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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치 체포록 - 에도의 명탐정 한시치의 기이한 사건기록부
오카모토 기도 지음, 추지나 옮김 / 책세상 / 2010년 2월
평점 :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나 이상으로 무서운 이야기 즉 괴담을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것만 해도 여러 개가 있다. 특히 무서움을 잘 타는 내가 많이 알고 있는 정도이면 다른 사람들은 더 볼 것도 없이 괴담 이야기가 몇 개씩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괴담 이야기는 수학여행이나 수련모임 그리고 여행에서 꼭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이다. 다 같이 둘러앉아 친구의 친구에게서 들었던 이야기인데라며 시작하는 괴담 이야기는 무서움을 느끼면서도 두 귀를 쫑긋 세우고 그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한다. 그래서인지 무서우면 밤에 잠도 잘 자지 못하면서도 이 책 기이한 사건기록부인 한시치 체포록을 손에 잡은 건지도 모르겠다.
무서움을 잘 타는 한 소년이 우연히 에도시대의 탐정 한시치라는 사람의 사건을 듣게 되었고 어린 소년이던 그가 십 년 뒤 청년이 되어 한시치를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면서 한시치가 자주 찾아오는 그를 위해 자신이 풀었던 기인한 사건들을 이야기한다. 한시치가 주인공인 나에게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난 나에게 이야기하는 것 같아 무서움을 느끼며 책을 읽어야 했다. 특히 한시치가 아닌 다른 오캇피키의(사건의 수사와 범인을 체포를 맡은 사람) 이야기인 <쓰노쿠니야>를 읽을 때는 바람에 흔들려 살짝 덜컹거리는 방문에 화들짝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총 12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이 한시치 체포록에는 무서운 이야기도 섬뜩한 이야기도, 신비한 이야기도 모두 뒤에는 사람이 있었다. 그 모두가 진짜 귀신이 아닌 사람이라는 것이다. 불안정한 시대였던 만큼 괴담도 많았고 그 괴담을 믿지 않을 수가 없을 테지만, 터무니없는 괴담에 속는 사람들을 보며 조금 한심스러워 보였다. 그러나 나도 옛날 사람이었다면 그 괴담을 믿지 않았을까? 싶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나오는 그림이 혹시 무서운 그림이 아닐지 뒷장을 넘기기가 무서웠지만, 다행히도 그림들은 나를 무섭게 하지 않았다. 밤늦게까지 책을 읽고 싶었지만, 왠지 무서운 기분에 책을 덮으며 내일을 기약했다. 그러나 불을 끄고 책 표지를 보는 순간 그 표지의 그림이 갑자기 섬뜩하게 다가왔다. 까마귀와 비 내리는 어둑한 마을에 서 있는 사람의 표지가 한층 무서움을 더했다. 그래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책을 옮겨두고 나서 다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몇백 년이 지난 옛날 시대의 사건들이지만, 범인이 저지르는 범죄는 현재 발생하는 범죄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일본의 옛 시대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일본 지명들과 이름들이 얼핏 비슷해서 그것들을 기억한다고 조금 어려웠지만, 초반의 그 어려움만 빼면 쉽게 책에 빠져들 수 있었다. 한시치가 들려주는 기이한 괴담 이야기는 귀신은 아니었지만, 하나하나의 이야기는 사람을 무섭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에도 시대의 명탐정인 한시치의 기이한 이야기를 무섭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고 그의 비상한 머리가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