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존재하는 너무 아픈 진실.

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책을 좋아한다면 작가 공지영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녀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가 출간하는 책들은 거의 인기도서가 되면 사람들의 소문들로 무성하다. 이 책 도가니도 그렇다. 그렇게 소문이 자자한 그녀의 책을 난 인제야 손에 잡고 읽었다. 다른 누군가의 서평으로 이 책이 그렇게 경쾌한 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지만, 책의 초반부터 가슴을 죄어오는 아픔과 답답함을 느껴야 했다.

사업 실패로 육 개월 동안 집에만 있던 강인호는 아내의 친구 소개로 일자리를 얻게 된다. 그 일은 무진 시에 있는 청각장애인들이 공부하는 곳인 자애 학원의 기간제 교수의 일이었다. 아내와 딸을 두고 혼자 무진 시로 내려오던 그는 안개가 짙게 내리는 날 그곳에 도착한다. 그 짙은 안개 뒤로 보이는 자애 학원의 건물은 왠지 괴기스러워 보이고 비밀스러운 일을 숨기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가 겨우 일 한지 사흘째 되던 날 엄청난 사건이 터진다.

책을 읽고 덮으면서 화가 치밀어서 이 답답한 마음을 밖으로 풀어내야만 할 것 같아 소리 내 울어버렸다. 어느 한 개그 프로그램에서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말하는 프로가 있다. 난 일등이라는 말 대신 돈 있는 사람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법이 있으면 뭐하냐? 돈만 있으면 법도 피해가는 데 말이다. 오히려 착하고 선량하게 살아가는 사람보고 바보라고 부르는 세상이 되었으니 어쩔 수도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런 사건들을 뉴스나 신문으로 접하면 그 울분을 어디다가 토해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그런데 이제는 내가 좋아하는 책으로 만나게 되었으니 어디다가 하소연을 해야 할지 막막할 뿐이다.

청각장애인이 다니는 자애 학원에서 벌어지는 그 엄청난 사건들. 그리고 겨우 그 사건의 범인들을 고발하고 그 죄에 대한 처벌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아했지만, 그것은 나의 생각일 뿐 그들은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다. 도대체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약한 사람들 편에 서야 할 법이 오히려 악한 편에 서서 그들의 손을 들어주니 한심스러웠고 모두 하나로 연결된 그들의 권력을 보며 답답함에 가슴이 죄여왔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인 식으로 죄를 지은 원장과 행정실장을 교회에서 거액의 기부금을 받을 수 없을 것 같아 오히려 고발한 그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며 원장과 행정실장 위해 기도하며 찬양하는 모습은 정말 눈뜨고 봐 줄 수가 없었다. 거기서 같이 기도하면 아멘이라고 부르는 그들도 권력이라는 이름 앞에 모인 그들 모두가 너무너무 미웠다. 그래서 그런지 강인호와 서유진과 최 목사가 꼭 법정에서 이기 길을 간절히 바랬건만, 세상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서유진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웠고 그들이 다시 돌아온 그곳으로 아이들을 보내지 않고 더 행복한 곳으로 보내 줄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그 애들은 이제 그곳에서 많이 먹고 웃으며 행복하고 아름답게 클 것이라고 믿으며 책을 덮었다. 한 줄의 기사만으로 소설을 쓸 수 있는 그녀가 부럽기도 하면서 이 소설로 독자들을 아프게 하고 답답하게 만든 그녀가 조금은 무섭기도 하다. 더는 이런 사건들이 생기지 않게 우리의 법이 한시라도 빨리 바뀌기를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