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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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 작가의 모든 소설을 다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의 소설을 읽은 후의 내 감상은 늘 유머러스해서 재미는 있으나

불편했다. [최순덕 성령충만기], [사과는 잘해요.], 그리고 이번 소설집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다 읽은 후에도 웃기긴 웃긴데 대체 왜 개운치 못하고 불편한 걸까

라는 생각에 리뷰를 쓰려 생각하다가, 펜을 들었다가 다시 놓기가 일쑤.

이 불편함의 근원이 뭔지 찾고 싶기도 했다가

이내 머리가 아파져 또 관두었다.


그러다가 오늘 다시 한번 이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를 훑어보고, 내가 느낀 불편함의 근원이 아마 부끄러움을 자꾸 건드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단편소설집에서 제일 인상 깊었던 단편은 역시 첫 편인 [최미진은 어디로]

였다. 그리고 많은 독자들이 혹시 작가의 실제 경험담은 아닐까 궁금해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주는 아니지만, 중고나라 사이트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저렴한 가격에 "득템"

하기도 하는데, 나의 경우에 아무리 서점에서 파는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해도

책을 사는 것만큼은 왠지 끌리지 않는다.


그래도 책을 판매하는 셀러들이 꽤 많은 것을 보면,

또 [최미진은 어디로]에서 나와있듯이 꽤 많은 책을 판매하는 사람은

책 개별의 가격을 일일이 책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룹으로 묶어 판매하기도 하기에, 이 [최미진은 어디로]

가 비단 100% 허구는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슬며시 웃음이 났다.

적어도 이기호 작가가 중고나라 사이트에 들어가서

각종 베스트셀러 목록을 꾸려 판매하는 게시글을 굉장히 인상깊게

보았겠구나 하는 것은 팩트가 아닐까 생각하니

해실해실 웃음이 나왔다.


특히 이 단편에서 나의 웃음 코드에 딱 맞아떨어진 부분!

이기호 작가가 중고나라 사이트에 들어가서 자신의 책을 1 + 1 취급 하는

것을 목격하고


분노 -> 절망 -> 모욕 -> 상실


을 느끼며 싱숭생숭 하다가 자고 있는 아내의 곁에서 슬며시 하소연을 하는 데,

이때 이기호 작가 아내의 대사가 너무 웃긴 거다.


-15page


"혹시 ...내가 아는 사람 아닐까? 일부러 나한테 모욕을 주려고...

난 왠지 꼭 그럴 것만 같거든..."


(중략)


"그러니까 인터넷 그만하고 소설이나 쓰라고!

소설을 안 쓰고 있으니까 그런 것만 보이지!

소설가가 소설 못 쓰면 그게 모욕이지,

뭐 다른 게 모욕이야!"


아내에게 퉁박을 받는 소설 속 작가가 왠지 안쓰럽게 생각되면서도 나는 이내 진지해졌다.


살면서, 소소하게 모욕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럴 때 나는 이 모욕을 되갚아주어야 하는 것인지, 내 마음 모른 척

호구로 남아야 하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가 있다.

대체로 상처가 되는 모욕이 아닌 이상 스무스하게 넘어가면서도

영 내심 찜찜한 것은 사실이다.


작가는 [최미진은 어디로]에서 이런 관계에서 오는 감정들을

매우 유머러스하게 담아내면서도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악의가 담겨있지 않은

모욕을 상대방에게 안겨주고 있지는 않은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한다.

그런 것을 느끼는 순간 또 이내 숙연해지는 거다.

어떤 것이 꼭 어떤 의도를 품어야만 하는 걸까.

모르고 안겨주는 모욕과 상처는 상대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 것일까 하는 그런 생각.


대체로, 이번 이기호 작가의 단편들을 읽어보면

공통된 화두가, 하나로 모아지는 공통점이

"우리는 어떤 감정들을 마땅히 그래야 할 사람에게 정당하게 표출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에서, 동네 주민들은 성의로 똘똘 뭉쳐 성금을 걷어

궂은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천막 농성을 이어가는 권순찬 씨에게

700만 원의 성금을 전달한다.

그러나 권순찬은 그 돈을 받을 수 없다고, 딱 잘라 거절한다.

왜냐, 그 성금은 그가 받아야 할 대상인 사채업자로부터 받은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들만의 선의로 똘똘 뭉쳐 있던 입주민들은 그 선의를 거절당하는 순간,

원망과 분노, 한풀이의 대상을 이내 권순찬에게로 돌린다.

화를 내야 할 이유가 있어 화를 낸다기 보다, 그들에겐 어떤 하나의 대상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 소설의 작가 역시, 권순찬의 멱살을 잡고 흔들다가 그를 추궁하며, 힐난한다.


-101page


"애꿎은 사람들 좀 괴롭히지 마요!

애꿎은 사람들 좀 괴롭히지 말라고!"


누가 누구를 괴롭히고 있는지 잘 모르는 순간,

내가 화를 내고 있는 대상이 과연 적절한가 싶은 순간.


우리는 살아가면서도 계속 소소하게 진실과 기억들을

시시때때로 망각하며 살아가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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