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모른다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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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익 광고에서는 아이 둘을 낳아 잘 키우자는 말이 많이 나오지만, 내가 태어날 때는 아들, 딸 구분 말고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는 공익 광고를 했었다. 그런 때에 우리 식구는 부모님을 합쳐 모두 여섯 식구였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에서 하는 가족 조사를 할 때면 언제나 담임 선생님의 놀라는 모습을 봐야만 했다. 그런 표정을 볼 때마다 난 쥐구멍으로 숨고 싶었고 가족사를 알게 되었을 때 제일 부러운 친구는 형제, 자매가 없는 외동 딸로 태어난 친구들이었다. 그러나 점점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오히려 식구가 많은 것이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가족에 대한 이야기에 미스터리까지 추가되었다니 어떤 이야기로 풀어나가게 될지 궁금함과 정이현 작가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설렘에 책을 펼쳤다.

첫 장을 펼쳤을 때 시작하는 페이지에 의문의 변사체가 갑자기 나와 너무 놀랐었다. 미스터리가 있다더니 벌써 시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의문의 변사체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몇 개월 과거로 돌아가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가족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도 현재에 등장한 의문의 변사체가 누구일까가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혹시 주인공 가족 중에 누가 잘 못 된 것은 아닐까 싶어 두근대는 가슴을 졸이며 책을 읽었다.

주인공 가족은 강남 어느 한 빌라에 살고 있다. 전처와 이혼하고 새 부인과 사는 김상호와 그의 지금 부인인 화교 출신에 한국말과 중국어를 할 수 있는 진옥영, 그들 부부 사이에 태어난 바이올린 영재인 열한 살짜리 딸 유지, 그리고 김상호와 전처 사이에 태어난 딸 은성과 아들 혜성 이렇게 다섯 식구가 살고 있다. 하지만, 은성은 학교가 멀다는 이유로 학교 앞 원룸에서 따로 생활하며 어쩌다 한 번 집에 오는 정도이다. 가족이지만, 타인처럼 살아가는 그들에게 특별할 것 없는 어느 일요일 새엄마 진옥영은 친정 집으로 집에 있는다던 혜성은 예기치 않은 사건으로 밖으로 나가게 되고 아빠마저 집을 나가고 혼자 집에 남은 유지가 사라진다. 월요일이 되어도 나타나지 않은 유지. 그런 유지를 찾기 위해 타인 같은 가족들이 하나 둘 뭉치게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진정한 가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나도 나와 맞지 않는 가족들과 계속 싸우고 화해하면서 서로 이해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아직도 난 내 가족들의 마음을 백 퍼센트 다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다시 싸우고 화해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주인공 가족처럼 같이 살면서 각자의 생활만 하는 타인처럼은 살지 않지만, 만약 나에게 그렇게 살라고 한다면 난 못 버티고 그 공간을 박차고 나올 것 같다. 답답한 일이 있으면 가족들에게 털어놓아야 하고 재미있는 일이 있으면 가족에게 말하지 않으면 입이 근질거려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데 어떻게 타인처럼  한마디 말도 없이 살아가겠는가.

"엄마를 부탁해"를 읽을 때와 같이 난 간절히 바랬다. 실종된 유지가 아무 일 없이 집으로 돌아와 달라고 나의 마음이 전해진 걸까 유지가 돌아왔지만, 그 아이는 옛날의 유지가 아니었다. 그러나 돌아온 것만으로 감사하다는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난 울컥했다. 아직 엄마가 되지 않아 엄마의 마음을 알지 못하지만, 만약 내 자식이 그랬다면 나도 그녀의 모습과 똑같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에 타인으로만 살아가던 가족에게 희망이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책을 덮었다. 아직은 많이 힘들과 아프지만, 그 아픔으로 말미암아 그들이 타인에서 평범한 가족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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