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오츠이치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은 언니 집에서 읽게 된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생각보다 얇은 분량의 책이었지만, 읽는 순간 온몸에 흐르는 소름을 참을 수가 없었다. 죽은 자의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부분도 너무 놀랐지만, 두 번째의 단편까지 읽고 책을 덮는 순간 너무 놀라고 무서워서 아무 생각도 하지 못하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17세에 데뷔작이라는 책이라는데 그 나이에 독자를 충격 속으로 몰아넣는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것에 이 작가에게 흥미를 느끼게 되었고 다른 책들을 읽어보고 싶어 이 책을 냉큼 질렀고 한참이 지난 뒤인 오늘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러나 난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읽었던지 조금 실망했다. 어느 책 카페에서 "여름과"와 똑같이 재미있다는 말을 듣고 난 주저 없이 이 책을 사게 되었지만, 오히려 난 차라리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 작가에게 지금처럼 실망하지 않았을 테고 다른 책을 빌리거나 사서 읽게 되었을 테니깐 말이다.

총 10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책은 처음 시작부터 잔인하다. 솔직히 이 작가의 전작인 여름과 불꽃과 나의 사체를 읽었을 때는 잔인하지는 않지만, 사람을 무섭도록 소름 끼치게 하는 능력에 감탄했었다. 그리고 난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는 소설을 싫어한다. 왠지 내가 꼭 그 사람이 된 것 같아 팔, 다리가 저리며 온몸의 피가 싹 사라지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의 첫 단편을 읽었을 때 솔직히 책을 내려놓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잡은 책을 다시 내려놓으면 몇 달이 지나도 다시 잡기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읽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다음다음 단편으로 이어지면서 조금은 내가 읽었던 전작의 느낌들을 받았지만, 총 10편의 단편 중 몇 편밖에 되지 않았다. 두 번째 단편인 소파는 조금 전작의 그의 모습이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난 총 10편의 단편 중 전작의 모습을 보인 단편이 마음에 들었다. 두 번째 단편과 네 번째 단편인 양지의 시와 여섯 번째 단편인 카자리와 요코가 읽으면서 괜찮다고 생각했다.

이 책으로 말미암아 난 이 작가의 책을 당분가는 다시는 잡지 못할 것 같다. 너무 전작에 매달리며 그것만을 생각한 나의 잘못도 있지만, 책을 읽는 내내 왠지 전작의 그 작가가 아니라 다른 작가를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많은 실망과 후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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