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박민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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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라는 책을 우연히 신간 코너에서 보게 되었고 난 이 작가의 책을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어 관심도 보이지 않았었다. 그저 새로운 책이 또 나왔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어느 카페를 가도 읽고 싶은 책 목록이나 새로 산 책에 항상 이 책이 올라왔다. 그래서 어느 순간 나도 이 작가의 책을 읽어보고 싶었고 책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이 그저 사람들이 많이 사는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나도 모르게 덜컥 이 책을 샀다. 사고 나서 아무런 줄거리도 모르고 그저 소문으로만 산 나 자신에게 많은 질책과 혹시 잘못 산 거는 아닌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 책을 미루고 미루다가 인제야 읽었다. 그런 나의 걱정은 다 부질없었고 책을 덮으면 맺혀 있던 눈물을 닦아내야 했다.

두 남녀가 첫눈 내리는 겨울 어느 버스 정류장에서 만나게 된다. 서로 많이 사랑하는 사람들 같은데 두 남녀는 어색하고 서먹하게 만나 어느 레스토랑에 밥을 먹고 후식으로 커피까지 마신다. 눈이 그치고 그곳 레스토랑의 분위기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두 사람은 아쉬운 발걸음으로 서로 헤어진다. 도대체 그 두 남녀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궁금하던 찰나에 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대학을 가지 못해 재수하게 된 주인공 남자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간절한 꿈을 가진 아버지의 아들이다. 그러나 막상 연기자로 성공하면서 자신의 아내와 아들을 버린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너무나 사랑해서인지 영혼을 잃어버린 것 같이 멍하니 앉아 있는 어머니를 치유하기 위해 강릉으로 내려가고 자신 혼자만 그 집에서 살고 있다. 그렇게 무료한 생활하는 그에게 친구의 추천으로 백화점 주차장에서 근무하게 되고 우연히 그곳에서 그녀를 보며 우뚝 멈춰 서고 만다. 매우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너무 못생겨서이다. 주위 사람들과 동떨어져 사는 그녀를 보며 그는 연민인지 동정인지 모를 관심을 두게 되고 자신과 같이 일하는 요한 선배의 충고에도 둘은 연인 사이가 되면서 두 남녀의 사랑이 시작된다.

친구와 길거리를 지나가면서 잘생긴 남자와 못생긴 여자 연인을 보게 되면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분명히 여자 쪽에서 돈이 많아서 남자가 붙어 있는 거야. 라는 질투 어린 시선과 함께 그 연인을 비웃으면 그곳을 스쳐 지나가거나 개그 소재로도 많이 나오는 그런 연인들을 보면서 그 사람의 고통은 알지 못하고 그저 재미있다고 웃기에 바쁘다. 나도 솔직히 그렇게 예쁘지도 않으면서 그래도 저들보다는 내가 조금은 더 낮다는 위안을 삼으면서 말이다. 정녕 그들의 속사정을 모르면서 말이다.

예쁘지도 않았고 평범하지도 못한 그녀의 삶이 얼마나 아팠을지 난 상상도 하지 못한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을 받는다는 것조차 자신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일이라며 포기하고 살아가던 그녀에게 그는 구원과도 같은 한 줄기 빛이었을 것이다. 난 그녀가 그 빛을 끝까지 놓지 않고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만약 이게 소설이 아니라 지금 내가 살아가는 현실 사회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난 그들의 사랑을 응원할 수 있었을지 라는 의문과 아마도 응원보다는 책에서 나온 소녀들처럼 깔깔 웃으면 지나갔을 것 같다. 그런 나의 모습을 생각하니 답답하고 이제부터라도 노력하고 싶지만, 나란 인간을 싹 다 뜯어서 고치는 않는 한은 노력만으로 되지 않을 것만 같아 슬프다. 지금은 그저 나의 말로 상처받았을 그 연인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용서를 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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