일생을 살아가고, 큰 상을 받으면서 작가가 된다.

그녀는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는 일을 계기로 이탈리아어와 사랑에 빠졌다. 어떻게 언어와 사랑에 빠질 수 있느냐. 그것도 아주 지독한 열병이 가까운 사랑.

그녀는 끝내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일에서 나아가 이탈리아어로 자신의 책까지 내게 된다.


외국어를 배우고, 자신의 언어로 체득시키는 과정은 흡사 근육을 단련시키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끊임없이 근력 운동을 해주고, 단련시켜 주어야 몸에 빵빵하게 근육이 붙듯이, 언어 또한 마찬가지다.

영어로 쓰여진 책을 불편하게 느껴서 읽는 일에 거부감까지 느껴질 정도로 이탈리아어를 그리워하고, 생활 속에서도 이탈리아어가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녀는 어떤 큰 벽을 마주치게 된다. 그녀의 외모때문에 서투른 이탈리아어를 구사하는 남편보다도 (남편은 겉모습만 보면 완벽한 이탈리아인처럼 보이는 까닭에.)

더욱더 서투른 이탈리아어를 구사하는 것처럼 보인다. 줌파 라히리가 이탈리아에서 산 지 20년이 다 되었는데도 말이다.

줌파 라히리는 예상치 못한 큰 벽 앞에서 분노와 무력감을 느낀다. 이 책 한 권으로 줌파 라히리에게 푹 빠졌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녀의 다른 책인 “저지대”와 “책이 입은 옷”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벵갈어를 쓰던 어린 아이가, 영어를 모국어로 받아들이고 쓰다가 미국에서 작가라는 신분을 얻고, 다시 우연한 계기로 이탈리아에 가게 되어 이탈리아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자신의 언어로 만들기까지의 과정과 낯선 것을 마주하는 그녀의 용기가 멋지게 느껴진다. 새로운 형식의 산문집이었다.


*밑줄긋기
73page
자신에 대한 믿음과 권위없이 글을 쓴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75page
나는 왜 글을 쓸까?
존재의 신비을 탐구하기 위해서다.
나 자신을 견뎌내기 위해서다.
내 밖에 있는 모든 것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서다.

나를 자극한 것, 날 혼란에 빠뜨리고 불안
하게 하는 것, 간단히 말해 나를 반응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싶을 때
그걸 말로 표현해야 한다.
글쓰기는 삶을 흡수하고 정리하는
내 유일한 방법이다.

*76page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리고 삶은?
결국 같은 것이리라.
말이 여러 측면과 색조를 갖고 있고
그래서 복합적인 특성을 갖고 있듯
사람도 인생도 마찬가지다.
언어는 거울, 중요한 은유다.

결국 말의 의미는 사람의 의미처럼
측정할 수 없고 형언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104page
외국어는 섬세하고 예민한 근육과 같다.
근육을 사용하지 않으면 약해진다.

자신과 일심동체인 언어가 멀리 있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언어를 또렷이 간직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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