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 완역본 하서 완역본 시리즈 4
에밀리 브론테 지음, 한명남 옮김 / (주)하서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고전은 어렵다는 편견 때문인지 고전 소설에 손이 잘 가지 않았고 책을 펼치는 것도 힘들었다. 그런 생각들로 고전 소설을 멀리하던 나였는데 어느 날 언니의 말로 처음 읽은 고전 소설이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이었다. 그 책을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어서 고전 소설이 어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언니가 재미있게 읽었다던 "폭풍의 언덕"이라는 고전 소설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많은 책에 밀려 언니의 추천에도 다음으로 미루었던 "폭풍의 언덕"의 책을 오늘에서야 읽게 되었다.

처음 책을 읽기 전 먼저 언니와 같이 영화로 보게 되었다. 영화가 있다는 사실을 몰랐는데 언니가 찾아서 같이 보자고 했고 아직 책도 읽지 않은 나로서는 고전 소설의 영화인데 어렵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보게 된 영화는 나에게 쉽게 잊혔고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영화를 봤던 부분들이 조금씩 새록새록 기억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억하는 부분은 정말 조금뿐이었고 전체적인 줄거리는 기억나지 않아서 책을 읽는 내내 다행히 재미있게 읽었다.

힌들리와 캐서린 언쇼는 부잣집 아이들이다. 어느 날 멀리 여행을 가셨던 아버지는 처음 보는 소년을 데리고 왔다. 그 아이의 이름을 히스클리프라고 짓고 그 아이에게 정성을 다하며 키웠다. 그러나 그 아이의 행복은 얼마 가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나 언쇼 부부 모두 세상을 떠난 것이다. 언제나 히스클리프가 눈엣가시 같았던 힌들리는 그를 증오와 분노로 폭력으로 다스린다. 그러나 캐서린이 있어 모든 것을 참았던 그는 몇 마일 떨어진 린튼 가족들을 만나면서 달라진다. 말괄량이 같던 그녀가 의젓하고 우아한 숙년가 된 것이다. 그녀는 히스클리프를 사랑하지만, 명예 때문에 돈 많고 다정한 에드거 린튼과 결혼을 다짐하고 그 해 히스클리프는 사라진다. 3년 뒤 다시 나타난 그는 너무나 달라져 있었고 그때부터 그의 복수가 시작된다.

히스클리프의 복수를 보면서 난 내내 답답했다. 어떻게 그렇게 다들 그가 하는 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두 손 두 발 놓고 당하고만 있는지 너무 순진하고 바보 같았다. 그리고 항상 모든 일에 개입하여 나쁜 쪽으로 만들었던 유모인 넬리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렸을 적에는 철이 없어 자신의 개입이 잘 못 된 줄 모르고 있었겠지만, 몇십 년이 흐르고 나이가 많이 들었는데도 어째 히스클리프의 뜻대로 움직이는 그녀를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자신의 개입이 왜 잘못되었는지 알지 못하고 그 잘못으로 힌들러, 캐서린, 에드거, 이사벨라와 그의 자식들까지 모두 힘든 불행으로 한 발짝 다가서게 한 인물이 바로 그녀라는 것을 자신이 모른다는 것에 더 답답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안타까웠던 건 아마도 캐서린과 히스클리프 그 둘의 사랑 때문이다. 둘이 열렬하게 사랑했으면서도 삶을 같이하지 못했고 그 둘 때문에 희생된 에드거와 이사벨라, 그리고 그들의 자식까지 불행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마지막에 다시 찾아온 그들의 희망을 보며 그들은 그 힘들고 지친 불행을 덮어 버리고 행복하고 아름답게 살 수 있다고 믿고 싶다. 몇 세기 전에 쓴 고전 소설이라지만, 사랑과 집착, 그리고 복수로 휘몰아친 폭풍 같은 사랑이야기가 현재와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고전 소설도 재미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더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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